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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소개] 탈핵도서와 탈핵운동,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탈핵 도서와 탈핵 운동


탈핵신문 독자들에게 핵과 방사능의 핵심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해야 하는데, 참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반핵·탈핵이란 입장에서 입문서 또는 개론서라고 할 만한 책들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고, 또 많이들 알고 있다.


탈핵신문을 구독하면서 책 소개꼭지를 읽는 분들은 어떤 책을 소개받고 싶어 할까? 통상 새로 출판된 신간을 비롯해 좀 더 심화할 수 있는 책들을 참고하고 싶어 할 것 같은데, 선뜻 그 선호가 잘 가늠되질 않는다. 예를 들어, 핵무기·핵실험, 국내외 반핵·탈핵운동, 방사능·방사선, 피폭·하청노동, 고속로·재처리, 히로시마·나가사키·체르노빌, 후쿠시마·제염, 핵폐기물·처분, 방사능방재·피난, 재생에너지·에너지전환 등과 같은 분야나 열쇠말이 떠오르지만, 막상 그 분야에 걸맞게 출판된 책들도 흔치 않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반핵·탈핵과 관련하여 세부적인 주제나 분야의 책을 출판하기를 주저한다. 개괄적인 책도 팔리지 않아 고전하는데, 더 세부적인 분야로 들어가게 되면 수요층이 더 좁아진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게다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교양수준의 개괄적인 도서는 나올 만큼 나왔다. 그러다보니 이런 분위기의 새 책은 더 이상 출판하질 않는다. 독자들도 내용적으로 겹치다보니, 더 이상 찾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개괄적인 책을 넘어 세부적인 주제나 분야의 책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이들이 있느냐. 그런 흐름도 아직 잘 보이질 않는다. 이렇다보니, 출판의 흐름이 개괄수준에서 맴돌기만 할 뿐 진전이 없다.


이런 출판의 흐름을 요 몇 년간의 반핵·탈핵운동의 정체(停滯)’와 바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반핵·탈핵운동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의 개괄적인 문제에 머문 채, 새로운 의제의 발굴 등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제 넘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탈핵신문 독자들 개개인이 개괄적인 도서에만 머물지 말고, 본인의 구체적인 활동 주제를 찾고, 그 주제와 관련된 책과 자료를 폭 넓게 읽으면서 반핵·탈핵운동을 전진시켜 나가자고 강조하고 싶다. 더불어, 출판사 관계자들도 입문서를 넘어, 새로운 주제의 책을 발굴·기획해 봅시다.



후쿠시마 사고의 원점일본 핵발전 도입의 역사, 그 비판적 추적


그럼에도 일본인은 원전을 선택했다

아사히신문 취재반, 김단비 옮김, 호밀밭, 20197



우리나라 핵발전의 역사를 세계 핵발전 흐름 속에서 핵산업계의 눈으로 속속들이 긍정적으로 정리한 한국의 핵주권-그래도 원자력이다(이정훈, 글마당)를 앞서 소개한 바 있다(탈핵신문 201910월호). 그럼에도 일본인은 원전을 선택했다는 일본어판 부제(‘도카이무라와 원자력무라의 반세기’)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일본 핵발전 역사, 그 중에서도 핵발전 도입 초기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추적·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일본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에 연구용 핵반응로(1957)와 상업용 핵발전소(1966)가 처음 들어서기까지 중앙 정계와 재계, 언론은 어떻게 움직였고, 이바라키현과 도카이무라의 지역 정계와 언론, 주민들은 또 어떻게 반응하며 상호작용했는지를 방대한 자료와 핵심적인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 2011년 직면했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출발점에 무엇이 있었는 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일본 아사히신문 취재반이 2012~2013년에 걸쳐 장기 연재한 기사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2014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을, 작년에 우리말로 번역했다. 이 책을 출판한 호밀밭은 일본의 도카이무라처럼 우리나라 첫 핵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있는 부산지역의 중견출판사이다. 앞서의 언급처럼, 혼자만의 바람일지 모르겠지만, 부산지역에 걸맞는 탈핵과 관련된 새로운 책 기획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윤종호 무명인출판사 대표

탈핵신문 2020년 4월(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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