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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탈핵영화] 지구 어디에도 없는 곳을 찾아서

영화로 만나는 탈핵



지구 어디에도 없는 곳을 찾아서

Journey to the Safest Place on Earth



2013년 스위스, 에드가 하겐 감독 (53)


지난 60년 동안 지구상에는 35만 톤이 넘는 고준위 핵폐기물들이 쌓였다. 이 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물론 외부의 모든 것과 철저히 차단해야 하며, 10만 년 이상 조그만 변화도 없을 만큼 지질학적으로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핵에너지 개발을 시작할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핵폐기물 처리가 그렇게 어렵거나 급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뾰족한 해법은 발견되지 않았고 시간은 금방 흘렀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핵에너지가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고 믿는 진지하고 성실한 핵물리학자 찰스 맥콤비는, 그러나 핵폐기물 문제가 핵발전의 미래를 어둡게 할 수 있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그리고 아직 어느 핵발전 국가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세계 곳곳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미국 네바다에 제안된 유카산 부지는 신생 화산의 활동 우려까지 있었고 결국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미국 뉴멕시코의 파일럿 처분장은 석유 시추가 진행 중인 곳과 인접해 있다. 중국은 고비사막에서 안전한 장소를 열심히 찾고 있다. 스위스는 지역사회가 처분장을 좀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독일의 환경운동가들은 고어레벤의 중간 보관시설 건설에 맞서 싸우고 있다. 영국에서는 재처리 공장인 셀라필드 지자체가 최종 처분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전 세계의 고준위 폐기물을 모두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에 모으려 추진했던 판게아 그룹의 프로젝트 역시 반대에 부딪혀서 취소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갈 곳을 잃은 핵폐기물은 세계를 떠돌고 있다.


영화의 말미에 맥콤비는 기술적 문제, 주민과의 대화 모두 대충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돈을 쓴 게 아까우니 계속 해나가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느 하나라도 해결되지 못한다면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다른 장소를 찾아 나서야 한다.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곳, 실은 지구 어디에도 없는 곳을 찾아서.


에드가 하겐 감독은 스위스 태생으로, 1989년 이후 독립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이 영화는 2013년 라이프치히 다큐멘터리 영화제 공식초청작으로 소개되었고, 2014년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 2019년 제9회 부산반핵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1월(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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