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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핵을 진지하게 노래한 아니 디프랑코

원자의 영광 / 경건한 이름을 원하네 / 전 우주의 원초적 설계 / 거기에 찬송을 부르고 머리를 조아리세 / 장려한 의식이 육화된 그곳 /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 그리고 주위를 도는 전자들 / 태양계를 흉내 낸 것일까 / 새벽녘 언덕의 매처럼 /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는 해와 바위 나무를 하나로 결합시키고

 

포크와 락, 펑크와 힙합에 걸쳐 자유롭고 매력적인 행보를 보여 온 아니 디프랑코는 1970년 생으로 벌써 20장이 넘는 정규음반을 낸 관록의 가수다. 처음부터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튀는음악을 들려주었지만, 그녀가 전하는 가사의 메시지들도 심상치 않다. 피트 시거 같은 저항 가수와 어울리며 인권과 평화, 페미니즘으로 테마를 넓혀 온 경로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면모다.


아니 디프랑코의 2007년 공연 장면


그녀의 2008년 음반 <레드 레터 이어>에 수록된 원자(The Atom)’라는 곡은 핵에너지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노래다. 시작은 우주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설계 원천으로서의 원자의 성격이 잔잔하고 단순한 리듬 속에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가사는 고조되는 연주와 함께 심각해진다.

 

인류는 원숭이와 개미 사이의 십자가 / 당신은 우주선에서 우리를 볼 수 있지 / 녹아내리는 빙핵 / 우리의 오만으로 / 폭동진압복을 입은 천사의 회의가 소집되고 / 우리 스스로 심각한 상황에 처하네

 

원자가 가진 양면성, 인류가 불러낸 커다란 힘은 인류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맨하탄 프로젝트를 통한 최초의 핵개발을 암시하는 구절은 핵에너지 시대에 대한 고발로 이어진다.

 

내게는 아주 훌륭한 아저씨가 있지 / 핵폭탄 관련 일을 하신 분 / 그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 이 노래에도 등장하지 / 그리고 거긴 창문 하나도 여성 한 명도 없을 터 / 진정한 과학의 폭발에 몰두할 때 / 그래 원자를 함부로 다루는 건 가장 큰 신성모독 / 당신이 그걸로 무기를 만들든 아니면 그저 전기를 만들든 / 누가 나에게 설교하더라도 / 나는 핵 시대의 격렬한 이단자와 만나게 되지!


 2006년 앨범 <유예>의 표지


아니 디프랑코가 핵에너지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 노래가 처음이 아니다. 그녀가 15번째 음반으로 20068월에 발표한 <유예(Reprieve)>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녹음이 잠시 중단되면서, 앨범은 물이 빠져나가고 사람들이 삶을 재건하는 뉴올리언스의 초상화를 그려낸다. 이 앨범의 표지는 원자탄으로 일부 파괴된 나가사키의 나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또한 그녀는 잭슨 브라운, 인디고 걸스 등 다른 뮤지션들과 더불어 핵정보 및 자료 서비스센터’(NIRS)를 도왔고, 핵에너지의 확산 반대와 인도에 핵폐기물을 처분하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에 결합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1월(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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