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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핵발전에 반대한 음악가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기록적인 국내 흥행과 인기 덕분에 1985년의 ‘라이브에이드’ 공연까지 새삼스레 다시 알려지게 되었지만, 뮤지션들이 사회 이슈에 호응하며 개최한 대규모 공연은 라이브에이드가 처음은 아니었다. 1979년 MUSE의 반핵 콘서트도 그 중 하나다.


MUSE 1979년 콘서트의 기록영화 포스터


풋풋했던 리버 피닉스가 출연했던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88년 영화 <허공에의 질주>는 주제가인 제임스 테일러의 ‘파이어 앤 레인’이 흐르는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그 제목은 잭슨 브라운의 곡 ‘Running On Empty’에서 빌어온 것이다. 거대 기술과 관료 체제에 저항하며 위태로운 삶을 선택했던 그 시절 사람들의 존재 방식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 디아블로 캐년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운동은 환경 활동가뿐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들도 동참했고, 잭슨 브라운도 그 주역 중 하나였다. 핵발전소 부지를 둘러싼 인간 띠잇기와 몇 차례의 대중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리마일 아일랜드의 사고 소식까지 들려왔다. 가수들은 핵 없는 미래를 바라는 ‘안전한 에너지를 위한 음악가들(Musicians United for Safe Energy; MUSE)’을 결성했고,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5일간 콘서트는 배터리파크시티에서 20만 명이 모이는 집회로 절정을 이루었다. 잭슨 브라운 뿐 아니라 칼리 사이몬, 브루스 스프링스틴, 크로스비 스틸 앤 내쉬, 두비 브라더스, 제임스 테일러 같은 당대의 인기 가수들이 함께 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벌어지자, MUSE는 다시 한번 뭉쳤다. 2011년 8월, 캘리포니아 북부의 한 원형극장에 모인 청중들 앞에서 잭슨 브라운은 후쿠시마의 사고는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재난이라며, 인류가 에너지를 사용하고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위해 함께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새로 합류한 제이슨 므라즈는 일본 국민을 도우면서 안전하고 깨끗한 대안 에너지 사용에 대한 관심을 일깨울 콘서트에 참가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9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진행될 무렵 한국에서도 다섯 명의 여성 음악인이 ‘쇼미더탈핵’ 릴레이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작은 MUSE를 꾸렸다. 장필순은 강서 민중의집에서, 이상은은 마포구 성산동의 가정집, 최고은은 종로구 혜화동 책방이음에서, 권진원은 호박골에너지자립마을 앞의 홍은1동 주민센터에서, 그리고 박기영은 동작구 상도3동 주민센터 강당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청중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이들은 한국의 국민과 아이의 엄마로서 탈핵을 염원하는 진지한 마음을 노래와 함께 전하고자 했다.

또한 밀양역에서 부산 해운대에서, 그리고 다른 에너지를 위해 싸우는 여러 현장에서 만난 음악가들, 화가와 조각가들, 사진가들이 떠오른다. 다른 더 좋은 일들로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예술을 마음 편히 감상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면서도, 그래서 그들의 예술이 더 아름답고 더 반갑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_ 복간준비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