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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체르노빌, 후쿠시마 그리고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체르노빌, 후쿠시마 그리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를 겪은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잃어버린 봄을 우리가 회복해야 한다. 그 길은 지금 바로 여기에서 탈핵이다. ⓒ장영식


체르노빌 핵사고 33주기가 다가온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의 목소리> 한국어판 서문에서 러시아 환경단체가 수집한 통계를 인용하며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지금까지 150만 명이 사망했다고 전한다. 체르노빌 핵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벨라루스에는 러시아에서 시공을 맡은 핵발전소가 건설 중에 있다. 이 핵발전소는 리투아니아 국경 인근의 자연보호구역에 건설되고 있지만, 활성 단층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발전소 건설 조인식에서 푸틴은 일본보다 더 안전한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핵사고 8주기가 흘렀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후쿠시마핵발전소 반경 20킬로미터 이내는 영구피난지역과 귀환곤란지역으로 선포되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귀환정책으로 영구피난지역과 귀환곤란지역은 줄어들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농도 방사능에 피폭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 발표도 없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을 후쿠시마핵발전소로부터 20킬로미터 떨어진 ‘J-빌리지’에서 개최 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바람 잘 날이 없다. 핵발전소의 핵심 시설인 핵반응로를 보호하기 위한 격납건물에서 구멍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조용하다. 핵발전소의 증기기관에서 망치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조용하다. 핵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해도 조용하다. 걸핏하면 고장이고, 걸핏하면 가동 중단이라고 해도 조용하다. 핵발전소에서 배출되고 있는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는 공간이 포화상태라고 해도 관심 밖이다. 이 와중에 핵산업계와 정치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조직적으로 비판하며 핵발전이 가장 깨끗한 에너지라고 말하고 있다.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알렉시예비치는 말한다.

“주변이 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어디에도 새로운 적이 있었다. 죽음은 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물, 흙, 꽃,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익숙했던 색깔, 모양, 냄새가 나를 죽일 수도 있게 되었다. 낯익은, 그러나 낯선 세계였다. 몇 킬로미터나 되는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지층을 벗겨 내고, 시멘트 컨테이너에 넣고 묻었다. 흙을 흙에 묻었다. 집과 자동차도 묻었다. 도로와 나무를 씻었다.”


장영식 사진가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_ 복간준비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