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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에너지전환

재생에너지 현재보다 2배 빠르게 보급해야 하지만, 난제 수두룩

대규모는 기존 부지 활용과 계획입지 도입으로 수용성 확대해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소규모 재생에너지 활성화 모델로 주목

 

석탄 화력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을 점차적으로 줄여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까지 높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819()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급 대화 기조발언에서 한국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 기조를 대내외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새로운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기존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계획 초안에 따르면, 현재 17기가와트(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용량은 2030년까지 62GW 수준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기존보다 감소된 전력수요를 반영한 수치다. 늘어나는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태양광과 풍력으로 구성될 전망이며, 태양광과 풍력에 각각 32GW, 16GW 수준의 추가 설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도 육상과 해상에서 가동 중인 풍력 발전기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현재 보급추세(연평균 1.7GW)보다 두 배 수준으로 추가 확대해야 하지만, 입지 문제나 주민 수용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는 지자체, 시민사회, 업계, 학계 등을 아우르는 분권형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관련 대책을 고심 중이다. 6월부터 신재생3020 이행계획 수립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고 규제개선, 수용성, 지역·공공, 일자리·산업 등 4개 이슈별로 분과를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당초 8월말까지 수립하기로 한 신재생 3020 이행계획은 한 달 넘게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우선,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발전공기업이 주도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율을 현행 10%(2023년까지)에서 203028%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제시했다. 발전공기업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가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최하위 수준에 머문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리지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가 현재 첨예하게 나타나는 입지 갈등과 수용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 산업 부지와 공공 부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과 풍력 잠재량이 풍부한 새만금 지역에 재생에너지 단지를 구축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제안이 주목 받는 이유다.

 

새롭게 도입 방안이 논의 중인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제도 역시 쟁점 중 하나다. 현재 재생에너지 절차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뒤 환경영향평가나 개발행위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는 발전사업허가 단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재무적, 기술적 심사만 할 뿐 환경과 수용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 현재 제도에서 주민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발전사업허가 이후에 인지하게 되고 동의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보장받지 못 한다. 주요 국가들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재생에너지 입지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실시해 환경적 평가를 우선하고, 이 과정에서 시민과 지역사회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허가 절차를 전반적으로 뒤흔드는 문제를 놓고 산업부와 환경부 사이에 이견을 조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랫동안 논쟁을 이어온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도입 방안도 불투명하다. 대통령 공약에 따라 국정과제에서 소규모 재생에너지를 대상으로 한 발전차액지원제도(고정가격구매제도) 도입이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세부적인 방안은 여전히 논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일단,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한 고정가격 입찰제도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업성 자체가 상당히 개선된 상황에서 산업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추가로 필요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쟁입찰 방식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과 농민들이 복잡한 제도를 이해한 가운데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상당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민사회는 최소 100킬로와트(kW) 이하 수준의 소규모 태양광에 대해 전기요금을 통한 발전차액지원 재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모델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9월 열린 산업부의 신재생에너지TF 수용성 분과 회의에서는 주민참여 재생에너지 사업모델과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발전공기업에서는 중대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관련 주민에게 기부채납하거나 마을조합의 지분 양도형 방식으로 추진하는 사업 방안을 제시했다. 가령 동서발전에서는 20MW(메가와트) 규모의 경주 풍력2단계 사업 관련 지역주민들이 개인이나 협동조합으로 직접 출자해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의 사업 계획서를 제안했다. 소형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이 주도하도록 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지역별로 시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 설립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전력 시스템을 보강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백업설비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819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신재생 워킹그룹은, 신재생 간헐성 대응방안과 관련해 기상예보를 토대로 발전량을 예측해 제출하고, 전국 및 지역 단위 관제시스템에서 이러한 정보들을 종합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탈핵신문 2017년 10월호

이지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