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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대선 좌담회> 당면한 대선, 무엇을 의제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정당들은 대선 후보를 확정했다. 핵발전과 관련된 숱한 과제들이 해당 지역과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핵·탈핵운동의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또 어떻게 이런 과제들을 대선 후보들에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 해당 지역과 단체들의 고민과 논의는 거듭되고 있다.

지난 331() 탈핵신문은 19대 대선, 탈핵 무엇을 의제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좌담회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2시간 30분가량 진행했다. 해당 지역, 영역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담당해 온 다섯 분이 함께해 주셨다. 각 정당 후보별 입장을 확인한 뒤, 그동안 반핵·탈핵운동에서 제기됐던 의제들을 점검해 보고, 어떻게 대응할 지 모색해보았다 편집자 주.

 

왼쪽에서 안재훈(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사무국장), 황대권(영광핵발전소안정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상임대표), 윤종호(탈핵신문 편집위원장), 최수영(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탈핵지역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양기석 신부(천주교 수원교구 송전본당 주임신부, 탈핵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 

 

 

조기 대선을 앞둔, 각 정당·후보별 입장?

 

윤종호(진행, 탈핵신문 편집위원장) : 최근까지 확인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의 입장과 공약을 소개해 달라.

 

안재훈(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사무국장): 최근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건설 중인 핵발전소, 계획 중인 핵발전소, 노후 핵발전소, 탈핵에 대한 동의여부, 고준위 핵폐기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타 핵발전 정책 등 6가지 주요 요구들을 각 당 대선 후보들에게 질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4, 국민의당 예비후보 2, 정의당 후보 1명이 답변해왔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는 답변하지 않았다. 답변한 후보들간의 차이점은 있었지만, 대체로 중·장기적으로 핵발전소를 중단하거나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탈핵지역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대부분의 후보들이 빠른 시일 내 탈핵엔 동의했으나, ‘본인 임기 내 탈핵은 없었다. 작년 9월 경주에서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5.8 지진이 발생한 뒤,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졌고, 지진대 위 월성1~4호기 폐쇄 등의 주장도 일부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있지만, 위 질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윤종호: 구체적으로 지역에서는 어떤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지, 부산지역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최수영(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탈핵시민부산연대는 주요한 목표로 고리1호기 폐쇄 신규 추가건설 반대 방사능방재 대책 수립과 훈련 등을 잡고 있었다. 고리1호기는 이미 폐로하기로 결정하는 성과를 냈지만, 추가 건설과 관련해서는 그린피스 정도가 신고리3·4호기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었다. 신고리5·6호기 신규 건설 반대는 원칙적인 주장 정도였는데, 작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행정절차를 모두 밟고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고리1호기처럼, 신고리5·6호기는 별도의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신고리5·6호기백지화부산시민운동본부로 접근하고 있다. 지역 특성 상 여당의 정치기반으로 탈핵은 동의가 되지 않지만, 노후와 신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종호: 부산 지역은, 경주 지진과 박근혜 탄핵 이후 탈핵 의제가 새롭게 재구성될 여지는 없는가? 예를 들어, 경주지진 이후 지진지역 월성 1~4호기를 통으로 묶어 폐쇄하라는 주장도 있다.

 

최수영: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부산대책위를 만들 때 신고리3·4호기를 포함시키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가동을 시작하면서, 공식적인 논의를 갖지는 못했다. 최근 고리2~4호기도 격납건물 철판 부식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기 폐로하라는 주장이 이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론은 아니다.

 

윤종호: 영광 이야기를 들어보자.

 

황대권(영광핵발전소안정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상임대표): 영광은 도시지역과 달리 시골이라 지역을 넘어선 의제에는 관심이 약하다. 당면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정부의 기본계획을 백지화시키고, 재공론화해야 한다. 현재 지역에서는 대선 이후로 논의를 중단시켜놓은 상황이다.

 

윤종호: 대선은 전국적인 의제라 지역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광5·6호기는 2001~2002년 가장 뒤늦게 가동을 시작했고, 2041~2042년 설계수명이 다한다. 심상정 후보(정의당) ‘2040년 탈핵’, 문재인 후보(더불어민주당) 대략 ‘2060년 탈핵을 주장하고 있는데, 제일 빠르게 탈핵을 주장하는 심상정 후보조차 영광1~4기 설계수명은 모두 인정하고, 영광5·6호기만 1~2년 앞당겨 폐로하겠다는 내용이다. ‘탈핵로드맵쪽에서 주장하고 있는 설계수명이 아닌 사회적 수명을 적용하여 선제적 조기폐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헌석: 2012년 대선은 탈핵의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첫 대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은 탈핵 의제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빅뱅상황이다. 이전에는 막연한 탈핵이었는데, 경주 지진과 박근혜 탄핵 이후 새로운 주장과 논리가 제기되면서, 과거 주장했던 것이 맞느냐부터 다시 검토해봐야 할 상황이다. 대선 이후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종호: 반핵·탈핵운동쪽에서도,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탈핵로드맵 연구를 계기로 이제 우리의 의제를 새삼스럽게 조금씩 가다듬어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대선 후보들 역시, 다양한 탈핵 의제뿐만 아니라 타 의제들까지 쏟아지다보니, 캠프 내에서도 교통정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 내에서 탈핵 의제를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의 공론화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종교계에서도 탈핵에 적극적인데, 천주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양기석(천주교 수원교구 송전본당 주임신부, 탈핵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 후쿠시마사고 이후 몇몇 주교님들이 탈핵 문제를 인식하고, 교회 내 의제로 확산되고 주로 환경쪽에서 가장 큰 의제가 되어 6년 이상 끌어오고 있다. 천주교는 대선후보들에게 사회교리 내에서 다양한 의제의 질의서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 탈핵의제로는 계획 중인 신규 핵발전소 전면적인 백지화 건설중인 핵발전소 건설중단과 백지화 노후 핵발전소 가동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탈핵 일정을 못 박고 있지는 않지만, 2040년도 너무 늦다는 의견이다. 탈핵에 적극적인 독일이나 대만의 경우를 비춰보면, 조기폐쇄를 이야기하면서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 국가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산업구조의 새로운 먹거리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탈핵이 2030년도 전후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처럼, 천주교에선 가동 전 핵발전소라면 건설 중이던 계획 중이던 모두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전국단위의 모든 성당에서 4월 중 서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탈핵서명운동은 주교회의 승인을 받아서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윤종호: 천주교가 이런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오는 것이기에, 탈핵운동 하시는 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추후 탈핵신문에 별도로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동해안 지역 핵발전소 주변 지역 대책위들은 별도의 모임을 갖고, 당면한 의제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를 대선 후보 정책 협약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헌석: 항상 핵발전소 해당 지역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현안지역보다 주변지역의 요구가 강했다. 동해안은 경주에서 지진이 났지만 인근 부산, 울산 등은 경주보다 더 불안한 정서를 형성하고 있다. 지진 위험성 등을 이유로 녹색당은 월성1~4호기 조기 폐쇄를 제기하기도 했다. 탈핵로드맵을 관계하고 있는 데, 계획 중인 신규, 건설 중인 신규는 당연하고, 비록 설계수명이 남아있지만 사회적 수명이란 개념을 도입하여 선제적 조기 폐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제 시작되는 초기 단계다.

 

무엇을 핵심 의제로 제기할 것인가?

 

안재훈: 주요 정당 후보들이 탈핵 시점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의제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이전과 비교하면 대단히 진전된 성과라고 본다. 고리1호기 폐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취소 판결, 삼척과 영덕의 주민투표 승리가 있었지만 신규 같은 경우 아직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사례는 없다. 대선 이후 탈핵의 우선 과제를 어떻게 잡을 건가, 탈핵 시점을 어떻게 공식화하여 논의에 붙일 것인가, 어떻게 정부의 결정으로 나오게 만들 것인가가 집중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윤종호: 안 국장님이 먼저 말씀해주셨는데, 현 시점에서 우리가 이번 대선을 맞아 핵심적으로 제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황대권: 탈핵과 관련된 이슈가 많고, 탈핵진영내에서조차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선순위로 몇 가지를 정해, 예를 들어 신규 일체 금지 등 이견이 있을 수 없고 시급한 것을 중심으로 요구해야 하지 않겠는냐.

 

이헌석: 지금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신규라고 본다. 우리들 내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있다. 그 다음은 노후이다. 수명연장은 반대하고, 월성1호기는 2022년까지 수명이 남아있지만, 최근 법원의 수명연장 취소 판결이 있었으니, 지금 상태에서 폐기시키자고 하는 것이다. 결국 신규와 노후가 1~2번이다.

 

안재훈: 신고리5·6호기의 경우 대부분의 후보들이 백지화를 약속한 만큼 올해 당장 건설 중단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공정률이 높은 신고리4호기 등도 중단시키면 좋겠지만, 여론을 동의시켜내는 우리들의 실력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신규의 기준은 무엇인가?

 

윤종호: 그럼, 무엇을 신규로 볼 것인지를 논의해봤으면 좋겠다. 건설 계획 중인 신울진3·4, 영덕·삼척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건설 중인 경우는 다를 수 있다. 이제 막 착공을 시작한 신고리5·6호기를 신규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이미 공정률이 90% 이상 진전된 신울진1·2호기, 99%의 공정률을 보이며 올 11월 가동 예정인 신고리4호기까지도 신규로 볼 것인지, 게다가 이미 작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한(운영허가가 난) 신고리3호기까지도 신규로 볼 것인지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안재훈: 신고리5·6호기는 그동안의 공감대도 있고, 투입된 비용이나 아직 건설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말자고 하는 명분이 충분히 있다. 신고리4호기, 신울진1·2호기 등에 대해서도 탈핵운동 진영내에서는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는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명분은 다른 것 같다. 탈핵사회로 가려고 하는 데, 이걸 새로 시작할 경우 탈핵의 시점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고, 비록 신규를 다 지었지만 돌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새로운 논리와 공감대를 얻어내야 가능할 것이다. 탈핵의 시점, 로드맵을 어떻게 짤 것이냐는 계획 속에서 공론화시켜내고, 쟁점을 만들어가야 한다.

 

황대권: 운영허가 나기 전까지는 전부 신규로 봐야할 것 같다. 흔히, 가게도 지금 짓고 있다고 해서 가게가 아니지 않느냐, 영업허가가 나야 가게로 인정하지.

 

양기석: 앞서 환경운동연합이 각 정당 대선 예비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한 바가 있다. 그 밑바탕에도, ‘건설 중인 것까지 막아라라고 하면 정책협약을 받지 않을 것 같으니까, 운신의 폭을 정치권에 주자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큰 틀에서 탈핵을 동의하면, 세부적인 것은 이전보다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일 것이다. 제 생각에는 자칫 잘못하면, 정치권에서 이만큼 했으면 됐다면서 아예 의제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수가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탈핵하겠다고 하면, 지금 건설 중인 핵발전소들은 수명이 모두 60년인데, 건설되면 2080~90년까지 운영하게 된다. 지금 경주, 동해안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지진이 이전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탈핵의 시점이 자꾸 늦춰진다면 곤란하다. 사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정책 고려 때문에 하는 운동진영의 선택이, 탈핵을 고착화시키고 수렁에 빠트려버리는 잘못된 경우의 수도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 일단 신규라 하면 일반인들의 경우 돈 들어간 것, 어떡하냐는 논리로 접근한다. 하지만, ‘매몰비용이란 것처럼 피해, 위험성 등 앞으로 들어갈 비용이 더 클 거라고 판단하면 멈추는 것이 낫다고 본다.

 

황대권: 건설 중인 것도 포함시켜야 한다. 환경단체와 연구자들은, 애초 이명박 정부 등에서 계획했던 핵발전소 49기 증설할 때 들어가는 돈과, 신규와 건설 중인 것을 백지화한 뒤 재생에너지에 투자했을 때 투입된 돈을 동일 기간 내 경제적 효과로 비교했을 때, 결국 어느 쪽이 효과적일지 비교하여 시민과 정부에게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안재훈: 요구를 하는 것과 후보들이 그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당장 탈핵하자’, ‘건설 90% 이상인 것들도 다 중단시키자라고 요구해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게 가능하냐’, ‘그걸 동의하냐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아직 그곳까지는 못 간 상태라고 본다. 그럼 그걸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우리에게 남아있다. 싸워볼만한 문제라고 보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싸움을 하지 못했고, 해야 된다. 하지만, 그 싸움을 해야 하는데, 다 펼쳐놓고 할 거냐. 아니며 이것까지는 동의했으니까, 이건 당장하라고 요구하고, ‘이건 동의 못하고 있으니까, 이건 우리가 계속 싸우겠다는 전략으로 가져갈지. 아니다, ‘이것까지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다 필요 없고, 이거 아니면 안된다고 주장할 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이헌석: 저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건설 중인 것에 대한 많은 문의가 있다. 신고리5·6호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 이전에 3(신고리4호기, 신울진1·2호기)가 건설 중에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르고 있다. 이전까지는 신규라고 하면 삼척·영덕만 생각했다. 일시적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몰비용 이야기도 나오는 것인데 실제로 탈핵진영 내에서 이것을 설명하고 논리적으로 보충해주는 노력들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탈핵진영 내에서 의견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을 설득하는 문제는, 사실 4대강이나 일반적인 토건사업과 비슷하다고 본다. 이미 선투자가 되었지만 그것이 환경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면 당연히 물려버려야 되는 거다.

 

윤종호: 그러한 주장은 서로 타협할 여지도 있고 또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설득해 나갈 여지도 있다는 것이죠.

 

최수영: 신울진과 신고리4호기를 보며, 우리가 탈핵의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한다. 신고리3호기가 작년 운영허가가 나서 돌아가고 있고 설계수명이 60년이니 2076년까지이다. 2040년 탈핵이라고 하면 36년 남은 것을, 신고리4호기는 37년 남은 것을 앞당겨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신울진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정리하는 방법이 있다. 주장이 선명할수록 좋다고 보지만, 사회적 설득력이랄까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사회의 수용성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운동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것 같으면 다 포함해서 주장하는 것이 맞죠. 상대 쪽의 대응논리도 봐야한다.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은 운영허가 단계에서 핵발전을 정리하자는 것은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싶다. 운동으로서만 의제를 구성해서 관철시키기는 상당히 어렵다. 지금 여론을 잘 만들면 신고리4호기부터, 사회적 수용성 등을 넣어 진행할 수도 있고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황대권: 함정이 있다. 한수원은 이런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일단 저질러놓고 허락을 얻는다는 전략이다. 그런 전략으로 나오는 데, 저질러 놓은 것을 우리가 양보한다면, 영원히 탈핵문제는 건드릴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사례, 논리를 적극적으로 탈핵운동진영에서 사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안재훈: 정치적 결단으로 멈출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대선 후보들이 신고리5·6호기부터는 모두 취소하겠다고 했으니까, 그 이전 것은 우리들이 그들을 설득시켜내지 못했고, 우리 안에서도 충분한 것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만처럼 그런 선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본격화하지는 못했지만, 싸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기석: 일단 부산지역에선 신고리5·6호기를 막는 것이 시급하고, 전체 탈핵진영도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요 대선 후보들의 답변을 보았을 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만 아니라면, 어느 정당이 당선되든, 신고리5·6호기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전의 반핵운동과는 달리 후쿠시마사고 이후 시민들과 정치권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신고리5·6호기에 집중했던 운동의 전략과 에너지를, 여력이 없어서 진행하지 못했던 신고리4호기 등 건설 중인 핵발전소로 전환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종호: 운동적으로 주장하는 것과 사회화하는 과정, 정책의 채택 가능성까지 서로 배제하지 않고 고려해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크게 논점이 확인되었다.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노후의 기준은?설계수명, 사회적 수명?!

 

윤종호: 논의 주제를 바꿔, 노후의 기준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설계수명으로 볼 것인가, 설계수명을 무시하고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수명으로 볼 것인가. 사회적 수명을 도입하여 조기폐쇄, 예를 들어 지진 대 위 월성1~4호기, 철판부식의 고리2~4호기도 새롭게 쟁점화시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이헌석: 지금의 원자력안전법은 발전소 설계수명이 끝나지 않았다거나, 중간 10년마다 점검을 통과하면 계속 쓸 수 있게 되어있다. 핵발전소를 폐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 현행 법에 수명이 남아있는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입법화되어 있지 않다. 건축을 예를 들어, 집을 잘 지었지만 중간에 새롭게 길이 나면서 걸림돌이 되면, 튼튼하고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집을 부술 수도 있지 않느냐. 핵발전소가 비록 수명이 남아있더라도, 전력상황이 바뀌는 등의 이유로 튼튼하더라도 부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최수영: 너무 낙관해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에서 핵 확대 정책 대부분이 결정됐다. 유력후보인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비서실장 출신이다. 현재 캠프내에 탈핵에 보수적인 인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고리5·6호기를 정리해 줄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30년 넘는 노후에 대해서는 신고리4호기를 넣을지 말지의 논리와 비슷한 입장이다. 당장은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가 주장하고 대응해야 할 부분이다.

 

황대권: 낡고 오래됐다는 접근 방식으로는 상대를 이기기 힘들다고 본다.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탈핵진영이 요구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탈핵과 재생에너지를 담보하는 확실한 정치인을 향후 5년 동안 우리가 만들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종호: 노후 자체가 적절한 프레임이 아니다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설계수명 인정여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이헌석: 고리1호기 수명연장 싸움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명연장 반대 프레임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월성1호기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저는 이 프레임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탈핵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가 뒤늦다고 생각하는 ‘2060년 탈핵도 신고리3호기 수명이 16년 남았는데 폐기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양기석: 지금 노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운동적 접근 방식일 텐데, 이런 운동을 해야 결국 정책이 나온다. 그러나 너무 한쪽에만 매달리다 보면 다른 것을 놓치거나 혹은 논점이 흐려질 수 있다. 탈핵은 정책이 먼저냐 운동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요구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운동진영은 선명성이 있어야 할 것 같고, 구체적으로 접근해서 설득·협상하는 과정에서 조정하는 노력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윤종호: 사회적 수명을 고려한 노후 조기폐쇄를 이야기할 때, 예를 들어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핵발전소는 어떤 것이 있나.

 

이헌석: 설계수명 내지는 상업운전한지 몇 년 되었느냐 하는 것을 제외하고 폐쇄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진 안정성 문제로서 지진대 근처에 있는 것들, 그리고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최근 들어 신고리5·6호기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밀집도, 즉 한 곳에 너무 밀집되어 있는 지역들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의 기준과 가중치에 대해서는 탈핵진영을 비롯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신규 추가 건설이 없다고 했을 때, 논의의 방향은 앞으로 무엇부터 폐쇄시킬 것인가하는 조기폐쇄로 확 돌아갈 것이다.

 

안재훈: 당장 탈핵이 되지 않는다면 안전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의 문제와 더불어 한번 운영허가를 받으면 40, 60년 동안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법적으로 없기 때문에, 10년마다 갱신하게 한다거나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기석: 최근 핵산업계에 종사했던 사람들내에서도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것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종편의 경우 몇 년에 한 번씩 심사를 통해 유지냐 폐지냐를 판단한다고 한다. 비록, 중대사고가 아니더라도 관리와 운영의 측면에서 제대로 못하고 있는 발전소의 경우 삼진 아웃제도를 도입하자.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강화해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사고가 나면 설계수명과는 별도로 폐쇄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정책 및 법적 안전장치를 시급히 만들었으면 좋겠다.

 

안재훈: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가 취소된 것도, 사실은 안전성 업데이트를 못하는 것이 이유다. 비용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내진성 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황대권: 형식적으로라도 그런 제도를 자꾸 만들어놔야 한다. 또 지자체에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 예를 들면,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권 같은 것이 지자체에 있다. 영광에서 그것 하나만 거부해도 핵발전소를 돌리지 못하게 된다.

 

그 외 의제는?

 

윤종호: 신규와 노후 이외에, 우리가 더 짚어봐야 할 의제들로 어떤 것이 있나.

 

황대권: 고준위 핵폐기물이 현재 다른 의제와 비교해 밀리는 분위기처럼 보이는데, 전국적으로 그런 사안이 아니다. 대선이 끝나면 싸움이 시작되는 발등의 불이다. 또 앞에서 잠시 언급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법·제도를 바꾸는 것, 비판적 전문가들이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 등도 당연히 새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일 것이다.

 

양기석: 탈핵선언을 한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도 핵발전소 비중을 줄이고 있다. 핵발전소는 위험성뿐만 아니라 이익창출이라는 사업성과 관리·운영의 어려움이란 측면에서도 전환을 하고 있다. 독일이 난민을 받아들인 것은 단순히 인도주의적 차원만이 아니라, 인력수급적 차원도 있었다고 한다. 대선후보들이 산업전반의 체질 개선을 동시에 모색하면서 에너지정책,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 구체적인 계획들이 함께 나올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헌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이제 시작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허가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개편 정도였는데, 이제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만들자’, ‘재생에너지들이 들어올 수 있는 전력산업 개편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온 에너지 정책을, 거버넌스(=협치)를 통해 함께 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스템과 관련된 여러 층위의 다양한 제기가 있다. 대선 전후로 제기해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안재훈: 원자력연구원에 책정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 관련 예산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 예산보다 많다고 한다. 그에 비해 안전강화, 재생에너지활성화, 에너지효율과 관련된 산업육성 등의 예산은 적다. 재처리 연구 예산은 금지하고, 안전강화 등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할 것이다.

 

윤종호: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국가산업 체질 개선, ·제도 및 시스템의 변화, 비판적 전문가들의 독립적인 역할과 지원, 지자체 권한 강화, 안전과 관련된 예산 확대 등과 같은 추가적인 제안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대선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는 꽤 많이 논의한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주제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까지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 ‘탈핵로드맵 연구와 초안 발표’, ‘광화문 탈핵농성과 피켓팅’, ‘탈핵에너지전환과 4대강복원 대선공약 채택 각계 1만인 선언운동등이 진행되고 있다. 마무리를 겸해 짧게라도 언급해달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헌석: 대선이 1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롭게 기획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들에 어떻게 힘을 모아갈 것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양기석: 대중적인 것을 생각한다면 대선 후보들을 압박하고 시민들에게 홍보한다는 측면에서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이 중요하다. 대선이 끝나더라도 꾸준하게 진행하여 공약 때 내걸었던 것을 강제하는 용도로, 또 탈핵 이슈를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방법으로 기간을 더 두고 상시적으로 진행하면 좋겠다.

 

안재훈: 최근까지 다양한 지역과 영역에서 약 23만명 가량 서명운동에 참여했고, 추가로 집계하면 약 30만 정도는 될 것 같다. 지금까지 탈핵운동에서 진행한 서명 중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대선 이후에는 공약을 이행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고, 추가적인 요구도 해야 할 것이다. 탈핵을 결정하는 과정도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함께 공감대를 만들고 탈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시민들과 이야기하고, 걱정도 해소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지역의 역할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대선 이후 시즌 2’로 무엇을 진행할 지는 함께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

 

이헌석: 대선 이후의 새로운 기획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할 것이고, 2018년으로 예상되는 최상위 계획인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서 이 모든 것이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이들 둘러싼 운동들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선 이후가 중요하다.

 

황대권: 지금까지 탈핵운동 능력으로 봐서는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대선이지만, 이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선 이후 탈핵진영에서 탈핵대통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안재훈: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시민사회에서 성과를 낸 운동이 거의 없고 다들 후퇴했는데, 정부를 상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얻어낸 몇 개의 운동 중 하나가 탈핵운동일 것이다. 정말 탈핵을 만들어갈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한다.

 

윤종호: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시간에 쫓겨 미진했다. ‘대선 이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차후 기회가 있으면 다시 논의하자. 장시간 좋은 의견 함께해주셔서 고맙다.

 

 

 

탈핵신문 2017년 4월호 (제51호)

정리 김진옥·윤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