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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누가 탈핵후보냐?

탈핵, 이젠 정치권 공통 이슈주요 후보들과 탈핵정책협약

문재인·심상정 정책협약 체결안철수·유승민·홍준표는 외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확정됐다. 모든 후보들이 핵발전 축소를 공약하고 있다. 최근 홍준표 후보(자유한국당)까지 원전 건설을 지양하겠다고 언급하는 것을 보면, 탈핵이 정치권 주요 정책 의제로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탈핵을 바라는 대다수의 시민들,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과 해당 지역대책위, 환경단체 등은 어떤 후보가, 어떤 탈핵정책을 공약하는 지눈여겨보고 있다. 탈핵여부가 대선 후보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핵발전·시설 현안 지역들은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해당 지역 탈핵 과제를 구체적인 정책협약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전의 정책 전달식과 달리, 이젠 탈핵정책 협약식까지

 

그간 정책협약은 선거 시, 직능단체나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이 해당 정책을 후보들에게 약속토록 하는 방식이었다. 후보들이 선거 때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지만, 문서화된 정책으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선거 시 정책 공약집은 해당 후보의 모든 공약을 망라하지만, 소위 자기하고 싶은 말만 적어둔 것이라 다양한 정책 요구를 갖고 있는 이들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정책 협약이다. 정책 협약은 일종의 계약서처럼 구성되어, 해당 정책을 당선 이후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정책협약은 후보 본인에게도 자신의 정책을 해당 단체나 그룹 유권자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선거철이면 다양한 정책협약이 이뤄진다.

 

하지만 그간 탈핵운동, 환경운동 쪽에서 정책협약은 좀 낯선 개념이다. 협약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해당 정책에 동의해야 하는데, 탈핵이나 환경운동 쪽은 소수의 요구일 뿐, 후보자나 정당이 그대로 채택하기엔 큰 표가 되지 않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탈핵과 환경운동의 주요 정책은 일방적으로 정책 의견을 전달하는 정책 전달식같은 행사가 주를 이루었다.

 

환경운동연합·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 대선 예비 후보들과 탈핵 10대 공동정책협약

 

하지만 탈핵이 정치권의 공통 이슈로 부각되면서, 정책협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23일 환경운동연합과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7명의 대선 예비 후보들이 탈핵 10대 공동정책을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더불어민주당), 안철수·손학규 후보(국민의당), 남경필 후보(바른정당)가 참여했다.

 

주요 정책으로 신규핵발전소 건설 추진 중단 및 백지화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탈핵에너지전환 로드맵 수립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예산 확대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면 개편 및 독립성 강화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 재처리, 고속로 사업 재검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탈핵과 에너지 분야에서 제기된 핵발전 축소, 에너지전환, 핵발전 및 핵폐기물 안전 관리에 이르기까지 핵심적인 내용을 폭넓게 담고 있다.

 

핵발전·시설 지역대책위, ‘현안을 중심으로 문재인·심상정 후보와 서로 다른정책협약 체결

 

주요 정당별 대선 후보가 확정된 이후인 414(), 문재인 후보(더불어민주당)와 심상정 후보(정의당)가 부산, 울진, 영덕, 삼척, 경주, 대전 등 핵발전소·핵연구 시설 해당 지역대책위들과 정책 협약을 맺었다. 주요 정책으로 건설 중인 핵발전소(신고리4호기, 신울진1·2호기) 건설 중단 신고리5·6호기, 신울진3·4호기 백지화 및 허가취소 삼척·영덕 핵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 및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해제 월성1호기 수명연장 재판 항소 취하 및 즉각 폐쇄 파이로프로세싱(재처리)과 제2원자력연구원 건설 계획 중단 대선 직후 6개월 이내 ‘(가칭)탈핵국민위원회구성 후 탈핵로드맵 논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1=414() 오전 국회 정의당 당대표실에서 심상정 후보(정의당)와 삼척, 영덕, 대전 등 신규 핵발전소, 핵시설 지역대책위 대표들이 탈핵정책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2=414()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윤호중 정책본부장(더불어민주당)과 삼척, 영덕, 대전 등 신규 핵발전소, 핵시설 지역대책위 대표들이 탈핵정책 협약식을 가졌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비록 같은 날 6개항의 정책협약을 맺었지만, 비슷해 보이는 2개항의 내용이 각기 다른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20%선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신고리5·6호기와 아직 계획에 불과한 신울진3·4호기 등과 달리, 신고리4호기는 99%의 공정률로 올 년말 가동을 앞두고 있고, 신울진1·2호기는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정책적으로 쉽게 판단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심상정 후보는 신고리4호기와 신울진1·2호기에 대해 건설 중단, 문재인 후보는 건설 잠정 중단 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운영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정책협약을 맺었다. 파이로프로세싱(재처리) 연구와 제2원자력연구원 건설계획도 마찬가지다. 심상정 후보는 계획 중단으로, 문재인 후보는 계획 재검토로 각각 정책협약을 맺었다.

 

이번에 핵발전·시설 해당 지역대책위 등이 문재인·심상정 후보와 맺은 정책협약은, 앞서 환경운동연합 등이 대선 예비후보들과 포괄적으로 맺은 정책협약에 비해, 해당 지역이 직면한 구체적 현안을 중심으로 탈핵운동 내에서조차 섣불리 제기하기 힘들었던 신고리4호기’, ‘신울진1·2호기등도 쟁점화하며, 유력 후보들의 정책협약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한편, 안철수 후보(국민의당), 유승민 후보(바른정당), 홍준표 후보(자유한국당)는 이 탈핵정책협약에 응하지 않았다.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서약식 등, 잇따르는 정책 요구들

 

작년 10월부터 진행되어온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본부 역시, 대선 후보들과 서약식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만명이 서명한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은 신고리5·6호기, 삼척·영덕·울진 신규핵발전소 백지화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및 폐쇄 사용후핵연료 관련 신규 핵시설 건설 철회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철회 및 공론화 재실시 탈핵에너지전환정책 수립 및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 재생에너지 지원 및 확대정책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본부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31주년인 오는 426(), 그 결과를 발표하며 각 후보자들에게 서명운동 결과를 전하고, 동의하는 후보들과 서약식을 맺을 계획이다. 나아가 차기 대통령에게도 서명지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영광핵발전소 인근 지역인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 대책위를 중심으로, ‘고준위핵폐기물방사능방재 정책을 둘러싼 협약도 준비 중에 있다. 최근 탈핵전북연대,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공동행동 등은 영광-고창 고준위 임시저장고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고준위 최종/중간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2024년 영광핵발전소에 사용후핵연료가 포화되면, 영광1~6호기 모두 가동을 중단한다 핵발전소 지역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핵발전소 사고를 대비한 실질적인 방사능방재 및 대피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걸맞는 방재예산을 확보한다 등을 주요 정책 협약 내용으로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 없고,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고 신설 문제가 전국적으로 가장 먼저(2024)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영광핵발전소 인근 전남·북 지역은, 핵심적인 지역 현안으로 이 정책 공약을 선정했다. 지역 내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고 건설 계획 폐기와 동시에 낡은 핵발전소 조기폐쇄까지 함께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2024년이면 설계수명(40)을 다하지 않은 영광1·2호기(가동 38~39년차), 3·4호기(가동 29~30년차), 5·6호기(가동 22~23년차)까지 모두 멈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라, 앞서 공정률 99% 신고리4호기의 건설 중단을 정책 협약한 정의당조차 부담을 느끼는 눈치라고 한다.

 

누가 탈핵후보냐’, 꼼꼼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정당’, ‘정책’, ‘인물등등을 고려할 것이다. ‘정책역시 경제, 노동, 복지 등등을 고루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탈핵 정책역시 마찬가지다. 비슷비슷한 정책협약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책협약에서 재검토중단’, ‘백지화가 맥락과 의미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검토는 말 그대로 검토를 다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획을 취소할지 말지 그 여부는 알 수 없으며, 건설 중단은 일시 중단과 비슷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즉 두 가지 모두 일시적으로 시간이 지연될 수는 있지만, 계획이 계속 추진될 여지를 남겨 둔 표현이다. 반면 백지화는 계획을 백지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계획 취소를 의미한다. 표현의 차이가 실제로는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사회 탈핵을 희망하는 시민들로서는, 5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모두를 꼼꼼히 살펴본 뒤 자신의 뜻에 부합하는 탈핵후보를 선출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탈핵신문 2017년 4월호 (제51호)

윤종호·이헌석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