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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에너지전환

삼척, ‘미세먼지 비상’…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논란

2014년 삼척시민들은 주민투표를 거쳐 정부의 신규핵발전소 계획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당시 주민투표 결과, 삼척시민의 85%가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했다. ‘반핵을 으뜸 공약으로 내건 김양호 삼척시장이 전임 시장과 정부가 추진했던 핵발전소 유치에 종지부를 찍던 순간이었다. 정부가 유치신청 당시 주민서명부를 근거로 삼척시민 96.9%가 찬성하고 있어 주민 수용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김양호 시장은 위대한 삼척시민 승리라며, “이제 반목과 갈등을 넘어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화합과 희망의 나라로 나가자고 선언했다. 과거 1990년대 삼척시민들이 정부의 핵발전소 건설을 한 차례 막아낸 데 이어 쟁취한 두 번째 승리였다.

 

그런데 삼척은 여전히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핵발전소가 아니라 바로 석탄을 연료로 한 화력발전소 문제다. 전임 시장은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소 유치도 함께 추진했다. 동양파워()가 삼척시 동양시멘트 폐광부지에 1,050MW(메가와트)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 계획은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고 발전사업자 허가를 받았다. 이후 동양그룹의 경영악화로 인해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가 사업권을 인수해 포스파워로 명칭을 변경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당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논란을 거듭하며 추진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27일 이용우 사무국장(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 대책위원회)이 도심에 인접한 석탄발전소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석탄발전소, 삼척 도심과 불과 3km 인접

 

지금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 오염원으로 각인됐지만, 4년 전이었던 사업 허가 당시에는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석탄을 태우는 화력발전소는 다량의 대기오염물질과 유해 중금속물질을 배출해 조기사망과 질환을 일으키는 공중보건의 적으로 악명이 높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은 총 배출량 중 각각 11%19%를 차지하는 최대의 단일 배출원이다. 이 오염물질은 공기 중에서 화학작용을 통해 ‘1군 발암물질로 알려진 미세먼지(PM2.5)를 생성하고 우리의 호흡기를 공격한다.

 

석탄화력발전소 증설로 인해 공중보건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는 경고가 거듭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로 인해 해마다 약 1,100명이 조기사망할 것으로 예측됐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며 세계 각국에서 퇴출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삼척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피해는 간과됐다. 여기에는 사업자의 눈속임이 주요했다. 동양파워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친환경 화력발전사업으로 부르며 시민의 눈과 귀를 가렸다. 삼척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대목도 작용했다. 그럼에도, 석탄화력발전소가 삼척시민 80%가 생활하는 도심과 불과 3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대기오염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정부는 발전소 입지에 대한 주민동의서 확보를 주변 5킬로미터로 권고했지만 삼척 석탄발전소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3킬로미터로 한정해 허용했다.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가 승인된다면, 삼척시민들은 그야말로 석탄화력발전소에 포위되는 상태에 처할 위험에 있다. 이미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 더해서 올해까지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가 차례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삼척 도심에서 북쪽으로 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동해화력이 15년 넘게 가동 중인 가운데 같은 부지에 GS동해전력의 1,190MW 북평화력발전소가 올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척시 원덕읍의 2,000MW ‘삼척그린파워석탄발전소도 지난해 말 1호기 준공 이후 올해 2호기도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환경부는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비소, 카드뮴, 벤젠 등 유해물질의 현황농도가 이미 발암 위해도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에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입지할 경우 추가적인 오염배출로 인해 건강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삼척주민들은 시멘트공장과 산업시설과 같은 사업장으로 인해 이미 삼척지역에 대기오염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도심과 인접해 석탄화력발전소가 추가로 입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청정에너지 친환경 도시삼척의 딜레마

 

핵발전소 백지화 선언 이후 삼척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다. 삼척시는 2015년을 청정에너지·친환경 도시 건설원년으로 선포하고 202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총 200M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건설에서 벗어나 분산형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이대로 추진된다면, 삼척시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실 삼척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진흥 정책을 강력히 주도했던 주역은 산업통상자원부였다. 지난해 연일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시민의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는 미세먼지 특별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배출원 중 하나인 석탄발전소에 대해 노후 발전소 10기를 폐지하고, 앞으로 석탄발전소를 추가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지금까지의 석탄발전소 확대 정책이 대기질 개선과 기후변화 완화에 어긋났음을 가까스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포스파워를 비롯해 기존 계획에서 승인했던 9기에 달하는 석탄발전소 사업은 그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이후 당장 올해까지 12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새롭게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폐지되는 노후 발전소보다 새로 가동되는 석탄발전소 용량이 5배를 넘는다. 그야말로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고 말하는 셈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우려로 현재 전력공급의 4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제한하자는 논의가 진행되는 마당에 이대로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더 늘리자는 논리가 과연 합리적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16년 더 나은 삶 지수조사에서 한국이 대기환경에서 38개국 중 꼴지를 기록했고,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추가 대응을 하지 않으면 2060년에는 한국의 대기오염 사망률이 연간 1109명으로 현재보다 3배 증가해 가장 높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발전소의 증설 때문에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후퇴했고 결국 국제적으로 기후 불량국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상황이다. 석탄발전소로 인한 피해 비용을 사업자 대신 일반 시민들이 온전히 부담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삼척 포스파워 최종 인·허가 시한은 올해 6월까지 만료될 예정이다. 애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공사계획 인가 기간이 올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6개월 연장된 것이다. 석탄발전소가 일단 가동되면 그 피해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그치지 않는다. 당장 1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불어오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걱정하면서, 훨씬 가까운 국내 석탄발전소 문제에 눈 감아선 안 된다.

 

정부가 사업자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신규 석탄발전소 계획의 철회를 선언해야 한다.

 

이 기사는 월간 함께사는 길(2017. 3월호)에 공동게재 되며, 지면 관계상 일부 내용을 생략하였습니다.

전문은 탈핵신문 홈페이지(nonukesnews.kr) 참고.

 

탈핵신문 제50호 (2017년 3월)

이지언 편집위원(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