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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터뷰, 변영철 변호사(법률사무소 민심, 갑상선암 공동소송 주심 변호사)

600명이 바로 살아있는 증거야!

 -전세계 표준인 ICRP 모델, 이건 과학이 아니다

 


작년 1017, 획기적인 판결이 있었다.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이진섭 씨 가족) 갑상선암과 핵발전소의 상관관계를 부분적으로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 사례다. 이 사례를 계기로, 전국의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 약 600명이 갑상선암 공동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본지 8월호 참고>.


이 갑상선암 공동소송은 법률사무소 민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핵발전소 주변지역 대책위 등 여러 단위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 지난 821()은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 과학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가 출석해 증인 심문을 진행한 날이다. 탈핵신문은 이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처음 시작했고, 현재 주심을 맡고 있는 변영철 변호사를, 당일 부산에서 만났다.



 

△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맡고 있는 변영철 변호사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부산대 경제학과 81학번이고, 학교 졸업하고 공장에 용접공으로 위장 취업했다. 10년 정도 노동운동을 했고, 이후 고시공부를 한 뒤 200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주로 노동, 산재 등을 다뤄왔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부산 연제구에 소재한 국내 최대 석면 공장인 제일화학의 석면 피해자(해당 노동자·지역주민 악성중피종) 사건을 맡아 승소한 바 있다. 석면의 잠복기간은 20~30년이다. 나름 관련 공부를 해 본 이력이 있다(웃음).

 

갑상선암 소송을 맡게 된 계기는


부산에서 2012년 녹색당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구자상 씨를 통해 이진섭 씨를 알게 됐다. 이진섭 씨는 20년 이상 고리핵발전소 근처에 살았는데, 본인은 대장암, 부인은 갑상선암, 아들 균도는 발달장애, 장모는 위암에 걸려 있었다. 게다가, 이웃들도 암 환자들이 많아 뭔가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희한한 일이었다.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구자상 씨가 소송을 해보자고 제안하면서 맡게 됐다. 처음에는 소송에 이길 수 있겠나,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2010년부터 기장군민을 대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몇 명을 검진했고 몇 명이나 암이 발생했는지를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출발이었다.

 

이후, 서은경 변호사(법률사무소 민심)와 함께 2년 동안 소송을 진행됐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검사 결과가 2014년에 나왔는데, 3천명의 주민들 중 41명이 갑상선암이었다. 단일 암으로는 엄청난 숫자다. 게다가 핵발전소 주변지역주민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를 20년가량 진행한 안윤옥 교수(서울대)는 주변지역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2.5배 높다고 보고서에 담았고, 주영수 교수(한림대)의 비판적인 지적이 있었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대한직업환경의학회에 진료기록 감정촉탁을 맡겼는데, 그 결과도 역시 우리 주장을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 이후, 갑상선암 공동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작년 10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이진섭 씨 가족 소송(균도소송)1심 판결이, 부인의 갑상선암에 대해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그 직후 이번 소송과 관련된 모임이 기장에서 있었는데,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 갑상선암 공동소송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개진되었다. 나는 겁이 나더라. 50명도 안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약 600명가량이 이번 갑상선암 공동소송에 참가했다. 이걸(균도소송) 이겨서 저걸(갑상선암 공동소송) 이기는 것이 아니고, 저걸 이겨서 이걸 이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무슨 뜻인지?


원래는 균도소송을 이겨서 뒤에 사람들(갑상선암 공동소송)을 이길려고 했는데, 그럼 못 이긴다. (한 사람의 사례로는) 역학적 증거가 안 된다. 못 이기는 싸움이다. 지금 보니까. 600명이 받치고 있으니까, 이게 증거야. 바로 이 600명이 살아있는 증거다. 그래서 이걸 이기면 균도소송이 그 결과를 타고 가는거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벌려 버린 게 굉장히 잘 한거라고 생각한다.

 

ECRR의 크리스토퍼 버스비는 어떻게 초청하게 되었나


하지만, 600명씩 되니까 점점 겁이 나더라. 주변 변호사들은 한편으로 부러워하면서도, ‘못 이긴다, 개고생만 할거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그 분위기를 읽고 있다. 나로서는 이 사안에 전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관련 논문을 찾다가 이 분을 발견했다. 내용이 제일 좋더라. 깜짝 놀랐다.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 크리스토퍼 버스비의) 결론이 (저선량 방사선의 위험성을 왜곡하는)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엉터리고 과학도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전세계의 표준인 ICRP에 대해 정치적 가치판단을 하는 놈들이라며, 원자력산업을 배경으로 과학으로 포장해 비호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그 내용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독일의 모든 핵발전소 주변 0~4세 어린이를 20년 이상 전부 조사한 결과가 있다. 소아암childhood cancer2배 이상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결론은 ICRP 모델이 1000배가 잘못되었다는 내용이다. 1000배가 잘 못 되었느냐가 의문이었다. ICRP 모델은 히로시마 핵폭탄 피해 생존자를 조사한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이 모델은 핵폭탄과 같이 일시적인 고선량 외부피폭에 대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장기적인 저선량 내부피폭에 바로 적용시킨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ECRR 모델을 적용하면 독일 사례가 입증된다.

 

그리고, 한국은 왜 갑상선암이 많냐고 물었다. 이 경우는 세계적으로 벨라루스 인근과 후쿠시마 2군데 밖에 없고, 이는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일시적 증가다. 사고 없는 집단 발생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한국이 핵발전소 옆에 인구가 너무 밀집해 산다는 것이다. UNSCEAR(원전 방사선 영향에 대한 유엔과학위원회)ICRP보다 공식적으로는 권위가 있지만, ICRP가 지시하는 대로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1990~1997년에 UNSCEAR에 보고하기를, 요오드131(방사능 요오드는 갑상선에 접착한다)을 얼마나 배출했느냐면, 고리는 29.6기가베크렐(GBq, 기가Giga109을 뜻하는 단위로 십억을 뜻한다, 편집자주)이다. 이는 세계 몇 개 나라를 제외하고는 10~20배 높게 배출한 것이다고 한다.

 

향후 어떻게 전개되나


오늘 크리스토퍼 버스비 증언 이후 다음 단계는 현장 검증이다. 현장 검증 신청을 했고, 국내 핵발전소 4군데 모두를 방문하여, ‘얼마나 배출하는냐’, ‘기체·액체로 방사성물질을 배출한다는데, 어디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버리느냐’, ‘한 달에 한번인지, 두 달에 한번인지, 모아서 버리는 지, 섞어서 버리는 지등을 봐야 할 것이다. 저쪽에서는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저렇게 답장하는 것은 처음 봤는데, 그럼 (우리쪽에서는) 절대로 봐야지. 향후 현장 검증을 허용할 건지 말건지 논란으로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크리스토퍼 버스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총을 든 강도가 나타나, 1년에 1명씩 죽이겠다고 한다. 그럼 경찰이 어떻게 하겠느냐. 그를 체포할 것이다. 하지만 핵발전소는 1년에 50명씩 죽이겠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핵발전소는) 면허받은 살인이다. 앞으로 핵발전소에 대해서 저항하지 않는 사람은 살인 부작위범(不作爲犯,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범죄)이며, 공모공동정범(共謀共同正犯, 공모한 이상 비록 실행하지 않아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로 공동정범이 된다는 판례상의 이론, 편집자 주)이다. ICRP의 논리를 인정하는 과학자, 정부관리 등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아우슈비츠에서 독가스로 죽인 것을 전범재판에서 처벌했듯이) 모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의도성을 가지고 축소시키는 전범에 해당한다. 반드시 재판에 회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탈핵신문에 대해 관심 갖고 구독해야겠다. 반핵운동 열심히 해보자(웃음). 

 

 

오하라 츠나키·윤종호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5년 9월호 (제3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