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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인사말

탈핵신문 발행인 인사말-소통과 연대를 위한 탈핵운동을 지향하며

소통과 연대를 위한 탈핵운동을 지향하며

 

김준한(신부, 탈핵신문 발행인)


 

숨 가쁜 나날입니다.

어떤 한 문제에 여유 있게 매달려 깊이 있게 대응하기에는 핵발전이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너무도 많습니다. 현재 핵발전소는 물리적 폭발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뿐이지 이미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위를 넘어 사회적 임계사고를 일으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올해 들어서만도 국무총리의 전격적인 방문을 통해 신규핵발전소 건립 분위기를 강제하는 영덕의 상황, 노후 핵발전소인 월성 1호기에 대한 무리한 날치기 수명연장, 법의 기본취지가 무색하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최소한으로 묶어두려는 지방자치단체들, 공론화 없는 독선적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활동 등. 핵발전은 총체적인 난국을 넘어, 거스를 수 없는 탈핵의 시대적 흐름을 굳이 역행하는 핵마피아의 저항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발전소 어딘가 심각한 고장이 난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은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그것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핵발전에 맞서 다양한 그룹과 개인이 탈핵의 흐름에 진입했다는 것은 하나의 희망입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환경운동 영역을 넘어 다양한 연령대와 분야, 그리고 특별하게는 핵발전소로부터 30km라는 사고 시 피해 예상범위를 뛰어넘는 지역에서 탈핵을 위한 싸움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핵발전의 피해당사자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고 연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 모든 움직임이 있는 곳곳에 탈핵신문 독자들도 함께 계셨고, 또 탈핵신문도 함께하였습니다. 아직 모든 것이 부족한 신문이지만 탈핵운동에 이렇게나마 기여할 수 있었던 것도 오직 독자들의 후원과 응원 덕분입니다. 이처럼 열악한 재정상태와 낮은 인지도, 그리고 부족한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지지해주시는 여러분들의 힘이, 탈핵신문이 지치지 않고 탈핵을 위한 유일한 매체의 기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해 탈핵신문 편집진과 운영진은 부족한 재원과 인적구조를 탓하며 머뭇거릴 틈도 없이 감히의욕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먼저 탈핵신문이 신문을 위한 신문이 아니라, 탈핵운동에 기여하기 위한 신문이어야 한다는 첫 마음을 기억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외부활동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물론 신문은 기사로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고 유통하기 위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이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곧 탈핵운동의 지역별 현황에 대한 이해와 전국의 탈핵활동가들의 소통과 연대를 위한 지역별 좌담회를 기획하였습니다. 탈핵신문 편집진과 운영진은 모두 각자의 자리와 지역에서 탈핵운동에서 한몫을 담당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시간과 열정을 쪼개어 지역을 순회하며 의견을 듣고 소통하며 탈핵을 위한 공통분모를 묶어내고자 합니다.

또한 그러한 작업의 작은 결실로 올해 안에 전국 단위의 탈핵활동가대회의 개최를 제안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신문 외적인 일로 관심사를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3년 동안 오프라인 신문 중심으로 운영되던 것을 올해부터는 온라인 강화를 위한 계획도 조심스럽게 세워봅니다.

2015년 탈핵신문의 이와 같은 시도가 마지막 12월에 어떤 기사로 지면에 나타날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흔히 거창한 계획에 뒤따르는 초라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각오를 다져봅니다. 이것은 탈핵신문을 위해서도, 더 나아가 탈핵운동 전반을 두고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양하게 분화된 탈핵운동, 그것을 폭력적으로 하나로 묶어서는 안되겠지만 지금처럼 소통부재의 상황이 이어지면 그 정체의 와중에 탈핵을 위한 열정은 조금씩 식어가고, 같은 지향점을 향하면서도 낯선 이웃으로 서로를 외면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해봅니다.

지금껏 말로 약속을 드렸습니다. 이제 그 약속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부족한 편집진과 운영진의 발걸음에 변치 않는 응원과 격려를 바랍니다. 그 응원과 격려를 다시 한 번 청하며 조심스럽게 구독료 인상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최소한의 원가도 마련하기 어려운 지금의 구조를 조금이나마 타개하기 위해 현재 12만 원인 구독료를 올해부터 3만 원으로 인상하고자 합니다. 갑작스러운 구독료 인상조치를 너그러이 받아주시기를 바라며, 탈핵신문의 새로운 시도에 함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발행일 : 20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