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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지금 탈핵은, 우리 사회 대세!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의 성과와 과제

지난 10월부터 대선후보들에게 탈핵에너지전환을 요구하는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진행했다. 잘가라 핵발전소 서명운동은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과제로 신고리5~6호기, 삼척·영덕·울진 신규핵발전소 건설 백지화 사용후핵연료 관련 신규 핵시설 건설 철회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폐쇄 고준위핵폐기물 관리계획 철회 및 공론화 재실시 탈핵에너지전환정책 수립 및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 재생에너지 지원 및 확대정책 실시 등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 사상 초유의 대통령 국정농단과 탄핵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서명에 함께 했다. 최종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서명인수는 30만 명을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목표했던 100만 명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빨라진 대선으로 서명운동을 조기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지난 426() 서명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갖고 서명운동 결과(서명자수 261,027, 426일 기준)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대선후보들에게 전하고, 서명운동의 요구안을 약속받는 과정을 진행했다. 이후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선거대책위원회)에게 이 결과를 전하고 약속을 받는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2012년 대선을 떠올려보면 정말 진전된 성과다. 2달이 넘게 전국의 탈핵운동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만든 서명운동의 요구안을 주요후보들이 대부분 공약으로 채택하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과 현장, 사회 곳곳의 영역에서 탈핵의 씨앗을 뿌리며 함께 달려온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100만 서명운동이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무국에는 거의 매일 같이 우편으로 서명지가 도착했는데, 대부분은 수십명 단위였다.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동네를 다니면서 받은 서명지, 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여한 서명지, 성당과 교회, 사찰에서 받은 서명지 등을 받았을 때 탈핵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 추운 겨울 촛불혁명과 함께하며 광장 곳곳에서 가판을 차리고 목소리를 외치며 서명을 진행해준 단체와 시민들의 노력도 돋보였다.

 

감히, “지금 탈핵은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선 기간 동안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소개하는 문재인 1번가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정책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건설 중인 신고리5~ 6호기를 포함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취소하겠다고 밝혔고, 공정률 90%가 넘는 신고리4호기와 신한울1~2호기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탈원전로드맵을 마련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과 권한 강화, 원전 내진설계기준 상향 조정 등 다양한 원전 안전 공약을 제시하고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와 제2원자력연구원 건설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탈핵을 위한 길로 가는 많은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지금이다. 잘가라 핵발전소 서명운동본부는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명지를 전달하고 약속했던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정책의 조속한 결정과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리고 공약으로 채택되지 못했던 문제들 역시 해결하기 위한 운동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618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가동된 핵발전소 고리1호기가 영구히 정지되고 폐쇄 과정에 들어간다. 이날이 바로 한국의 탈핵에너지전환을 본격 시작하는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 시작은 신고리5~6호기 건설 백지화, 월성1호기 폐쇄로부터 될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핵산업계와 친원자력 전문가, 언론, 정치인 등이 신고리5~6호기 등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면 전력대란과 전기요금 인상, 경제피해 등을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다시 한 번 탈핵운동도 힘을 모아 흔들림 없이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결정사항들을 이행하고, 더 진전된 탈핵에너지전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은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이 보여주었듯이, 목소리 큰 몇몇의 주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 힘은 바로 탈핵을 염원하는 시민들을 하나하나 모아나가고 큰 바다를 이루는 데 있다. 당장은 618일 고리1호기 폐쇄하는 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도록 탈핵의 기운을 크게 한 번 모아보자.

 

탈핵신문 2017년 5월호 (제52호)

안재훈(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본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