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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향후 100일, 한국 탈핵정책의 향방 가른다!

허니문 기간에 들어간 문재인 정부

 

최근 언론과 정치권에선 허니문 기간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신혼여행을 떠난 신혼부부처럼 당분간 정치권과 신임 문재인 정부가 충돌보다는 달콤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기대선으로 인수위 기간조차 없이 투표 다음날 취임하고, 차기 국무총리 등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선 차기 정부에 일단 시간을 줘야한다는 주장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크고,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큰 상황에서 치러진 조기 대선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불통의 상징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과 너무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대선 이후 기대치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대통령에게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 탄핵 사태와 대선 결과에서 드러나듯이 기존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아직 통합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아직은 공약 이행을 채근하기 보다는 지켜볼 것이 많은 상황이다.

 

첫 시작은 청와대 인선, 이후 탈핵선언 여부와 정부조직 개편

 

하지만 대선 기간 동안 쟁점이 되었던 탈핵에너지 현안들을 보면 그리 여유가 많지 않다.

이미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경우, 하루하루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손실액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기존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른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논의 중이기도 하고, 대전에선 7월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핵재처리 본격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 의지는 청와대와 장관 인선, 정부조직 개편에 달려있다. 511()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청와대 직제를 개편했다. 이번 청와대 직제 개편을 통해 정책실장과 일자리 수석을 신설했다. 탈핵에너지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할 별도 비서관이나 조직 체계가 신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정책실장과 사회수석, 경제 수석의 성향이 탈핵 정책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또한 기후환경과 산업정책 비서관 역시 탈핵에너지정책 추진에선 중요한 이들이다. 청와대는 보통 부처간 정책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인적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 자리에 탈핵에 반대하는 이들이 들어올 경우, 선거 공약과 무관하게 탈핵정책은 동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탈핵 언급을 언제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간이 늦춰질 경우 건설 비용 증가 등으로 탈핵 동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정권 초 기본 입장을 재발표함으로써 동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탈핵시민사회 로드맵팀에선 618일 고리 1호기 폐쇄일에 맞춰 대통령이 직접 탈핵선언을 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고리 1호기 폐쇄일은 상징성이 클 뿐 아니라 정권초기이고, 대통령 선거 이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이후라 기본적인 조직 개편이 마무리된 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 초기에 중요한 시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부 장관 청문회 때이다. 아직 정부조직 개편 방향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명칭은 바뀌겠지만, 핵발전소와 핵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부처 장관 청문회는 탈핵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핵산업계에선 탈핵정책이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관 청문회는 탈핵진영과 핵산업계가 맞붙는 첫 번째 격돌장이 될 것이다. 신임 장관은 현재 탈핵현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 선임되어야 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기 구상과 굳은 신념을 갖고 있는 이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신혼여행에서 이혼하는 부부가 되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 떠나는 신혼여행은 달콤하다. 하지만 수십 년간 각자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 갑자기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갈등은 시작되고 그것이 격화되어 신혼여행 이후 이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새 정부와 탈핵진영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 두 진영이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을 이어갈 지 새로운 갈등과 분쟁으로 파국적인 이혼을 겪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정부조직이 개편되고 세부적인 정책 방향이 잡히는 문재인 정부 초기 100여 일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부적인 정책 수립과 치밀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탈핵은 또다시 공약으로만 머무르게 될 것이다. 향후 100.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의지를 제대로 보여주기 바란다.

 

탈핵신문 2017년 5월호 (제52호)

이헌석 편집위원 (에너지정의행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