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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고리,신고리관련)

<창간호> 희망은 일상이어야 한다!

희망은 일상이어야 한다!
울산탈핵희망텐트를 마치고


이선원(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


살다보면 문득 깨달아질 때가 있다. 물론 나의 경우지만, 적당한 정의감과 적당한 사명감, 그리고 적당한 관성의 힘으로 살아온 날들에 대한 반성같은 것 말이다. 그 찰라와도 같은 반성의 순간에 얻는 깨달음이란 알고보면 그야말로 단순할뿐더러, 일단 깨닫고 나면 이후 인식의 확장도 그야말로 대도무문이다.

내게 탈핵은 그렇게 다가왔다. 중요한 건 알겠는데, 실천해야 할 당위도 충분한데, 하지만 결코 일상이 되기엔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어느 순간 느낌이 팍 왔다. 환경운동이란, 그리고 탈핵이란 복잡한 이념이고 가치관, 철학 등등을 갖다 댈 필요도 없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운동이라는 것. 남과 더불어 내가, 그리고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실천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하니, 행복해져야 할 대상이 인간만이 아니라 무릇 생명이고 자연까지라는 것까지 쑥 커져 버렸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가치 실현을 위한 실천은 일상에서 면면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6월, 울산탈핵희망텐트는 그런 의미에서 기획되었다. 애시당초 1박2일 농성에서부터 시작해 탈핵희망텐트라는 이벤트로 귀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우리는 색다른 집회방식을 고민했다. 그 고민의 과정에서 ‘즐겁고 유쾌한 탈핵운동’, ‘일상과도 같은 평온한 탈핵운동’의기본 취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울산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 둔치라는 공간(자연)에서의 탈핵희망텐트! 대충 그림은 만들어질 것 같았고, 그 속에 담길 의미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적어도 울산에서는 처음 시도되었던 ‘1박2일 야외캠프집회’라는 형식에 대한 부담이 컸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적은 인력과 보름도 채 되지 않았던 짧은 준비기간 탓이었을까? 어찌되었든 텐트를 수배하고, 필요한 장비와 준비물을 챙기고, 공간을 확보하는 등 행사의 하드웨어적 요소에만 매달려, 정작 행사가 담보해야 할 컨텐츠에 대해서는 담당자에게만 맡겨둔 채 전체적인 크로스체크를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탈핵토크를 위해 경주환경운동연합에서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주신 이상홍 국장님을 비롯해 울산의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백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태화강의 밤을 밝혀 주셨지만, 마치 활동가들이 하드웨어팀과 컨텐츠팀으로 나뉘어진 듯한 행사 운영은 여전히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울산탈핵희망텐트’가 지니는 긍정적인 의미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어린 아이들이 뛰어노는 평화로움과 빔프로젝트로 상영되는 체르노빌핵발전소 폭발사고의 끔찍한 공포가 공존하는 집회공간. 그 동일한 시간과 공간속에서의 두 풍경이 이루는 극단적 대비는 생명과 평화에 대한 절실함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탈핵은 바로 어느 특정한 시간과 장소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일상속에서 끊임없이 실천되어져야 할 어젠다임을 상징하기에도 충분했으리라.

다만 이러한 일종의 동기부여를 어떻게 지속가능케 할 수 있는가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들에겐 과제로 남는다. 물론 힘들 것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해서 그 원칙이야 바뀌겠는가? 운동은 일상이고, 그리하여 일상은 곧 희망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