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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석 신부(탈핵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 '핵은 윤리 문제이자 신앙의 문제'

탈핵천주교연대가 2015914영덕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가지며, 출범했다. 탈핵을 실현하기 위한 천주교의 더욱 적극적인 활동이 기대되는 가운데, 탈핵신문은 탈핵천주교연대 양기석 집행위원장(수원교구 송전성당 주임신부)을 지난 1217() 용인 송전성당에서 만났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천주교 수원교구 송전성당 주임신부이며, 수원교구 환경위원장을 맡고 있다. 몇 년 동안 주교회의 환경소위 총무를 올 봄까지 맡았고, 지금은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대표, 탈핵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송전성당으로 온지 16개월 됐다.

 

탈핵천주교연대가 914일 출범했는데,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는지

2010년 가을부터 주교회의 환경소위 총무를 맡고 있었는데, 1년도 안 되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다. 탈핵교수모임으로부터 탈핵을 선언한 독일에 견학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20116, 독일에서는 자국 내 핵발전소를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그 직전에 간 것이다. 그 후에도 창조보전연대 관계자 등과 몇 차례 독일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독일은 단순히 정부 주도로 탈핵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독일 시민사회와 녹색당 등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탈핵에 대한 신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에서 환경문제로는 4대강 개발도 큰 이슈였다. 하지만, 하천개발은 원상복구는 어렵더라도 오랜 시간을 거치면 재자연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핵문제는 다르다. 한번이라도 사고가 나면 한 사회가 소멸될 수도 있고,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2013년 천주교에 관계되는 활동가 80여명이 모여 원탁토론을 통해, 환경문제에 있어 천주교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탈핵을 다루는 모임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결의가 있었다. 그 후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에 숙제로 남아 있었다. 영덕 문제가 불거지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로 하고, 914일 영덕성당에서 탈핵천주교연대 발대미사를 가진 것이다.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전주교구에 문규현 신부님, 원주교구에 박홍표 신부님, 예수교에 조현철 신부님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부산의 김준한 신부, 서울의 조해붕 신부, 대전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를 맡고 계시는 박상병 신부, 서영섭 신부(꼰벤투알) 15명의 집행위원과, 사무국으로는 김재욱 사무국장, 권오름 활동가가 있다.

교회 내 공식단체는 아니지만 NGO와 같은 성격으로, 기존의 환경운동, 농민사목, 정의평화위원회, 몇몇 평신도 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향후 직급에 따라 집행위원 단위와 평신도 등에게 직책을 맡기고, 또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을 섭외해 함께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영덕에서 발대식을 한 이유는?

그전에 천주교 창조보전연대가 적극적으로 삼척에 결합했었는데, 삼척은 탈핵시장을 뽑는 등 신규핵발전소 문제 해결의 물꼬는 튼 상태다. 하지만, 영덕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 영덕에 힘을 실어주자고 생각했다. 영덕이 멀다보니 약간 어려움도 있었지만, 뜻을 함께 하는 신부, 수녀 등 천주교인들 약 500명 정도가 한자리에 모였었다.

 

발대식 때 영덕군수에게 서한을 전달하셨는데, 답변은 받았나?

영덕군수는 본인은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며, 핵발전이 국가 사무이다 보니 본인은 선출된 공무원이라는 입장에서 주민투표를 추진하자는 주민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지원과 보조금 등 더 많은 약속을 영덕 군민들에게 한다면, 더 쉽게 수용될 것이라는 뜻의 이야기까지 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국 평행선을 긋고 끝났다.

 

향후 탈핵천주교연대 활동 계획은?

종교안에서 일상적인 홍보, 캠페인 활동과 함께, 정기적인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핵발전소의 위험성, 탈핵의 정당성을 알리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료를 제작해 각 성당에 배포하는 일도 하려고 한다. 여러 지역에서 천주교 신앙을 갖고 탈핵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과 함께 신앙적인 것을 바탕으로 외연을 확장해보려 한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에도 연대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혼자서 많은 일을 하기는 힘들지만, 구성원들과 함께 현장도 다니면서 역할을 잘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종교적 입장에서 탈핵을 주장하는 의미는?

천주교 신앙에 비춰보면, 세상에 어떤 것도 인간의 것은 없다. 모두 하나님의 것이다. 우리는 잠시 그것을 이용한 뒤, 후세대에게 넘겨줘야하는 의무가 있다. 천주교는 심판을 이야기하는데, 하늘나라에 가느냐, 지옥에 가느냐에 대한 성경의 기준은 하느님의 것을 잘 관리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잘 관리해서, 다시 되돌려드리는 것이 인간의 역할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은 인간 마음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줄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우상숭배와 같다. 하느님을 배신하고 내가 신이 되려고 하는 가장 위험한 행동이다.

자연에서도 방사능은 있다지만, 자연방사능과 핵분열을 통해서 얻은 방사능은 성격이 다르다. 핵문제는 신앙을 가장 위협하는 행위이자, 우리의 구원이 달려 있는 문제이다. 많은 분들이 핵발전은 과학의 영역인데, 왜 종교가 반대하냐고 하지만, 세상에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 한쪽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고, 환경·생태문제가 단순한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과 관련된 윤리의 문제, 근본적인 신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에 대해 인지하게 된 이상, 탈핵을 위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후쿠시마에도 다녀오셨는데, 소감은?

후쿠시마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후쿠시마의 미래라는 다큐를 공동체 상영회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26년 뒤의 후쿠시마가 이럴 거라고 생각해보게끔 만든 다큐였다.

막상 후쿠시마에 가보니, 정말 말 그대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었다. 복구를 얘기하는데, 전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교황님이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모든 문제의 근본에는 대량 소비문화와 기술 지상주의가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잘못된 것인지를 후쿠시마에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자발적 피난을 선택해 후쿠시마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한 아이 아빠를 도쿄 세미나에서 만났다. 굉장히 걱정하는 안색으로 나는 감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고 말씀하신 게, 너무 가슴 아팠다.

정치인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마치 애국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후쿠시마 사람들에게 애국이라는 말은 현실을 왜곡, 호도하는 말이다. 위기적 상황에서 이런 식의 모순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참으로 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탈핵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탈핵신문 독자들은 상당히 전문적이라 생각한다. 탈핵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각계에서 탈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지만, 앞으로 탈핵천주교연대에서도 좀 더 계획적이고 규모 있게 탈핵을 위해 노력하겠다. 그리고 많은 분들과 연대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탈핵신문 제38호 (2016.1월호)

오하라 츠나키·윤종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