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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퇴장했다’'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인터뷰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퇴장했다

 

정리 : 오하라 츠나키, 윤종호 편집위원



지난 227일 새벽 1, 9명으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7:0이라는 표결로 대다수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결정했다. 당일 회의 말미에 표결을 거부하며, 김익중·김혜정 2명의 위원은 퇴장했다. 41일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3·11 4주기를 전후해 두 차례나 일본 출장을 다녀온 김혜정 위원을 만나, 그 전후맥락을 들어보았다.

 

 

<사진 : 오하라 츠나치 제공>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고향이 울진이다. 1988년 울진1호기가 가동되었는데, 울진반핵운동청년협의회에 참여한 이후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해추방운동연합에서 상근활동을 시작으로 2000대 중반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사고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위원장을 맡았었다.

현재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환경운동연합 원전특위 위원장,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3곳 모두 비상근으로 역량을 배분해서 역할하고 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반 시민들의 방사능 오염 식품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운동연합·차일드세이브·한살림 등 7개 단체가 모금한 15천여만원 상당의 기금을 갖고 방사능측정 설비를 마련해 2013415일에 창립한 네트워크 단체다. 작년까지는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에너지기후와 원전을 분리해 원전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9명으로 구성된 원안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고, 위원장이 4명을 제청한다. 나머지 4명은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한다.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와 제가 야당 추천 위원이다.

 

▶ 지난 원안위 회의 도중 퇴장한 이유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처음으로 노후원전 수명연장이 원안위 안건으로 다루어졌다.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했다. 원안위의 법적 권한 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안전성 문제이고, 법적인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를 심의했어야 한다.

하지만, 첫 번째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 원자력안전법 103조에 주민의견을 수렴해야 된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세 번째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표결을 강행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까지 1년 반 정도 원안위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여러 차례 표결이 있었지만, 표결을 거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신월성 2호기 허가, 경주 방폐장 운영 허가 등이 있었고, 심지어 7~8개월 간 논의한 것도 있다. 지금까지 표결에 참여했고, 표결로 결정하는 것을 인정했다. 상호입장이 달랐지만, 논의는 충분히 진행했다.

퇴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사안의 중요성, 후쿠시마 이후 국민들의 높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단 3번의 회의로 표결했다. 안전성, 주민의견수렴, 법제처 의견수렴 등이 안 된 가운데 표결을 강행했다. 원안위가 이렇게 표결을 강행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퇴장했다.

원안위 시스템을 존중하고, 그 역할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기에 퇴장을 선택할 때 참혹했다. 15시간 동안 진행된 당일 회의에서 인신 공격적 발언을 비롯해 고성이 오갔다. 9시경 표결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했다. 논의과정보다 결정하겠다는 것이 주요흐름이었다. 무거운 책임감과 참담함을 안고, 새벽 1시경 고심해서 내린 결론이다.

 

▶ 세 가지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첫 번째 안전성 문제다. 원자력안전법에는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수명연장 할 때는 최신 안전기술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월성 1호기의 경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그것이 안 되었다. 월성1호기는 1983년 가동됐고, 같은 노형인 월성2~4호기는 1997~99년 가동됐다. 우리나라 전체 24기 원전 중 유일하게 월성1~4호기만 중수로다. 우리나라는 통상 도입국의 규제기준을 따른다. 중수로는 캐나다에서 도입했으니, 캐나다 기준을 적용해 운영해왔다.

1983년과 1997년 사이인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터졌다. 캐나다가 체르노빌 사고 이후 R-7이라는 중수로 안전기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격납용기 안전기준을 만들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격납용기가 없어, 방사능물질이 전세계로 날아갔다. 세계 원자력계가 주목했던 점은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능 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격납건물에 대한 안전성 강화가 중대한 과제였다. 그 핵심은 사고 시 방사능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중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다. 격납건물은 외부로 연결되는 밸브와 통로가 많다. 그 밸브와 통로를 이중화하는 것이다. 중수로는 경수로와 달리 매일 핵연료를 교체하는데, 적어도 40분 동안 격납용기가 열린다. 사용후핵연료 방출구 수문(水門)이 월성1호기는 물이 차폐벽이었다면, 금속 게이트()를 달아서 사고 시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밸브도 다중화하여 이쪽 밸브가 열리더라도 저쪽 밸브가 잠기도록 하여 방사능물질이 외부로 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1991년 만들어진 이런 R-7 기준이, 월성 2~4호기에는 적용되었지만, 월성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법은 최신안전기준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14년 전에 만들어진 기술기준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우리가 모두 평가했는데, 안전했다. R-7의 철학을 반영했다. 외국 규제 기준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기준으로 평가했고,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했지만, 문제제기 후 논란이 되었고, 이것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스트레스테스트는 논의되다 말았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원자력안전기술원과 민간검증단이 각각 작성했는데, 그 결과가 상반되게 나왔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안전하다. 민간검증단은 처음에는 32개를, 이후 절충해서 19개를 () 안전조치 하지 않으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다 말았다. 회의 당일 날 민간검증단 단장 김영민 교수(울산대)11시간을 기다리다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갔다. 그는 회의가 끝난 후 원천무효다라고 말했다. 이 분을 부른 이유는 스트레스테스트에 관해서도 논의할려고 불렀지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질문도 없는 가운데 표결로 간거다. 이렇게 최신 기술 적용 문제를 비롯한 스트레스테스트 등 안전문제에 대한 충분한 심의가 안되었다.

두 번째 주민의견 수렴문제다. 원자력안전법 103조에는 주민의견 수렴과 관련하여 올 1월에 법이 개정되었다. 예전에는 신규원전 건설 허가 때만 주민의견을 수렴하게 했는데, 노후원전 수명연장 때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그런데, 형법은 소급해서 벌을 줄 수 없으니까 제외하고, 신법이 만들어지면 구법은 자동소멸된다. 새 법에 따라 주민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원안위 사무처가 안해도 된다고 자체 해석했다. 그러면 법제처에 적용여부를 물어보자고 했지만, 그것도 무시됐다. 규제기관으로서 신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주민의견을 수렴하도록 조치토록 해야 할 터인데, 안해도 된다고 해석하고, 법제처 유권해석을 받자는 것도 무시하고 지나갔다.

세 번째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문제인데, 조성경 위원이 자격 논란이 됐다. 원안위 위원이 되기 3년 이내에 원전 이용자, 단체, 사업에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성경 위원은 3년 이내에 신규원전 부지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1년 동안 약 18백만원의 활동비를 받았다. 사업에 명백히 관여한 것이다. 관련 법에 의하면, 결격사유가 있으면 자동으로 자격정지다. 하지만 당일 회의에 참여했기에, 월성 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이 기피 신청을 냈다. 나도 문제제기 했지만, 당일 원안위는 법이 판결내릴 때 까지 참여해도 된다며 표결에 참여토록 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안위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원안위 속기록 공개, 방청, 이런 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도 많다. 원안위가 진정한 규제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처럼, 정치적 독립, 재정적 독립, 산업계로부터의 독립이 확보돼야 한다.

지금 사업자는 규제기관과 비교할 수 없는 인력과 예산, 설비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안위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미 24기의 원전이 가동·운영중이다. 원안위가 국민안전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관심을 갖고 감시하고 응원해야 한다.

 

발행일 : 20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