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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급식, 먹거리

법이 안정성을 보장하는가?- 일동후디스사 산양분유 법원배상판결

세슘검출, 법이 안전성을 보장하는가?

일동후디스사 산양분유 8천만원 법원배상판결과 환경운동연합의 항소

안재훈(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간사)


일동후디스사는 201282일 일동후디스사의 산양분유 1단계에서 방사성 세슘-1370.391Bq/kg(킬로그램 당 베크렐) 검출되었다는 환경운동연합의 보도자료 발표와 이후 기자회견 등으로 기업 이미지와 명예가 실추되고, 매출액에 손해를 입었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101심판결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재판장 배호근)기업이미지와 신뢰도가 저하되고 명예가 훼손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일동후디스사에 위자료로 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동후디스사는 이번 판결결과를 두고 산양분유의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미량이니 안전하다고 발표해야 하나

이번 사건을 두고, 기준치(세슘-137, 370Bq/kg)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인데 꼭 검사결과를 발표했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있다. 사실 환경운동연합 내부에서도 이를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무엇보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미량의 방사성물질도 그 자체로 기피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동후디스사가 문제의 해결보다 환경운동연합을 공격하거나, 고발 및 손해배상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결국 고심 끝에 환경운동연합은 이 결과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바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작은 위험성이라도 알리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공개를 통해 해당 분유회사가 더욱 안전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원인을 해결하고 개선할 것이라 판단했다.

세슘검출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검출결과가 공개되자 일동후디스사가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세슘이 검출되지 않았다였다. 해당 기업이 이러한 태도를 보인 데는 검사기관인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아래 조선대) 책임이 크다. 논란이 일자, 검사기관인 조선대가 스스로 검사결과를 부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대는 검출기 계측시간을 1만초로 했을 때는 세슘이 검출되지 않았고, 8만초로 측정한 것은 잘못된 검사방법이라 불검출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검사시간을 늘리는 것은 검출할 수 있는 최소한계치를 낮춰주기 때문에, 특히 적은 양의 방사성물질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검사기관이, 스스로 잘못됐다고 부정하는 결과를 왜 애초 검사의뢰자에게 제공했는가.

더구나 8만초 측정은 조선대 연구원이 1만초 측정 후 해당분유의 세슘 검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제안한 방법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이 이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자, 오히려 일동후디스사는 검사 책임자인 김숭평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검사한 분유 전 제품(검사를 맡긴 5개회사의 분유)에서 세슘137 검출!”되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고, 재판에서도 검사수행 연구원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사실이 아님을 진술했다.

문제는 사건 이후에도 일동후디스 산양분유에서는 세슘 137이 계속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에서도 해당분유를 1만초로 검사했는데, 세슘1370.6Bq/kg 검출되었다. 또 경주시의 조사에서도 0.81Bq/kg이 검출되었다.

기준치가 안전을 보장하는가

재판부는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건강에 해롭다는 과학적 진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환경운동연합이 이러한 위험성을 과장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학계의 정설은 방사선에는 역치가 없고, 방사선량이 증가함에 따라 암 발생의 위험도 선형을 그리며 증가한다는 것이다.

명백한 입증이 안되었다면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진실(의학계의 정설)에 입각해서 문제를 바라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더구나 해당 분유는 물조차도 그냥 먹이지 않는 6개월 미만의 영아들이 먹는 분유다.

지금까지 유해물질에 대한 위험성은 대체로 무지의 단계에서 인지의 단계로, 약한 기준에서 강한 기준의 관리로 변화해왔다. 방사선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그것의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라듐 등 방사성원소를 처음으로 발견한 퀴리부인도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결국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 이후에야 방사능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고,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피해가 있고 나서야, 기준들이 만들어지고 또 피해가 심각해질 때 기준들이 강화되어 왔다. 이런 역사를 살펴볼 때, 의학적으로 입증된 안전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최대한 그것의 저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정당한 것이 아닐까.

일동후디스사는 원인조사와 개선방안을 강구하라

이번 판결로 시민의 안전을 위한 알권리가 상당히 제약을 받게 되었다. 또한 환경단체의 개선 요구를 법적 소송으로 무마시키는 좋지 않은 선례도 만들게 되었다. 일동후디스사는 이번 재판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된 것은 없다.

환경운동연합의 항소로 법적 다툼은 계속되겠지만,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일동후디스사의 태도 변화다. 일동후디스사는 미량이어서 문제가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고 그것을 개선할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발행일 : 201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