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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가칭)'원자력진흥법 폐기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제안

∥ ‘반핵운동에서 핵재처리 반대 투쟁의 의미와 방향’ 토론회

(가칭) '원자력진흥법 폐기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제안

 

 

핵재처리 실험 저지 30km 연대1118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인근에 있는 관평도서관에서 <반핵운동에서 핵재처리 반대 투쟁의 의미와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는 20171월에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진행하려는 핵재처리 실험(파이로-고속로 연구)을 막기 위해 연구원 반경 30km 안의 대전, 세종, 충청 지역 60여 개 시민단체와 종교계, 정당 등이 모여 만든 연대단체다.

 

 

'핵재처리 실험 저지 30km 연대'가 11월 8일 대전 관평도서관 대강당에서 &amp;lt;반핵운동에서 핵재처리 반대 투쟁의 의미와 방향&amp;gt;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용석록)

 

이날 토론회는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고, 김준한 신부(천주교부산교구, 핵폐기를위한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핵 재처리 실험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주제로, 이경자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집행위원장이 핵 재처리 실험 저지 투쟁의 방향 제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전 위원장,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전 집행위원장,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간사, 남태제 녹색당 탈핵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했다.

 

김준한 신부는 발제에서 흔히들 핵 재처리 실험을 1997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연구개발 사업에서부터 검토하지만, ‘원자력진흥세력은 핵무기 개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졌던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핵 재처리에 관심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토론회를 비롯한 논의의 핵심은 반핵운동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며, 핵 재처리 실험의 과학적 근거나 기술적 타당성을 알아보기 위함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자력진흥 정책과 핵 재처리 연구

 

김준한 신부는 핵 재처리 실험은 대한민국 정부 출범 초기부터 시작된 원자력진흥정책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1958311일 원자력법이 제정되고, 현재의 원자력진흥위원회에 해당하는 원자력위원회는 19591월에 원자력 이용 개발 전문위원회로 설치되었다. 이후 199510월에 개정된 원자력법이 발효된 후 초안 작업을 거쳐 19976월 제247차 원자력위원회를 통해 최초로 제1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1997~2001)이 수립되었다.

 

이어 2001712일 제251차 원자력위원회를 통해 제2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02~2006)이 수립되었다. 김 신부는 여기에 파이로프로세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이 시작되는 해에 파이로프로세싱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원자력진흥정책과 파이로프로세싱은 함께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신부는 특별히 노무현 정부 시절, 200511월에 가입한 4세대 원자력 시스템 국제포럼'(GIF)에 참여하여 소듐냉각고속로(SFR) 시스템 약정 서명과 동시에 파이로프로세싱 시험시설을 구축하면서 핵 재처리 실험은 더욱 진전되었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3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07~2011)에서 파이로프로세싱 핵심 공정 개발과 2011년까지 소듐냉각고속로 핵심 기반 기술 확보를 계획하게 되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가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12~2016)을 세우고, 소듐냉각고속로 원형로 개발을 위한 사업단 도입 및 파이로 공정기술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한·미 공동연구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제5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17~2021)은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핵심기술을 2021년까지 개발하고 2030년까지 실증연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신부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1차에서 5차까지의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통해 정부는 핵 재처리 실험연구를 중단 없이 진행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6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22~2026)이 수립되는 해이며, 정부는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반핵운동, 어디에 서 있는가?

 

이경자 위원장은 <한국 반핵운동,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탈핵을 시작한 명백한 신호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핵 진흥정책의 기본이자 근거인 원자력진흥법과 원자력진흥위원회는 그대로 두고, 오히려 핵 관련 시장은 활짝 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핵 재처리 실험은 폐기되지 않았고, 불법과 비리의 온상으로 해체를 주장했던 원자력연구원은 오히려 대규모 제2 연구원을 짓고 있다. 감포에 짓고 있는 제2 원자력연구원은 소형원자로 개발과 수출, 핵잠수함 개발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경자 위원장이 '한국 반핵운동,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주제로 발제하는 모습 (사진=용석록)

 

20175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그해 129파이로·SFR 연구개발사업 검토위원회를 출범했다. 재검토위는 이 사업을 2020년 말까지 진행하고 그 이후로는 한미 공동연구 결과를 보고 계속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문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미 공동연구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20219파이로·SFR 연구개발사업 재검토위원회를 다시 출범했다. 재검토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하며 속기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경자 위원장은 경주 감포 연구소의 실체는 정부가 뭐라 하든 핵 수출의 전진 기지이자 핵 재처리 실험을 위한 본격적인 시설들이 난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이곳에 들어설 개별 원자로와 시설이 아니라 제2 원자력연구원(감포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존재 자체를 폭로하고,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내년부터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수명연장을 둘러싼 논쟁이나 고준위핵폐기물의 소내 포화로 인한 관리정책 또는 임시저장이나 중간저장 문제, 끊임없이 터지는 안전성 문제,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으로서 핵발전의 필요성, 신울진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끈질긴 요구, 핵 재처리 실험과 소듐고속로 논란, 경주 감포에서의 소형원자로 개발과 핵 수출 등 수 많은 현안이 정신없이 터져 나올 것이고 그 포화 속에서 우리는 또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어떻게 연대하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핵 진흥정책 폐기 전국 네트워크' 제안

 

 

이경자 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반핵의 첫걸음으로 핵 진흥정책의 근간을 없애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원자력진흥법 폐지 투쟁으로 힘을 모으고 다시 나아갈 때라며, 이를 담아낼 전국적인 ‘(가칭)원자력진흥법 폐지 및 핵 진흥정책 폐기를 위한 전국 ○○○○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제안문을 통해 탈핵을 향한 국제적 흐름이나 대중의 관심도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고, 그 자리를 기후위기가 차지하면서 자본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해 보건대, 다양한 현안에 대한 쫓아가기 식 대응으로는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그래서 진정한 탈핵의 시작은 무엇이며,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핵 진흥정책을 끝장내는 원자력진흥법 폐지를 통해 탈핵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는 1216일 국회에서 <(가칭)탈핵을 위한 법과 제도개선 방향 토론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한미 공동연구 보고서 공개해야

 

토론자로 나온 강정민 전 원안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파이로프로세싱을 재처리로 보고 있으며, ·미공동연구 보고서가 나왔다고 하는데 미국 국무부는 공동연구보고서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동연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파이로-SFR 연구개발 지속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파이로프로세싱은 습식이든 건식이든 방사성물질이 공기 중으로 나간다며, 파이로 연구는 주민과 지역에 영향을 끼치므로 반드시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올해 안에 연구개발 지속 여부 결정을 서둘러 하는 이유는 쪽지 예산이라도 만들어서 내년도에 연구하려는 것은 아닌가, 라고 추측했다.

 

남태제 직무대행은 핵 재처리를 막으려면 진흥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했다. 그는 녹색당도 2012년부터 원자력진흥위원회 폐지를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감포의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관련해서는 핵 재처리 실증로가 들어설 가능성 충분히 있다고 예상했다. 이걸 막으려면 원자력진흥정책 폐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12월(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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