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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노동자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 정규직 전환 시급

∥핵발전소 노동자 인터뷰(2)


핵발전소 폐로 시 방사선안전관리는 더 중요해 진다

- 정규직보다 높게 산정된 외주업체 임금, 사장만 배불려


“사람들은 우리더러,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시험도 안보고 꽁으로 정규직 되려고 한다고 한다.” 자주 들었던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에게 밥그릇은 얼마나 중요한가. 밥그릇의 평등은 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일까.

지난 호 전남 영광의 핵발전소 노동자 인터뷰를 시작으로 외주화와 안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번에는 외주화에 반대해 싸우고 있는 박상희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공공연대노동조합 원전방사선안전관리지회장을 고리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글쓴이 주]



- 노동조합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고 들었다.

고리, 새울(신고리), 울진의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 320명이 올해 5월 총회를 거쳐서 6월에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기존에는 울진지회, 경주(월성)지회, 기장지회, 영광지회로 되어 있었고 방사선안전관리쪽은 아니었다. 기술용역부문으로 최초로 가입하게 된 것이다. 발전본부 전체로 보면 방사서안전관리 노동자는 900여명 정도 된다.


△ 박상희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공동연대노동조합 원전방사선안전관리지회


- 노동조합 위원장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1998년도에 입사했는데 21년 동안 회사가 7번 바뀌었다. 작년에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위원장까지 하게 되었다. 

작년 대통령의 공공부문정규직전환에 대한 정책이 나왔는데도 일부 노조에서 정규직전환을 반대한다고 하니 답답하더라. 당시 노조위원장들은 정규직전환 필요없다는 내용을 들고 국회의원, 산자부 등으로 돌아다녔다. 이해할 수 없었다.

 

- 방사선안전관리 파트 임금 수준은?

방사선안전관리 올해기준 용역낙찰금액은 1인당 연 1억 2천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 받는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4천만 원 후반대다. 퇴직금, 오버타임, 4대보험 합해도 1인 임금산정단가의 60% 수준, 나머지는 회사가 모두 가져간다. 그에 비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정규직 임금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1인당 약 9천여만 원이다.


- 그러면 오히려 한수원은 손해 아닌가?

한수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보다 아웃소싱하면서 인건비가 더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용역 발주를 멈추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한수원 입장에서도 이익이 된다.


- 핵발전소에 맡은 업무는 무엇인가?

고리 1발전소에서 방사선 안전관리 파트의 계획예방정비 업무를 10년 넘게 했고, 고리 2발전소에서는 방사선방호팀장을 했다.


-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어떤 일을 하나

원전 방사선관리구역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작업자들을 방사선(능)피폭으로부터 보호하고 관리하는 업무, 중저준위 드럼 생성, 각종 시료채취 및 분석, 제염 및 세탁 등의 업무를 한다.


-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유동적인가

계획예방정비기간은 작업내용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미 정해진 계획예방정비기간은 최대한 연장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가동을 해야 발전량이 늘어나고 결국 매출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비기간은 본부별, 전소별 평가에 반영되고 결국 한수원 직원들의 인센티브에 영향을 미친다. 

계획예방정비기간에 외부에서 들어온 분들은 정비쪽 파트가 가장 많다. 각종 밸브, 펌프, 배관, 방진기 등 시설을 점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전소내 밸브가 만개라고 하면 10년 주기로 15개월마다 계획예방정비기간을 갖기 때문에 전체 용접, 밸브를 7주기로 나눠서 한다. 전부다 한꺼번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리 2발의 경우, 157다발의 연료봉을 다 뺀 후 원자로 내에 연료를 모두 빼고 나서 증기발생기 등 전부 점검한다.

경수로의 경우, 계획예방정비를 보통 40일에서 50일 하는데 이명박정권 때 하도 줄이라고 해서 가장 짧게는 19.5일 한 적이 있다. 원자로가 100프로 출력시 온도가 297도 정도 된다. 그 안에서 연료가 액체사태로 돌고 있다. 냉각시켜서 원자로 헤드를 뜯어내 연료를 한 시간에 서너다발씩 연료건물로 옮겨야한다. 원자로를 분해하고 냉각하는데 2-3일, 분해하는데 2-3일, 연료 뽑아내는데 2-3일 10일 정도 걸린다. 이걸 다시 역순으로 집어넣는데도 10일정도 걸리는데 20일안에 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계획예방정비기간에는 평소보다 10배 이상의 업무를 하지만 오버타임에 대해서만 수당받는 것 외에는 없다.


- 계획예방정비 기간의 애로사항은?

계획예방정비기간동안에는 평상시(경상업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어 일하므로 방사선안전 업무가 늘어난다. 계획예방정비 기간 동안 상주인력을 늘려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업무량이 많다. 계획예방정비는 3조3교대로 되어 있어 만근이다. 8시간씩 3교대하는 것이다. 

6년 전까지만해도 계획예방정비기간에 7명씩 설계했고 계획예방정비기간이 아닐 때에는 전체 발전소에 108명으로 설계를 해서 발주를 했었다. 현재 발전소가 늘어나고 계획예방정비기간이 늘어나면서 이번에 인원을 늘려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경상 고유의 업무는 드나드는 물건이나, 사람의 방사능 측정을 하는 것인데, 계획예방정비기간이 아닐 때에는 한 호기 출입건수가 80여건 정도이고 계획예방정비 기간 때에는 800~1000건 정도로 크게 차이난다. 이 작업에 우리와 같은 파트가 다 붙어야 한다. 경상에 비교하면 업무량이 10배 이상 많아진다.

앞으로 법정근로시간 52시간이 시행되게 되면 3조3교대로 하면 안되는 것이 쟁점중 하나다. 

 

- 사고는 자주 있는지?

사고가 나도 말할 수가 없다. 용역성실도 평가를 해서 감점을 준다. 용역업체 귀책사유에 의한 언론보도는 감점 10점이다. 익명보장을 해도 각자 업무의 파트와 담당자가 특정되다보니 누가 언론에 제보했는지 알수가 있다. 산재가 발생해도 감점이 있어서 용역업체 스스로 산재신고를 기피하는 경우가 과거에 종종 벌어지곤 했었다.


△ 방사선안전관리용역 시방서 세부평가 항목에 용역업체 귀책사유에 의함 언론보도의 경우 10점 감점임을 명시하고 있다.  


- 사고가 알려지지 않으면 위험은 가중되지 않겠나?

예전에는 언론에 나가는 일이 많았다. 95년도에 효암 토양오염사건, 발전소 부지 오염사건 등이 발생했는데 그 사고의 수습도 결국 우리의 몫이었다. 하청직원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도 우리가 수습하고, 교육받아야 하고, 작업점검 리스트도 추가되면서 업무가 많아지는데 누가 알리려고 하겠나. 언론에 알려졌을 때 제도가 보완되고 실질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면 누구라도 알리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나 현장은 바뀌는 게 없다. 그런 학습효과로 더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 과피폭 되는 경우는 없는가?

원자력법상 원전종사자는 1년에 20밀리시버트, 5년간 100밀리시버트를 초과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각 발전소에서는 연간 15밀리시버트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원전종사자의 피폭선량은 바로 집계되기 때문에 피폭선량한도는 절대 넘을 수 없다. 한수원 직원들보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피폭선량이 많은데 나는 21년 동안 누적 피폭 160밀리시버트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모른다.


- 계측기를 착용하지 않고 출입하는 경우는 없었나?

옛날에는 고의로 빼는 사람들이 있었다. 계획예방정비기간에 출입할 때는 계측기를 무조건 차야 출입이 되기 때문에 안찰수가 없다. 관리구역에 들어가서 덜 위험한 곳에 통로에 빼두고 현장으로 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과피폭되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당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분들이어서 봐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더라. 현재는 고의적으로 빼면 영구출입정지이기 때문에 뺄 수는 없다. 경상업무 직원들은 피폭선량 이상 피폭되면 현장투입안하고 사무실에 있으면 되니까 굳이 계측기를 뺄 일이 없다.


-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폐로 작업이 생긴다

신고리5.6호기 지으면 수명이 60년이다. 폐로는 최소 30-4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1호기가 완전히 자연방사능 수준으로 주당 400마이크로시버트 이하가 되어야, 관리구역프리선언이 되는 것이다. 폐로는 그렇게 되어야 끝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어왔다면 이제는 폐로가 남았다. 폐로 들어가면 발전팀, 기계, 전기팀 등 발전업무를 하는 파트는 빠지게 된다. 이후에 우리가 안전한 폐로를 위한 관리업무를 하게 될 것이다. 방사선관리구역의 철제, 케이블, 장비, 설비들 모두를 드럼처리 할 수 없다. 그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저준위 폐기물 한드럼당 2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핵연료를 포함한 고선량의 방사선을 뿜는 제외하고는 제염해서 방사능 수치 떨어트려 자체처분한다.

한수원이 사업자로써 핵발전소 지으면서 이미 위험한 설비, 기기가 발생해버렸다. 안전한 제염과 자체처분이 필요하다. 그런 업무로 한수원 직원이 아닌 우리 같은 하청노동자들에게 위험하고 더러운 업무를 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빨리 직접고용으로 가야 한다. 정부와 언론, 일반국민들이 함께 관심 갖고 논의를 해야 한다.


- 외주화로 인해 생기는 안전위험에는 어떤 부분이 있는가?



한수원 정규직 직원은 5조3교대인데 다른 조가 업무를 하는 동안 한 조는 인재개발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현장투입요건을 맞추기 위한 교육이 있으나 노동자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은 아니다.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폐로과정의 방사선 안전관리는 중요하다. 폐로 지역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예전에 울산에서 비파괴 캡슐이 터져 일반도로와 상점 등이 오염된 적이 있다(2000년 울산 방사선 조사기 낙하 분실사고). 그 때도 우리가 출동해 수습했다. 상점의 과자봉지도 다 오염되었는데 동네꼬마들이 벌써 몇 봉지 가져갔었다더라. 최근 라돈침대 등 생활속 방사능문제와 관련해 지자체는 계측기 빌려주는 것, 현장조사 하는 것 말고 없다. 곳곳에 방사선안전관리업무를 하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핵발전소가 있는 주에서 핵발전소를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방사선안전관리도 매우 중요한 업무로 쳐준다. 한국의 경우,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실제로 울진 5-6호기 계획예방정비기간에 설비의 제염이 덜 되어서 반출하지 말라는 제안을 했다가 보직이 바뀌기도 했었다. 제한된 정비기간에 맞춰서 하는게 한수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문제가 있으면 더 점검하여야 한다. 

방사선안전관리는 사람, 물품 등의 전반적인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숙련노동력이 중요한데, 그에 따라서 직접고용을 생각해야 한다


- 한수원정규직과 비교해 일상적 차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사소한 것 까지 이야기하자면 너무 많다. 임금차이가 가장 클 것이고 앞서 말한 안전관리 교육 등도 문제다. 식당문제도 있다. 한수원 직원들만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그나마 고리본부는 하청직원들도 먹게는 해주는데 가격에 차이가 있다. 주차장을 이용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사무실이나 현장 가까운데는 모두 한수원직원 지정석을 만들어 놔서 우리는 먼 곳에 주차하고 와야 한다. 차량출입증도 색깔이 다르다. 그런 것 까지 다 이야기하자는 건 아니다. 방사선안전관리업무는 발전소의 안전을 위해서, 특히 폐로과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 이렇게 많은 돈을 퍼부으면서, 정작 사장만 배불리는 용역시스템은 필요없다는 거다.


- 앞으로 안전을 위해서라도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원자력방사선안전관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원전 내 주재관은 한두 명 뿐이다.

용역업체의 사장들은 그동안 많이 벌었다. 이제 그만 빠지라는 거다. 한수원도 이제 돈 낭비 그만하라는 거다. 한수원 직접고용이 용역입찰보다 훨씬 비용절감 되는 거 아닌가. 정부와 언론, 일반국민들이 함께 관심 갖고 논의해야 한다. 제대로 확인하고 관리하려면 우리와 같은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들이 둘러봐야 한다. 그래서 하청용역이 아닌, 제대로 관리하고 규제할 수 있는 위치의 노동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강언주 통신원(부산녹색당 사무처장)

탈핵신문 2019년 9월(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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