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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주경채 집행위원장(한빛원전범군민대책위원회) 인터뷰

현장에 기반을 둔, 탈핵운동을 만들어나가자!

 

격납건물 철판부식과 콘크리트 공극, 그리고 증기발생기에 망치까지. 최근 한빛핵발전소(영광)의 안전성을 심각하게 뒤흔드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에 영광지역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921() 주경채 집행위원장(한빛원전범군민대책위원회)을 만나, 최근 한빛핵발전소의 현황과 영광지역의 대응, 탈핵운동 과제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영광에서 태어나서 자란 토박이다. 학생시절 광주에서 잠시 공부했지만 농민운동을 하러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핵발전소 입지 지역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민운동과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병행하게 되었다. 시기적으로 한빛 3~4호기를 건설하고, 5~6호기 추가 건설이 논의될 때였다. 원불교, 천주교, 농민회, 영광사회운동협의회가 연대하여 영광핵발전소추방협의회를 구성해 약 5년간 줄기차게 활동했다. 그 다음 2000년대 초 핵 폐기장 반대 투쟁이 3~4년 동안 이어졌고, 타 핵 폐기장 후보 지역과의 연대활동, 협력 업무 등을 수행했다. 물론 전문적이고 전업적인 반핵활동가는 아니었지만, 핵발전소 관련 문제에서 영광 지역 활동가들은 그때그때 필요한 대응을 해오고 있다.

 

현재, 핵발전과 관련해 맡고 있는 직책은 한빛원전범군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그 외에도 영광원자력안전협의회 위원장, 한빛원전민간환경안전감시기구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지역에 활동가가 많지 않아 다들 일에 대한 하중과 부담이 크다. 본업인 농업과 농민운동에도 영향이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 문제는 지역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핵심 사안이다 보니, 기꺼이 하고 있다.

 

최근 한빛핵발전소에서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한빛3~4호기에서 문제가 집중해서 발생하고 있다.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일반 시설물도 아닌 방사능을 차폐하는 방호벽에 구멍이 났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다. 한빛3~4호기가 건설될 당시 부실시공에 대한 제보가 있었다. 그런데 몇 십 년이 지나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한빛3~4호기는 당시 한국형 핵발전소의 효시라며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뛰어들었다. CE(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는 도급 업체였고, 주 건설사는 현대건설이었다. 그런데 CE사마저도 100kW 이상급 핵발전소를 지어본 적이 없었다. 말하자면 모두 핵발전소 건설에 있어 무자격자였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5천억원 정도의 리베이트가 전달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전체 금액에서 그 정도 금액이 빠져나갔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을 주도했던 사람이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현대건설은 무허가 콘크리트 공장을 발전소 내에 만들어, 품질 검사나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타설 작업을 했다. 당시 핵발전소 수명에 대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40년만 버티면 된다는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3~4호기 증기발생기 망치 발견과 5호기 핵연료 건물 수조 균열 은폐도 있었는데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작업물질이나 슬러시도 아니고, 4~11cm 크기의 중망치 머리부분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당시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설계·제작 결함뿐만 아니라 품질 검사 결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일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발주처인 한수원에 있겠지만, 실질적인 책임은 두산중공업에 있다고 본다. 이미 공소시효는 지났고, 새롭게 증기발생기를 만들어 도입하겠다고 계획하고 있지만, 영광지역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천만의 말씀이다.

 

5호기 핵연료 건물 수조 균열 은폐 또한 핵 산업계의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핵연료를 보관하는 건물에 150cm나 되는 구멍이 발견되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파장을 고려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지 않고, 땜빵·땜질 등으로 자체 처리해놓고 3년 이상 은폐하였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최근 사건·사고들에 대한 영광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하고, 대응 계획은?

 

연이어 사건·사고들이 터지다보니 주민들은 무감각해져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건은 정서적으로 큰 충격이다. 그러니 여느 때와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요구들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안전에 큰 하자가 있다면 당연히 핵발전소 폐쇄를 요구할 것이다.

 

지난 918()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한빛핵발전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결함에 대해 전면 재조사 및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나아가 법률적 요건을 제대로 갖춘 실질적인 조사단을 운영해 줄 것을 국회나 국무총리실에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영광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한국형 표준 핵발전소에 대한 조사가 정부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선언은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이라는 장기적 전망을 제시했는데, 핵 발전의 안전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풀지 못한다면 아무리 탈핵을 외쳐도 사상누각이라고 본다. 정부나 집권 여당이 그 점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전체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성 점검을 비상한 각오로 진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시기를 2079년으로 발표했지만, 이런 느슨한 형태의 탈핵은 분명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거나, 수명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부터 우선적으로 조기 폐쇄하는 등 좀 더 공격적인 탈핵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선언을 선언수준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탈핵로드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재생가능에너지를 비롯한 대안 정책에 대한 예산 증액, 각종 산업적 기반이나 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 등의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핵발전소 주변지역에 재생가능에너지와 관련된 신산업단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 동안 핵발전소로부터 받은 막대한 피해를 정부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이것이 폐로 이후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신산업을 통해 생계와 직결된 주변지역 주민들의 삶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런 정책 등을 통해,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을 탈핵의 주역으로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국면, 어떻게 보는지?

 

정부가 발표한 공론화 정책에 대해 탈핵 진영은 너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공론화는 형식적으로 전 국민이 대상이지만, 신고리5·6호기 문제는 본질적으로 고 위험군에 속하는 부산, 울산, 경남 주민들에게 닥치는 현실적인 문제다. 그런 면에서 그 지역의 핵발전소 반경 50~100km에 속하는 주민들에게 공론화 결정에 대한 가중치를 두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신고리5·6호기 문제가 핵발전의 모든 문제를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시민사회가 현재 신고리5·6호기에 몰입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제로섬 게임이다. 패배하는 순간 탈핵에 대한 동력이 급격히 사라질 수 있다. 그것을 회복하려면 새로운 과정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노선 갈등 등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핵 발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핵발전소가 지어진 곳에서 발생한다. 그 외 쟁점들은 관념적이고 이론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에 활동가들이 현장에 기반을 두지 않고 중앙의 일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지역에서 실제로 대응하고 있는 주민들의 제안이나 목소리가 묵살되기 쉽다. 그 부분에 대해 냉철한 평가와 반성, 그리고 재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긴 시간을 두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탈핵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더욱 더 잘 해 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탈핵운동이 그간의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하에서 오히려 헛되게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핵산업계는 강력한 원심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관료 집단들은 핵산업계의 지배하에 있거나, 보수언론의 공격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우리가 먼저 국민들에게 다가가 우리의 입장을 알려야 하지만 쉬운 싸움이 아니다. 우리는 돈도 없고, 조직력도 약하고, 우리를 대변해줄 든든한 언론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더 경각심을 가지고 심기일전하여야 한다. 탈핵운동 내부의 강력한 결속력을 꾀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다함께 가져보면 좋겠다.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7년 10월호 (제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