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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아직 방향 잡지 못한,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공론화위원회를 둘러싼 논란

 

지난 724()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619,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신고리5·6호기 문제를 사회적 합의로 풀겠다고 선언한지 약 1달 정도가 지난 시점이다. 그 사이 보수 언론과 경제지는 탈핵정책 추진과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추진에 부정적인 기사를 매일 쏟아냈다. 특히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신고리5·6호기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에 초법적 행위’, ‘포퓰리즘 정책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민배심원단의 결론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배심원단의 법적 지위에 대한 공방은 계속되었다.

 

사실 공론화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온 나라 가운데, 공론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이 법적 권한을 갖고 판결을 내린 사례는 없다. 공론화라는 것이 일종의 확장된 여론조사 방식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 결정을 내리는데 참고자료의 성격을 띤다. 즉 공론화위원회는 자문기구 정도의 성격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고, 2013년 만들어졌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도 권고안을 내는데 그쳤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이 제대로 추진되었을 경우, 정부는 이 내용을 무시하기 어렵다. 공론화의 결과는 국민의 뜻이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경우, 정치적인 책임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초기부터 혼란을 자초한 공론화위원회

 

이와 같은 혼란은 국무조정실이 자초한 면이 크다. 공론화 방법론에는 시민배심원제, 공론조사, 시민합의회의, 시나리오 워크샵 같은 다양한 방법론이 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공론화위원회 출범에 앞서 시민배심원단이란 말과 공론조사 계획을 혼용해서 쓰면서 정확히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애매하게 표현했다. 이에 대한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시민배심원단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시민배심원단이란 표현을 폐기하고 시민대표참여단으로 용어를 바꿨다.

 

공론화위원회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국무조정실이 공론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724일 출범 직후 진행한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의 기자 브리핑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날 공론화위원들은 꽤 오랜 시간 기자들과 브리핑을 진행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공론화 진행 방식들에 대해 지나치게 오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오히려 혼란을 가속화시켰다.

 

공론화위원회, 찬반 이해당사자들과 소통을 늘려야

 

공론화위원회의 또 다른 문제는 찬반 진영과 전혀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론화 과정은 단순히 판결을 내리는 과정이 아니라, 찬반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공론화과정에서 담아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론화를 인정하지 않는 보이콧 그룹이 생기게 되고, 공론화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공론화의 원래 취지는 퇴색하게 된다. 2013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지금도 반쪽짜리위원회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15명 공론화위원 중 6명이 탈퇴했기 때문이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의 경우에도 한수원 노조와 일부 지역주민들이 보이콧을 선언하고 행정소송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포괄하려고 하는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향후 공론화 세부 진행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자 공론화위원회에 면담을 신청했으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실무적인 이유로 면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론화 과정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소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도 소통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론화 과정의 비민주성 등으로 인해, 어렵게 진행한 공론화 결과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무엇보다 국민과 이해당사자의 뜻을 물어 정책을 정한다는 공론화의 원래 취지에 반하게 된다.

 

이런 문제점은 아직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3개월이라는 짧은 공론화 기간, 우리 사회에서 신고리5·6호기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나 공론화위원회 모두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초기 혼란과 비판을 교훈 삼아 남은 기간 동안 공론화위원회가 제대로 된 공론화 계획을 추진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탈핵신문 2017년 8월호 (제55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