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국이슈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약속, 과연 지켜질까?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약속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선거 때 후보자들이 약속했던 것들이 잘 안지켜지는 일들이 그간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탈핵은 이전과 분명히 달랐다. 그냥 선거자료집 한쪽에 실린 구색 맞추기 공약이 아니라 후보들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탈핵을 외치는 일이 많았고, 탈핵 현안이 있는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와 협약식에서 수차례 약속과 다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후보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후보가 마찬가지였고, 따라서 다양한 탈핵약속들은 지켜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자료집에서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과 이후 계획 중인 핵발전소 백지화, 월성1호기 폐쇄, 탈핵에너지전환 로드맵 수립,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전면 재검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상 강화 등을 약속했다. 또한 이와 별도로 각 지역과의 정책협약이나 질의서에선 신고리4호기 등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공사 잠정 중단과 운영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 파이로프로세싱과 제2원자력연구원 건설계획 재검토, 핵발전소 피해주민 지원 방안 등을 추가로 수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원자력계의 반발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혼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꾸려져 현재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잡고 있다. 6월말까지 완성 예정인 이 계획에는 공약을 실행할 구체적인 계획이 담길 예정이다. 공약이 실제 정부 계획으로 확정되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가장 먼저 제동을 건 것은 울산시장과 원자력계였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61() 김진표 위원장(국정기획자문위원회) 면담을 통해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공약 재검토를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같은 날 원자력학회 등 원자력계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에너지정책 수립에 전문가 논의가 빠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공약 수립에 국민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박광온 대변인(국정기획자문위원회)탈핵공약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공약이라며 일부 언론이 보도했던 공약 수정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이런 태도는 다음날인 62() 김진표 위원장의 신고리5·6호기 문제는 안전성 등을 고려해 논의·검토 후 결정하겠다는 발언으로 180도 바뀌게 된다. 바로 전날까지 건설 중단이던 공약을 반드시 지킨다는 대변인의 말이, 다음날 위원장의 입으로 재검토로 바뀐 것이다.

 

김진표 위원장의 발언은 다시 건설 중단을 하려고 해도 논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으로 일부 봉합되었지만, 불과 하루이틀 사이에 전혀 다른 메시지들이 오고간 것에 대해 공약 실행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100대 국정 과제, 고리1호기 영구정지 행사를 주목해야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정책은 ‘100대 국정과제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가에 달려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문제 이외에도 현재 건설 중인 다른 핵발전소(신울진1·2호기, 신고리4호기 등), 월성1호기 등 노후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국정과제에 담느냐에 따라 탈핵정책 추진의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615() , 대략적인 100대 국정 과제의 윤곽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68(),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핵약속 실현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애초 1천명 규모로 준비된 선언이 하루만에

1천여명 동참함에 따라, 2017인 선언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최종적으로 3,600명이 선언에 동참했다.

 

 

한편,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 맞춘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도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 행사를 619() 치를 예정인데, 이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여해 탈핵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요구와 기대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 영구정지라는 상징성과 탈핵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일맥상통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100대 국정과제와 고리1호기 행사 연설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이 발표될 것인가? 아직은 너무나 불확실한 것이 많다. 또한 우려스러운 예측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정책이 발표되든 탈핵진영의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원자력계와 일부 언론에선 탈핵정책이 너무 섣부르다며 반대론을 펼치고 있고, 지역보상금과 건설 경기를 노리고 있는 일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말까지 나오게 될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 발표는 너무나 중요하다. 그간 어느 정부도 탈핵을 정책으로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발표내용에 따라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큰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이번 만큼은 속빈 약속공약(空約)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약속공약(公約)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탈핵신문 2017년 6월호 (제53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