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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탈핵한국을 만드는 새로운 이정표, 2017년 대선

핵발전소 없는 한국, 어떻게 만들까?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면,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이 종종 있다. 질문은 매우 간단하지만, 답하긴 참 어려운 주제이다. 핵발전소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간단히 한 두 문장으로 답하기란 참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핵발전소를 둘러싼 정책은 정부가 정하고, 그 정부(행정부)의 수장은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한수원 역시 공기업이니 행정부가 핵발전소에 대해 어떤 정책을 세우는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거 때 투표를 잘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맞는 이야기이다. 탈핵을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핵발전소를 없애는 일은 분명히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핵발전소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최근 건설 승인이 난 신고리5·6호기 핵발전소의 경우, 1기 건설 비용이 약 4조원 정도이다.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가 모두 5기이니 전국적으로 20조원의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계획 중인 핵발전소까지 고려하면 수십조 원의 거대 건설 시장을 둘러싸고 핵산업·토목·건축·전력산업이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이다. 즉 핵발전소 건설은 거대 자본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핵발전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은 국민들이다. 핵발전에 대한 찬반 의견은 거주 지역, 성별,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아직도 인터넷이나 거리엔 핵발전소 없으면 촛불 켜고 살꺼냐?’는 식의 글과 말이 난무하고 있고,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보상금을 노린 도적떼들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설사 굳건한 탈핵의식으로 무장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거대 자본과 국민들의 찬핵 흐름 앞에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대만의 천수이벤 정부나 독일 녹색-사민당 연정 정부의 경우, 선거 공약이나 그간 정책을 통해 탈핵을 주창해 왔으나, 일부 성과만 남기고 결국 탈핵 정책을 완성하지 못한 것은 탈핵이 단지 정치인 몇 명 바꾼다고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사는 사람이란 말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전까지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추진했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사고 이후 입장을 바꿔 핵발전소 가동을 멈추고 적극적인 탈핵정책을 펼친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바꿀지가 핵발전소 없는 한국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대선은 펼쳐진 마당, 결국 국민 설득이 관건!

이제 대선이 14개월 정도 남았다. 정당들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뽑고 있고, 대권주자로 불리는 이들은 연일 언론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운동 진영 역시 자신의 의제를 이슈화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탈핵진영도 슬슬 내년 대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탈핵진영의 대선 준비가 정치권과의 밀고 당기기(밀당)’이나 로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치 이런 얕은 수는 큰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나라에서 탈핵정책에 동의하는 사람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가 탈핵한국을 만드는데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이미 핵 없는 사회 공동행동등 기존 연대틀을 통해 2017년 대선 대응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후속조치로 10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한 구체적인 행동 방향도 토론되고 있다. 아직 탈핵진영은 100만 명이나 되는 많은 이들과 직접 소통해 본 적이 없다. 고작 1만 명이 채 안 되는 집회를 성사시켜보거나 1년여 동안 10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뿐이다.

이 정도의 역량과 접촉면으로 핵 없는 한국을 만들 수는 없다. 그간 탈핵진영의 역량을 총결집시키고, 더 많은 국민들을 만나는 과정. 그리고 대선이라는 넓은 마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할 때이다. 아직은 서투르고 미약한 힘이지만, 보다 넓은 마당에서 국민들과 함께 탈핵을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탈핵신문 2016년 9월호 (제45호)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