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가 수많은 논란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통과되자,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처럼 원안위가 구성되어 있는 한 어떤 문제가 있어도, 정부가 맘만 먹으면 규제기관의 역할을 방기한 무책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원안위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독립 행정위원회로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100여명의 사무처 공무원이 있다. 9명의 위원 중 위원장을 포함해 3명은 정부가 추천하며, 위원장이 2명을 추천한다. 그리고 국회에서 4명을 추천하게 되어 있는데, 통상 2명은 여당이, 2명은 야당이 추천하고 있다.
물론 독립적인 위원회의 위원 역할이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지만 특정 정치적 입장에 압력을 느끼지 않고 위원의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 위원장과 사무처장 2명을 제외한 7명의 위원이 비상임위원이고, 정부여당이 추천한 위원이 7명, 야당이 추천한 위원이 2명으로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어제는 원자력진흥위 위원, 오늘은 원자력안전위 위원?!…안전규제 독립성 담보될까?
국회추천으로 임명된 야당 추천 2명(김익중, 김혜정)과 여당추천 1명(나성호)의 3년 임기가 지난 8월 초 종료되었다. 3년 전 야당은 시민사회의 후보추천 의견을 받아, 원자력안전위원 2명을 추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시민사회는 야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에게 2명의 추천 후보를 제안하였다. 여러 논의 끝에 더불어민주당은 시민사회가 추천한 2기 원자력안전위원이었던 김혜정 위원(환경운동연합 원전특위 위원장)을, 국민의당은 당내 심사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추천한 후보가 아닌 한은미 교수(전남대 화학공학부)를 결정하였다. 새누리당은 김용균 교수(한양대 원자력공학과)를 추천했다.
비록 일부지만 야당이 원안위의 독립성과 강화된 시민의 안전 눈높이를 반영한 시민사회의 추천을 수용한 것은 분명 성과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추천한 김용균 교수의 경우 지난 3년간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명백히 핵발전 진흥과 규제를 구분하기 위해 독립시킨 원안위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인사다. 이번에도 핵발전 진흥에 몸담아왔던 인물들로 원안위가 채워진다면, 원안위는 핵발전 진흥 세력과 산업계의 이해로부터 독립적인 규제와 안전을 제대로 담보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대 국회, ‘정부, 여당, 야당 추천비율 개선’ 등 원안위 관련 법 개정 발의
그동안 원안위는 안전성 논란이 있었던 안건들에 대해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고 해소해나가기 보다는 서둘러 표결로 문제들을 결정해왔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신고리3·4호기 운영허가,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모두 표결을 통해 7(찬성):2(반대 또는 기권)로 허가되었다.
원안위 독립 출범 5년을 맞아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대 국회 초반임에도 원안위의 위원구성과 추천, 의사결정구조 등을 개선하자는 법률이 벌써 6개나 발의되었다. 내용들을 살펴보면 현재 정부여당과 야당의 원안위원 추천 비율이 7:2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주된 개정 내용들이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여당과 야당의 추천 비율을 4:4 또는 5:4 등으로 개정하는 것, 국무총리 산하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허가나 인가 사항의 경우 의결정족수를 2/3 이상의 찬성으로 하는 것 등이다.
한국 비상임위원 제도,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상임위원 제도…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 필요
형평성 없는 추천권한의 문제를 개선해 실질적인 견제와 독립성 강화를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더 나아가 현행 비상임위원 중심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비상임위원들은 업무파악조차 어렵고, 월 1~2회 회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책임 있는 심의나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사실상 자문위원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비상임위원 중심의 원안위를 상임위원 중심의 위원회로 개편이 필요하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주요 핵발전 운영국들은 상임위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임기 역시 대부분의 나라에서 5~6년으로 하여 위원 추천 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나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핵발전 안전과 규제부분의 예산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25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 규모와 안전 관련 예산과 인력(연간예산 1,000억, 규제인력 500여명)을 비교해보면 미국(연간예산 약 1조원, 규제인력 약 4,000명)에 비해 원전 1기당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체 핵발전 관련 연구개발비를 보더라도 진흥이 75%를 안전이 25%를 차지해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핵발전 규모에 걸맞은 안전·규제 예산과 인력확충이 필요하다. 더불어, 진흥과 안전 연구예산 편중 해소도 개선되어져야 할 것이다.
원안위 위원 추천과 반복되는 7:2 표결 논란을 이번에는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안위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그 해결은 단지 7:2의 구도를 깨는 것에 있지 않다. 원안위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하자.
탈핵신문 2016년 9월호 (제45호)
안재훈(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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