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2011년 이전에도 소포제(거품 제거 약품)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에는 한수원이 2011년부터 유해물질이 포함된 거품제거용 소포제를 해양에 배출한 것만 전파됐다. 하지만, 한수원은 8월 29일(월) 2011년 이전에 사용한 소포제 이름을 밝혔고, 기자가 확인한 결과 한수원이 사용한 것과 같은 이름을 가진 소포제에도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됐다. 다만 한수원이 제조사 이름을 밝히지 않아 같은 제품을 썼다고는 특정할 수 없고,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가 온배수를 바다로 배출하는 장면 ©울산해경
한수원 홍보팀 관계자는 8월 2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11년 이전에도 소포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왜 언론에 2011년 자료부터 배포했느냐는 질문에 “검찰 공소기한이 최근 5년까지라고 해서 그랬다”고 답했다. 이어, “2011년 이전에 사용한 소포제는 생분해성 지방화합물로 유해성분은 없다. 2011년엔 새로운 제품(디메틸폴리실록산 포함 제품)이 거품 제거에 효과가 더 크다고 해서 제품을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2011년 이전에 사용한 제품명을 밝히고 제조사는 밝히지 않았다. 한수원 주장은 2011년 이전에는 유해물질이 포함된 소포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2011년부터 유해물질이 포함된 소포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2011년 이전에 사용했다는 ‘디○○’ 제품 이름을 검색했더니, 같은 제품명에 여러 개의 제조사가 있었다. 여러 개의 제조사 가운데 A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디○○ 제품에 폴리디메틸실록산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A 제조사의 ‘디○○’ 제품에는 ‘실리콘계 거품제거제’라고 표기돼 있다.
관계 당국은 한수원이 2011년 이전에 사용한 소포제에 대해서도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만약 2011년 이전에도 유해물질이 포함된 소포제를 사용했다면 검찰 공소 시효가 지났더라도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디메틸폴리실록산은 거품을 제거하는 데에는 탁월한 효과를 보이지만 사람에게는 눈과 피부, 호흡기를 자극하고 생식독성도 의심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수원 홍보팀 관계자는, 8월 29일 기자의 ‘한수원이 주장하는 2011년부터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소포제를 사용한 것’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시중에 판매하는 것을 사다가 썼다. 제품을 구입하면서 소비자가 그 유해성분까지 파악할 의무가 있느냐”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해양관리과 관계자는 “한수원과 같은 원자력발전소의 온배수 배출은 선박 해양배출이 아니라 육지에서 배출하는 연안배출이고, 해양환경관리법 22조 2항은 X, Y, Z 구분 없이 전체 유해액체에 대해 해양배출을 금지하고 있다. 유해물질을 불법투기하고도 몰라서 그랬다고 하면, 그만인가”라고 반문했다.
한수원, “검찰 공소기한이 최근 5년까지라서 2011년부터 공개했다.”
최근 국내 발전사들이 유해물질이 포함된 소포제를 사용해 논란이 되자, 한수원은 2011년부터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소포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1년 이전에 사용한 소포제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5년 동안 고리1호기에서 유해액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소포제 96.8톤을
냉각수에 섞어 배출했다. 사진은 고리핵발전소 1~4호기 ©용석록
울산해안안전경비서(이하, 울산해경)는 지난 8월 1일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가 소포제의 하나인 디메틸폴리실록산 500톤을 냉각수에 섞어 약 45억톤의 오염수를 해양 배출한 혐의로 울산화력발전소 관계자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울산해경은 지난 3월 동서발전 울산화력 주변 어민 등으로부터 해상 악취로 두통 등 피해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다.
8월 3일에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부산 감천화력발전소,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본부,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 등도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소포제를 2015년 상반기까지 수년간 해양에 배출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논란이 증폭되자 한수원은 8월 5일 “2011년부터 고리원전1~4호기와 신고리1~2호기, 신월성1~2호기가 냉각수(온배수)를 배출할 때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소포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2011년 이전에는 소포제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기자는 8월 26일(금), 28일(일) 이틀 동안 고리와 신고리핵발전소 인접주민들을 인터뷰 한 결과, 주민 4명 모두로부터 고리핵발전소 발전 초기에 거품이 다량 발생해 민원을 제기하자 한수원이 거품이 안 나게 조치했고, 그 기간은 20~30년은 된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신고리핵발전소3~4호기 바로 옆에 사는 박모씨(62세, 어부,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는 8월 26일 기자에게 “원전 처음 가동하고 나서 거품이 많이 나오고 물고기도 죽곤 했는데, 인근 어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언젠가부터 거품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게 벌써 20년은 넘었다. 한수원이 어떤 소포제를 섞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거품 발생이 줄어든 시점이 2011년이 아닌 건 확실하다”고 했다.
8월 29일 한수원 홍보팀 관계자는 2011년 이전에도 소포제를 사용했는지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기자가 확인을 요청하고 다시 통화를 시도해 “2011년 이전에도 소포제를 사용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자는 8월 29일 김성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실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확보해 한수원 고리1발전소가 2010년 한 해 동안 소포제를 27톤 사용한 것도 확인했다.
한수원은 2011년부터는 고리1·2발전소와 신고리1발전소, 월성3발전소(신월성1·2호기)에서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소포제를 100.16톤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1년 이전에 사용한 소포제 성분과 사용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한수원이 2011년 이전에도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소포제 또는 유해성분이 포함된 소포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지난 8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용노동부는 이 물질(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산업용 소포제)을 다룰 때 고글과 마스크, 장갑을 착용하도록 권고하는데, 발전소 인근 주민들과 해양 생태계는 수년 간 무방비로 노출되어왔다”며, “수산물 농축을 통한 간접피해까지 고려해 주민들의 건강영향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경과 해수부, 환경부, 산업부 등 정부기관은 국내 발전사들이 2011년 훨씬 이전에 사용한 소포제에도 유해물질이 섞여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수부는 현재 유해액체물질 해양배출과 관련해 냉각수 배수와 취수시설 326곳에 대해 일제 점검을 진행 중이다.
유해물질 포함 소포제 사용 처벌 규정 없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불기소’ vs 대전지법 서산지원 ‘벌금 500만원’ 선고유예 판결 최근 발전사들이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혼합물을 해양에 배출한 것을 두고 해양환경관리법 상 처벌이 가능한지 해석이 분분하다. 제도적 허점을 주장한 측은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이 유해물질을 배출한 발전업(한전 자회사) 관계자를 불기소 결정한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동일사건으로 대전지방검창청 서산지청은 발전업(민간) 관계자를 기소했고,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벌금 500만원과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한국서부발전은 2012년 1월 1일부터 2014년 9월 22일까지 해양환경관리법상 유해액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혼합물을 해양에 배출했다. 하지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해양환경관리법상 유해액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혼합물을 해양에 배출한 것은 인정되나, 배출허용기준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범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2015년 6월 29일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같은 시기 충남 당진에 있는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수원지법 서산지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과 선고유예를 선고(2015. 10. 7)받았다. 충남 당진의 발전소는 해양환경관리법 상 유해액체물질 Y류로 분류된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소포제 약 5472kg을 냉각수에 희석해 해양에 배출했다. 당시 법원은 “디메틸폴리실록산의 배출허용기준에 대하여 기준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것이지,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아무런 규제를 가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평택해경이 송치한 동일사건을 두고 2015년 6월과 10월에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불기소처분,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수원지법에 정식 기소한 것이다.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과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 자회사들은 2015년 10월 판결 이후 대부분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소포제 사용을 중단했다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문제가 불거진 올해 8월 초까지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소포제를 사용했다. 해양환경관리법 22조 2항은 육지에서 연안으로 내보내는 유해액체물질 배출을 금지하고 있다.
탈핵신문 2016년 9월호 (제45호)
용석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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