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대통령을 만들자!”
“신고리5·6호기, 신규핵발전소 건설 국민투표를 제안하자!”
“탈핵에너지전환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100만 서명운동을 진행하자!”
“주부나 여성들이 공감하는 탈핵운동을 하자!”
7월 18일(월) 2016년 상반기 탈핵운동전략워크숍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주최로 서울의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진행한 이날 워크숍에는 지역과 단체에서 탈핵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와 회원들 40여명이 함께 했다.
대통령 선거는 2017년 12월이라, 아직 시간적으로 많이 남아 있지만 벌써부터 이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만큼 에너지정책은 대통령과 정부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점을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상반기는 후쿠시마사고 5주년, 체르노빌사고 3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지역과 단체들이 주관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돼 곳곳에서 탈핵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3월에는 기장해수담수공급찬반주민투표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4월 20대 총선에서는 핵발전소 확대를 반대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국회의원들도 지난 국회보다 많이 당선되었다. 6월에는 세계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 다수호기의 위험성 논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표결로 통과되었지만, 반대운동은 지속적으로 거세지는 상황이다.
핵 발전 문제를 국민투표로?
워크숍 첫번째 발제에 나선 양이원영 처장(환경운동연합)은 “과거 반핵운동은 핵폐기장 반대운동의 역사였다면, 후쿠시마사고 이후 노후핵발전소 폐쇄운동을 했고, 이제는 신규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할 때”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대선을 고려하여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해 지역을 넘어 국민투표 운동을 벌여나가자”고 제안했다.
두번째 발제의 이헌석 대표(에너지정의행동)는 그동안의 선거 시기 활동에 대해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헌석 대표는 “선거 때 ‘탈핵을 정책으로 채택하면 표가 얼마나 나오나?’는 후보자 쪽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었는지” 반문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탈핵운동진영 전체가 2017년에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의 의견도 이어졌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신고리5·6호기와 신규핵발전소 국민투표운동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100만 서명운동을 전국에서 전개하고, 국민투표청원 서명운동본부도 구성하자는 의견을 발표했다.
신규핵발전소 백지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영덕에서는 신고리5·6호기도 중요하지만 국민투표를 제안한다면 탈핵에너지전환을 걸고 진행하자는 의견을 냈다. 박혜령 위원장(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은 이를 위해 “탈핵에너지전환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수립을 앞두고 있는 제8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3차에너지기본계획 등의 대응을 위한 TF팀 구성”도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투표 등의 제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김제남 본부장(정의당 생태에너지부)은 “국민투표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고, 핵이라는 주제는 국민들이 봤을 때 여전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제남 본부장은 “오히려 ‘탈핵대통령을 만들자’는 정치 행위로, 대통령 후보들이 탈핵을 공약으로 채택하게 만드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핵발전소 지역을 넘어선 탈핵운동의 고민들
한편 신규핵발전소 반대운동을 넘어선 탈핵운동의 과제와 고민들도 함께 이야기됐다. 손성문 신부(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대표)는 탈핵에너지전환과 관련한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독일의 윤리위원회와 같은 전문가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신근정 국장(녹색연합)은 “핵발전소 반대만이 아닌 지역에너지전환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근정 국장은 “서울시의 원전하나 줄이기, 충남도 등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에 함께하는 지자체와 어떻게 호흡을 맞춰 가는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선명 교무(원불교환경운동연대)도 노후핵발전소의 폐쇄나 신규핵발전소 중단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의 절전운동 그리고 햇빛발전 등 재생에너지확대를 포함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열 대표(환경재단)는, “현재 20대 여성과 60대 남성의 핵발전소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100배 정도”라며, “어린이부터 40대까지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힘을 모아야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최 열 대표는 “핵발전이 사양산업화되는 이유와 미래에도 핵발전정책을 고집하면 국가경쟁력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알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탁네트워크의 김정주 씨는 “여전히 우리는 단기적인 것들만 보는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국민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주부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김희옥 교장(하자작업장학교)은 “후쿠시마사고 이후 청년, 청소년들의 탈핵운동 참여가 확대된 것은 성과고 앞으로도 더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정치적 과정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은 여전히 배제되는 문제가 있다”며, “탈핵운동도 이 문제를 놓치지 않아야 된다”고 이야기했다. 핵시설이 없는 지역과 여성과 청소년, 청년 등이 어떻게 탈핵운동을 함께 펼치고 참여시킬 것인지가 탈핵운동이 유념해야 하고 풀어야할 중요한 숙제임엔 틀림없다.
전국 공동의 탈핵운동을 위한 논의, 시작합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대통령선거까지 전국이 함께할 수 있는 탈핵운동의 기획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부산울산경남 등에서 제안하고 있는 신고리5·6호기와 신규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국민투표 운동 등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으로 할지, 또 시기와 구체적인 방법 등은 어떻게 할지 여전히 많은 토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경험이 일천한 국민투표를 제안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많은 고민과 준비 속에 진지하게 제안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또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권한을 대통령이 갖고 있는 현실에서, 제안과 그 수용 여부에 따른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탈핵운동진영의 취약점 중 하나인 대중성 확보를 위한 프로그램들도 필요하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내용과 토론, 캠페인, 여론형성 등을 어떻게 해 나갈지 꼼꼼하게 기획될 필요가 있다. 또한 탈핵 분야 이외의 사회의제들과의 관계, 향방 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날 워크숍 참석자들은 이후 각 단위와 지역에서 전국 공동의 탈핵운동을 대선까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사전 의견을 나눠보는 토론을 진행한 뒤 오는 9월 1일 다시 전국이 모여 종합하고 결정하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2017년 대통령 선거가 탈핵운동의 성패(成敗)를 가늠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이 백지에 가까운 도화지에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의 탈핵을 앞당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각자의 공간에서 그리고 전국 탈핵운동의 공간에서 어떻게, 무엇을 할지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다. 당신의 작은 날개 짓이, 바로 탈핵으로 가는 우리 모두의 길이 될 수 있다.
탈핵신문 2016년 8월호
안재훈(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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