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에너지 불평등 구조를 일부 실감하며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
19대 국회는 에너지 불평등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탈핵’이라는 용어가 나름 대중화 되었고, 밀양 송전탑 갈등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전력공급을 위해 대규모 핵발전소와 초고압 송전선로로 인해 수많은 지역주민이 희생당하고 있는 에너지 불평등구조를 아주 일부 실감하게 되었다.
여기에 2012년 고리1호기 정전은폐 사건, 2013년 핵발전소비리, 2014년 신규핵발전소 찬반을 위한 삼척 주민투표, 2015년 월성1호기 수명연장과 고리1호기 폐로 결정, 영덕 주민투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및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등 굵직한 현안과 갈등으로 핵발전소와 핵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19대 국회, 에너지 문제의 근본 해법 ‘에너지가격의 정상화’, 제대로 못 다뤄…
그러나 아쉽게도 19대 국회에서는 에너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에 대해 건드리지 못했으며 탈핵을 대중화시켜내지도 못했다.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해서는 전력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2010년 이후 전력사용량이 급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석유, 가스 등 1차 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2차 에너지인 전력이 1차 에너지가격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산업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전기화현상이 가속화되었고 전기사용량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해법은 에너지가격의 정상화뿐이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다. 비록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중점과제로 선정되었지만 지금까지 세부이행계획은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탈핵이 되면 좋겠지만 전기를 안 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불가피론이 설득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대 국회, ‘에너지가격 정상화’ + ‘탈핵로드맵 수립’해야…
20대 국회에서도 에너지 상대가격의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18년 3차 에너지기본계획, 2019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해마다 에너지 및 전력정책이 수립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주장했듯이 전력수요 증가로 신규핵발전소는 불가피하다고 되풀이할 것이며,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보다 경제성장률(GDP)이 낮아졌음에도 2015~2016년 겨울철 전력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을 무기로 신규핵발전소를 더욱 밀어붙일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탈핵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탈핵로드맵을 보다 세부적으로 실현가능한 방안으로 수립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탈핵로드맵은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내용 위주였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불가피론자인 국민들의 공감을 받긴 어려웠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방법론과 관점을 전환시켜야 한다. 핵발전소 등 전력설비를 엄청나게 지어놓고 전력피크(1년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할 때의 값, 편집자 주)를 관리 못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1년 중 몇 시간 되지 않는 최대전력을 위해 수조원의 신규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 알려내야 하며, 정부에게 국민혈세와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피크전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가령 현재 우리나라 비상발전기 약 25,096MW(1,400MW 핵발전소 18대) 중 5%만 피크전력으로 활용가능할 경우 신규핵발전소는 더 이상 필요 없다.
20대 국회, ‘탈핵 거버넌스 체계 확립’ + ‘탈핵을 위한 국회 구심점’을 형성해야…
그리고 탈핵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협치協治)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몇몇 활동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탈핵시민사회는 역량을 보다 강화해야하고 개별 의원실이 아닌 당과의 소통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당에서 탈핵을 당론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까지 경험해왔듯이, 제1야당은 탈핵을 지향한다고는 말하지만 주요 사안마다 탈핵은 ‘딜(deal)’의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불가피성’을 내세우며 사실상 ‘찬핵’으로 돌아섰음을 유념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탈핵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소규모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19대 국회 개원하고 얼마 있지 않아 발의해놓고도, 통과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 모든 것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20대 국회에서 탈핵을 위해 노력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은 원전특별위원회를 정의당은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를 꾸렸으며, 탈핵을 주제로 한 국회의원의 연구단체인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연구모임’ 2곳이 결성되어 활동했다. 그렇지만 20대 국회에서는 당과 연구단체를 이끌어갈 구심점이 누가 될 것인지 가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20대 총선에서 부산과 울산에서 야당과 무소속이 대거 국회에 진출했고, 이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탈핵활동을 위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20대 국회 현안 과제, ‘신고리 5~6호기’,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 등 산적
20대 국회는 19대보다 더 많은 현안들이 있다.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지역인 울주의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건설허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심의중에 있으며, 지난 5월 25일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2018년 예정된 삼척과 영덕의 신규핵발전소 전원개발 승인 여부 등 대표적인 갈등 현안들과 파이로프로세싱 등 재처리 문제까지 엄청난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자칫 ‘민란’수준이었던 부안사태처럼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동중인 핵발전소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중간저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장과 울주, 월성, 울진, 영광 및 신규예정부지인 영덕과 삼척에서 엄청난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이를 20대 국회가 제대로 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에너지는 국민생활의 필수품이자 국가발전의 주요 동력이다. 때문에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핵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 공급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밀양 송전탑 경험을 통해 검증되었다. 따라서 20대 국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를 만들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철강, 조선 등 에너지다소비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20대 국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에너지구조를 같이 올려놓고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밑거름을 그려야 할 것이며 그 속에서 탈핵의 첫 단추를 꿰어야 할 것이다.
탈핵신문 2016년 6월호
김세호 비서관(정의당, 추혜선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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