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반복되는 밀실논의 비밀행정
계속 강행하는 핵발전 확대정책…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바꿔야!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7차 전력계획)의 대략적인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규 발전설비가 3GW 더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1.5GW급 핵발전소 2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2010년 전력계획을 통해 핵발전소 34기까지 건설하기로 확정지은 바 있기 때문에, 이번 계획이 확정되면 2029년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모두 36기가 될 전망이다.
밀실 논의와 비밀 행정…일부 언론을 통해 겨우 공개된 7차 전력계획
그동안 정부는 7차 전력계획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시민사회단체와 언론, 심지어 여당의 비판까지 받아왔다. 지난 4월 국회 산업위원회 현안 보고에서조차 전력계획의 방향성만 보고하고, 실제 논의 내용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5월 29일(금) 전력수급 분과회의를 열고 내용을 확정하고 난 다음, 일부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알려진 것이다.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계획 등 에너지와 관련한 우리나라 정책들은 모두 ‘밀실’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7차 전력계획 역시 정부는 회의에 참석하는 이들에게 모두 ‘비밀 서약’을 하게하고, 회의가 끝난 이후 문서를 회수하는 등 보완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이번 언론 보도 직후 산업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회의가 진행되었다는 내용만 확인해 줄 뿐, “자세한 것은 이후에 별도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시기를 조정하면서 발표하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과다 수요예측 논란 속, 반복되는 핵발전소 증설
사실 이런 태도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내용이다. 투명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항상 생기기 마련이다. 6차 전력계획에선 일부 석탄화력발전소가 송전망 연계 등이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전력계획에 반영되어 감사원에서 지적을 받았다. 또한 감사원은 산업부 스스로 설정한 전력 예비율(22%)을 상회하는 발전설비를 승인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얽혀 있는 전력계획 특성상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되었다면, 이런 문제는 걸러졌겠지만, 현재 전력계획 수립 구조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문제는 7차 전력계획에서도 그대로 재연되었다. 작년 전력수요증가율이 0.6%를 기록하는 등 수요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핵발전소는 계속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전력예비율 22%를 15%로 낮춰야 한다는 비판적인 지적도 계속 이어졌으나, 이 역시 전력계획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
영흥7~8호기와 동부하슬라 등 석탄화력발전소 4기가 제외되기는 했지만, 이들이 제외된 것은 전력 수요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다. 영흥 7~8호기는 수도권 고체연료 사용제한으로 환경부와 대립했던 발전소이고, 동부하슬라는 모기업 동부건설의 부도와 송전선을 180km나 신규로 설치해야 되기에 사실상 건설이 불가능한 발전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발전소를 제외한 것을 온실가스 감축 등을 고려한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영덕 2기 그리고 나머지 2기는 어디로?
6차 전력계획 수립 당시 한수원은 신고리 7~8호기를 짓는 대신, 영덕 1~2호기를 짓겠다고 건설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신고리 7~8호기의 건설 부지가 건설에 적합하지 못하고, 고리·신고리에 12기가 밀집되면 송전선로 포화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7차 전력계획에서 두 기의 핵발전소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영덕 1~2호기 이외에 두 기의 핵발전소가 추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수원이 기존에 밝힌 건설 순서상, 이 두 기는 삼척 1~2호기가 될 확률이 크다. 하지만 한수원 안팎에선 주민투표로 반대의사를 확인한 삼척에 핵발전소를 짓기보다는 영덕에 3~4호기를 짓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영덕에선 ‘주민투표’를 준비하기 위한 서명운동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삼척에 이어 영덕까지 주민투표에 성공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부의 핵발전소 강행 정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단결된 힘이다. 그간 다양한 근거로 박근혜 정부의 전력 정책이 비판받아왔지만, 그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영덕과 삼척 주민들의 단결된 목소리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밀실·졸속 증핵’ 정책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지금은 영덕, 삼척 주민뿐만 아니라 이를 지지하는 전국 탈핵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한 때이다.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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