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국이슈

6·4 지방선거 이후 탈핵운동의 현황과 과제

6·4 지방선거 이후 탈핵운동의 현황과 과제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핵발전, 불투명한 정보 속에 계속되는 불신과 불안

파도파도 끝없이 나오는 비리. 2011년부터 시작된 한수원 비리 수사가 3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다. 처음엔 말단직원의 부품 납품 비리 정도로 시작되었던 것이, 고리1호기 정전사고처럼 조직적인 사고은폐, 관료와 한수원 직원의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관피아 문제와 권력형 뇌물사건까지 유형과 사건 수가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다.

그 사이 국민들의 핵발전에 대한 믿음은 이제 완전히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내부를 알 수 없는 광범위한 정보통제(불투명한 정보)와 비리사건으로 국민들이 바라보는 핵산업계는 불신과 불안으로 가득 차있다.

 

지방선거에서 일부 여당도 핵발전소 폐쇄 주장얼마나 확대·지속될까?

이러한 흐름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아주 잘 드러났다. 여야 할 것 없이 부산시장 후보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고리1호기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여당강세지역인 삼척에서 무소속 탈핵후보가 당선된 것은 탈핵문제가 이제 전국적 이슈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안지역에서는 매우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 사안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핵없는 세상을 꿈꾸는 탈핵진영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을 어찌 보아야 할까?

우선적으로 주목해보아야 할 것은, 지난 선거에서 핵발전소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었던 부산, 울산시장의 행보이다. 비록 이들 지자체 장에게 핵발전소 폐쇄 권한은 없으나,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시 고리1호기 폐쇄를 얼마나 강력하게 중앙정부에 요구할 지, 매우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 5월에 법안이 통과되고, 앞으로 새롭게 재편될 방사선비상계획 구역의 경우, 해당 지자체 장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직접 협의할 권한을 갖고 있기도 하다. 현재 8~10km에 머물러 있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20~30km 권역으로 확정하고, 관련 예산과 계획을 수립해야할 권한과 의무를 갖고 있다.

마침 부산과 울산시장 모두 여당후보가 당선되었기에, 앞으로 이들이 여당 내에서 얼마나 큰 목소리로 주장하는 지에 따라, ‘핵발전 확대론이 공고한 여당 내에 파열구를 낼 수 있을지, 그 역시 주목된다.

 

불안과 불신을 어떻게 변화로 이끌 것인가?

독일 등 이미 탈핵정책을 선택한 나라들의 예를 보면, 탈핵이슈는 결코 환경단체나 녹색당만의 사안이 아니라, 그 나라 모든 정치세력의 의제이다. 각 그룹마다 핵발전소 폐쇄에 대한 시간과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핵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때 탈핵은 현실화된다. 그리고 그 힘은 당연히 끝까지 탈핵의 원칙과 내용을 지키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 등 근본적인 탈핵진영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사회의 탈핵논의는 아직 후쿠시마 사고라는 상징적인 사건과 그간 뿌리깊었던 핵산업계 내부 비리에 의해 촉발된 일시적인 논의의 성격이 강하다. 몇 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이제 겨우 대부분의 야당진영에 확산되었을 뿐 (물론 그나마도 아직 강고하지 않다), 이를 중심적으로 이끌고 갈 세력은 너무나 미약하다. 특히 이번 6·4 지방선거에 우리는 그 미약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몇 차례 사건을 통해 국민들의 핵발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이를 핵없는 세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대안세력은 아직 눈에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변별력 없는 정치세력과 극단적으로 보이거나 미약한 역량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만이 있을 뿐이다.

핵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안 세력은 정당·정치세력일 수도 있고, 하나의 시민사회단체일 수도 있으며, 이들이 연합한 연대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형태는 다양할 수 있어도 현재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건 모두가 불안해하고 불신하는 핵발전소를 없애 줄 수 있는 대안과 비젼, 그리고 역량을 가진 집단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탈핵진영은 이런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

국민 모두가 핵발전소를 불신·불안해하고 있으나, 이 현실을 변화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노후핵발전소, 신규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선방재구역 등 다양한 이슈가 몰려 있는 2014년 하반기. 탈핵진영이 고민해야 할 과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발행일 : 2014.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