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핵발전소 사고 시 컨트롤타워
방사능 방재 주관기관, 원안위냐 대통령 직속기구냐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복합재난의 형태로 나타나는 방사능 재난
핵발전소 사고 시 발생할 방사능 재난에 대한 우리사회의 준비는 그간 매우 미흡했다.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충분치 못한 대피훈련, 낡은 장비와 통신수단, 방재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되었지만, 그뿐이었고 변화는 없었다.
그간 우리사회가 겪은 방사능 재난은 극히 일부의 사례에 불과하다. 사실상 우리나라 첫 방사능 테러사례로 기록될 1998년 서울 원자력병원 방사선동위원소 도난사고(변심한 애인에 대한 복수를 위해 방사선동위원소를 차량에 숨긴 사건), 방사선물질 취급 부주위로 생긴 2000년 울산 방사선동위원소 파괴사건(이물질로 동위원소 장착이 되지 않자, 밀폐용기를 그라인더로 갈아버린 사건) 등은 극히 소수의 전문가와 인근주민에게만 알려진 사례였을 뿐, 우리사회 일반시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드러나듯이 핵발전소의 중대 사고는 단순히 발전소의 폭발로만 이어지지 않고, 대규모 화재, 자연재해 등 다른 재난과 겹쳐 발생하며 2차, 3차 피해로 연결된다. 또한 고리핵발전소 인근 30km에 320만명이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수백만명이 일시에 대피하는 과정에서의 발생할 사회적 혼란과 이로 인한 재난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시, 대피과정에서 후타바병원 환자 50명 사망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대피과정에서 희생자가 컸던 일본 후타바 병원 사례를 보면, 지진과 쓰나미 피해는 없었지만 대피과정에서 연락 혼선, 추가적인 핵발전소 폭발을 겪으면서 입소자 440여명 중 50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노쇠한 중증질환자로, 방사성 물질을 피해 4일 동안 대피하는 과정에서 희생되었다.
지난 3월, 도쿄신문은 이들 사망자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피해를 비관해 자살한 사람 등 핵사고 관련 사망자 숫자가 모두 1,048명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들은 피폭 등으로 인한 암발생 환자와 분명히 구분되는 방사능 재해의 희생자들이다.
핵발전소 재난 시 컨트롤타워는?…원자력안전위원회냐 대통령 직속 기구냐
이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핵공학자나 기술자들이 아니다. 물론 핵사고시 그들의 도움은 절실하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핵발전소를 안정화시키고, 더 이상 방사성 물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수백만명을 안전히 대피시키고 대피 이후 생계를 지원하는 활동 등은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이는 경찰과 군대, 그리고 국가 전체가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방사능 재난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주관기관으로 이 모든 책임을 1차적으로 맡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부처간 소통문제로 대통령이나 총리직속의 별도 방재기구가 논의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기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주관기관인 방사능 방재 시스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재고해보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발행일 : 201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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