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대 개편, 절반의 성공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3~5km, 긴급 보호조치계획구역 20~30km
지역주민들의 생명·안전을 최우선으로, 실효성 있는 방재대책 마련해야…
오하라 츠나키·윤종호 편집위원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적 재난과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핵발전소 사고 시 방사능 방재대책 등을 규정하는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방사능 방재대책법)’이 지난 5월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5월 21일자로 공포·시행된 ‘방사능 방재대책법’에서는 기존 8~10km로 규정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예방적보호조치구역(PAZ) 3~5km,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UPZ) 20~30km로 구분하여 확대 개편했다. 하지만, 핵발전소 주변지역 반핵대책위와 시민단체 등은 부분적 개선을 인정하면서도, 그간 주장해 온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영향과 최근 높아진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 등을 고려했을 때 ‘아쉽고, 미흡하다’, ‘법·시행령 등의 추가개정이 필요한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EPZ, Emergency Planning Zone)이란, 방사선 비상시 주민보호를 위해 방사선 비상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크게 다음 세 단계로 구분한다. ①예방적 보호조치구역(PAZ, Precautionary Action Zone)이란 방사능 누출 양과 상관없이 예방적으로 미리 주민 대피·소개(疏開) 등 보호조치를 취하는 구역 ②긴급 보호조치계획구역(UPZ, Urgent Protective Action Planning Zone), 방사능 누출이 확인될 때 주민 대피·소개 등의 긴급보호조치를 취하는 구역 ③식품제한 계획구역(FRPZ 혹은 LPZ, Food Restriction Planning Zone 혹은 Long Term Protective Action Planning Zone) 환경 감시 및 시료채취 결과에 따라 수시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대피, 음식 섭취 제한 등을 조정하는 구역 |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와 방사능 방재구역 개편 논란
이번 법률안의 개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대 개편을 요구해 온 핵발전소 주변지역·시민단체·국회의 요구와 IAEA의 권고에서 비롯됐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시, 일본 정부는 당일과 다음날 연이어 2km(당일 저녁9시경), 10km(다음 날 아침 6시경), 20km(다음 날 저녁 6시경)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린다. 또 3월 15일에는 20~30km 반경 지역주민들에게 옥내대피령을 내렸다가 25일에는 자율 대피를 권고했다. 4월 22일(사고 후 42일째)에는 사고 당시 바람방향에 위치해 고농도의 오염지역이 된 50km 반경의 이이다테무라, 미나미소마 등 5개 지자체에 대피령을 내렸다.
미국 쓰리마일 핵발전소 사고(1979년, 5등급 사고) 시 방출된 방사능 물질의 양을 참고해, 한국과 일본의 방사능 방재구역 8~10km는 정해졌다. 하지만, 체르노빌 사고(1986년, 7등급 사고)의 오염범위와 출입금지구역(30km반경)과 후쿠시마 사고(7등급 사고) 사례를 통해, 기존에 설정한 구역은 터무니없이 위험천만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이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후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개편 연구용역을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킨스)에 2012년 5월 발주했고, 킨스의 연구내용이 2013년 7월 ‘주민보호조치를 위한 비상계획구역 재정립 연구결과 발표회’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드러났다. 또 8월의 이은철 위원장(원자력안전위원회)과 김춘진 국회의원(민주당, 고창·부안)·이완주 전북도지사와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계획개편 관련 간담회’를 통해 전체적인 윤곽이 공개되었다. 당시 간담회에 보고된 예방구역(방사능 누출 전 주민전원 소개)은 3~5km, 준비구역(방사능 영향 예측 결과에 따라 주민 대피·소개 등 보호조치)은 8~12km, 감시구역(환경감시를 통해 농축산물 등 유통제한 등 중장기 보호조치)은 24~30km였다.
이후 12월의 국회 토론회, 올 3월의 탈핵지역대책위 기자회견 및 원자력안전위원회 의견서 전달 등을 통해 핵발전소 주변지역 대책위들과 시민단체 등은 PAZ 10km, UPZ 30km, LPZ ‘대한민국 전국토’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지난 5월 21일의 개정법률안은 PAZ 3~5km, UPZ 20~30km였다. 참고,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개편 경과>
추가 개정의 방향과 일본의 사례
지난 5월 21일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과 탈핵지역대책위가 공동주최한 ‘우리는 원전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회 토론회가 있었다.
당일 김제남 국회의원·김혜정 운영위원장(시민방사능감시센터) 등은 인사말과 발제를 통해 “핵발전소 사고 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선’이라고 할 수 있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을 20~30km로 애매하게 설정했고, 이를 원전사업자(한수원)와 시·도지사가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해 부산시 등 일부지역은 20km로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IAEA의 권고(30km)보다 낮고,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즉시피난구역(PAZ) 10km, 피난준비구역(UPZ) 30km, 장기보호감시구역(LPZ) 전국토 설정에는 한참 미흡하다. 높은 핵발전소 밀집도, 주변 인구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 IAEA의 권고치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방사능 비상계획구역 이외에도 방사능 방재대책과 관련하여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실제적인 방재대책은 핵발전소 주변의 지형과 기상을 고려한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의 결과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담은 대책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 확대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옷과 마스크 및 요오드제를 비롯한 의약품 등의 구호물품과 주민대피소를 마련하고 대피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따른 구호물품의 구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전사업자, 지자체의 임무와 역할, 예산과 지원 및 인력 확충 등에 대한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2012년 10월 원자력규제위원회 ‘원자력재해대책지침’을 통해 PAZ 5km, UPZ 30km로 확정했지만, 시가현의 경우 독자적인 방사능확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UPZ를 42km까지 확대했다. 이외에도 2013년에는 피난 기준, 긴급시 모니터링과 요오드제 문제, 긴급사태 구분을 판단하는 기준 등의 추가 개정이 뒤따랐다.
일본의 시민단체 등은 개선해야 할 방사능 방재대책과 관련해 피난·옥내대피의 기준으로 시간당 1mSv(=1000μSv)는 평상시의 2만배로, 1시간 만에 일반인의 1년간 피폭선량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때 피난이 시작되면 높은 방사능 피폭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기준을 훨씬 더 낮춰야 한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또 핵발전소 사고 시 많은 양이 방출되는 방사선 요오드는 공기를 통해 흡입되고, 갑상선에 축적되어 갑상선 암을 일으킨다. 요오드제를 미리 복용하면 93%의 저지 효과가 있고, 2시간 후는 80%, 8시간 후는 40%, 24시간 후는 7%의 예방효과가 있으니, 언제 복용하고, 어떻게 보관·사용할 것인지 등도 안내되어져야 한다는 등 실제 상황을 상정한 고민들과 방안들이 개진되고 있다. 이제 논의가 시작되는 한국으로서는, 앞선 경험과 연구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EPZ) 구분 |
한국 |
일본(2012. 10) | |
시민운동 주장 |
개정 법(2014. 5) | ||
예방적보호조치구역(PAZ) |
10km |
3~5km |
5km |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UPZ) |
30km |
20~30km |
30km 시가현 42km |
장기보호감시구역(LPZ) |
전 국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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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사고 이전, 방사능 방재구역 8~10km(한국·일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개편 경과 2012년 11월 영광핵발전소 부품비리, 원자로헤드균열 사건. 함평군의회 등 비상계획구역 30 km 재조정, 보호소 지정운영 등 결의문 채택 7월 김세연 국회의원(새누리당, 부산시 금정구), 비상계획구역 핵발전소 주변 20km 입법 발의
2013년 5월 전라북도 도지사, 비상계획구역 30 km 확대 정부 건의 7월 그린피스코리아 비상계획구역 30km 확대 및 세분화 요구 부산 광안대교 고공농성. <방사능 방재계획 2013 : 한국은 준비되지 않았다> 보고서 발표 6월~9월 녹색연합, 원전 사고 대응 매뉴얼 제작 모금 및 방사능방재 대책 연구 진행 7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주민보호조치를 위한 비상계획구역 재정립 연구결과 발표회’ 9월 KINS, 비상계획구역 개편 연구(2012년 5월부터) 최종보고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제출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 KINS 연구결과 검토 및 개편방안 마련 11월 유승희 국회의원(민주당, 서울시 성북구갑), 비상계획구역 예방적보호조치구역(3~5km),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30km) 확대 및 세분화 입법 발의 12월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주최, <원전사고 비상계획구역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
2014년 2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연구용원자로(대전 하나로원자로) 비상계획구역 개편 연구 수행 3월 17일 탈핵지역대책위(경남·경주·고창·광주·대전·부산·서울·영광·영덕·울산·울진·전남·전북) 실효성있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립을 위한 시민사회 기자회견 및 원자력안전위원회 의견서 전달 5월 2일 비상계획구역 예방적보호조치구역(3~5km),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20~30km) 변경 법률안 국회 본회의 가결 5월 21일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탈핵지역대책위 공동주최 <우리는 원전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회 토론회 5월 21일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공포 정리 권승문(녹색연합 활동가) |
발행일 : 201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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