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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또다시 비공개·불통으로 진행되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또 다시 비공개·불통으로 진행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그들만의 진흙탕 싸움, 전력수급기본계획

 

지난 4,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올해 연말까지 관련 논의는 진행된다. 이번에 논의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상위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한 에너지정책 중 연료별 전력의 비중과 발전소·송변전 시설의 건설시기와 장소 등을 결정하는 것으로 그간 미뤄왔던 삼척·영덕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2개 이상의 송전선로 계획, 고리와 월성 1호기 폐로 문제 등이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위원회 구성과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일부 에너지 전문지를 통해서만 알려졌을 뿐이며, 회의 내용과 논의 방향 등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비공개하고 있다. 전력과 에너지업계 소식을 다루는 전문지들은 석탄과 핵발전, 열에너지 사업자들간에 사업권확보를 위한 이전투구가 계속되고 있다는 관측보도를 내고 있으나, 해당 지역주민이나 일반 국민들은 그 자세한 내용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또다시 시작된 밀실행정

밀실행정으로 진행되는 이와 같은 에너지수급 절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지적된 바 있으며, 심지에 당시에는 핵발전비중 목표가 이명박 정부보다 낮아졌다는 점에서 일부 언론이 탈핵 정책의 시작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하면서, 두산중공업 등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핵발전비중만 낮아졌을 뿐 실제 핵발전소 건설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것은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정부가 밀실행정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 특성상 산업계, 학계, 소비자, 지역주민, 시민사회의 의견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중요 역할 가운데 하나가 이러한 의견충돌을 조율하여 최선의 타협점을 찾는데 있다는 점에서, 이러식의 진행은 전형적인 책임 방기이다.

이는 우리 사회 주요 갈등 조정기구 중 하나인 국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각종 에너지정책 수립과정에서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국회는 그간 논쟁을 회피해왔고, 작년에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중 지역주민 등의 반발로 ‘2회 이상 공청회가 무산되면 공청회를 한 것으로 인정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밀실논의·철지난 공개·사회적 갈등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에 한 술 더 떠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가 슬픔에 빠져있던 422,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공청회 무력화법의 세부 시행령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미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청회 규정이 너무 형식적이어서 실효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는 상황에서, 그마저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당장 눈앞의 갈등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더 큰 갈등을 양상하게 될 것이다. 벌써 9년째 갈등이 계속되는 밀양송전탑 문제, 7년째 반대운동이 계속되는 가로림만 조력발전, 5년째 반대운동을 이어오고 있는 삼척과 영덕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싸움이, 기본적인 의견수렴 절차에서부터 잘못되어 시작된 문제라는 점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발행일 : 2014. 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