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방사선의 노출실태와 문제점
이윤근(시민방사능감시센터 소장)
왜 의료방사선이 문제인가?
의료방사선이란 질병의 진단(CT 검사 등) 혹은 치료과정(방사선치료)에서 노출되는 인공방사선을 말한다. 종합검진 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복부-골반 CT의 경우 1회 검사당 10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는 한 번 검사에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인 1mSv를 10배 이상 초과하며, 한국인의 연간 자연방사선 총피폭량(3.0mSv)의 3.3배에 해당되는 고선량이다.
의료방사선은 방사선 피폭에 대한 염려보다 검사 혹은 치료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그 동안 별 다른 비판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질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중복 촬영하거나 매년 반복되는 종합검진을 통해 무분별하게 방사선에 피폭되는 경우가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고가의 검사가 남용되면서 방사선 피폭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CT 보급률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2011년을 기준으로 아이슬란드가 인구 100만명 당 42.2대, 미국이 40.7대, 우리나라가 35.9대이다(OECD, 2013). 그만큼 CT검사에 의한 방사선피폭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병원을 옮기면서 재진료를 할 때, 30일 이내에 CT를 다시 찍는 재촬영율이 19.5%(2011년 기준)로 높다는 것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3). 물론 해상도 등의 문제로 재촬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 수입을 위해 충분히 남용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제도적인 관리를 통해 상당 부분 피폭량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다.
라돈이나 지각감마와 같은 자연방사선은 인위적으로 발생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물론 라돈가스는 환기를 통해 노출량을 줄일 수는 있음). 왜냐하면 지구와 태양 자체가 발생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방사선은 제도적인 관리를 통해 피폭량을 얼마든지 줄여 나갈 수 있다. 영국은 1992년부터 의료방사선 검사 시 환자에 피폭되는 선량을 계산해서 차트에 의무적으로 기록함으로써 연간 피폭량을 감안해서 검사를 하고 있다(UK National Patient Dose Database). 반면 미국은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이러한 관리 기준이 없어 의료방사선 피폭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정책적 차이로 인해 미국은 연간 의료방사선 피폭량이 1980년대 0.53mSv에서 2006년 3.0mSv로 대폭 증가하였으며, 영국은 미국보다 훨씬 적은 0.4mSv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의료방사선은 관리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피폭량을 줄여나갈 수 있는 대표적인 방사선이다.
※ mSv(밀리시버트) : 방사능물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방사선이 인체(혹은 동식물)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비교할 때 사용함.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는 1mSv를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로 정하고 있음
종합검진의 방사선 피폭 현황
필자는 서울 시내에 소재한 10개 대학병원 종합검진의 방사선 피폭현황을 조사하여 발표한 바 있다(이윤근, ‘일부 대학병원 종합검진의 방사선 피폭량 분석 결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2014). 가장 보편적인 기본검진을 포함해서 특정 질환검진, 암 정밀검진, 프리미엄 검진, 숙박검진 등 총 190개 검진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검진프로그램별 유효선량 계산 결과 주로 흉부X선과 유방X선(여성)을 포함한 기본검진은 평균 0.33mSv로 가장 낮은 유효선량을 보였다. 특정질환정밀검진은 평균 3.62mSv로 나타났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13.3mSv까지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질환 종류에 따라 선택적으로 검사항목이 구성되기 때문에 유효선량에 차이가 많은 편이다.
암정밀검진은 주로 복부-골반CT, 저선량흉부CT, 관상동맥칼슘CT로 구성되며, 병원에 따라 PET-CT가 추가되는 경우가 있다. 평균 유효선량은 11.12mSv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프리미엄 검진은 암정밀검진과 특정질환검진 항목을 합해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평균 유효선량은 14.45mSv였으며, 추가항목에 따라 최대 26.19mSv 정도 피폭되는 경우가 있다. 숙박검진은 5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검진으로 프리미엄 검진항목에 PET-CT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평균 유효선량은 24.08mSv로 가장 많았으며, 최고 30.97mSv까지 피폭되는 경우가 있었다.
검진구분 |
분석 대상 수 |
방사선 유효선량 (mSv) | |||
평균 |
표준편차 |
최소값 |
최대값 | ||
기본검진 |
35 |
0.33 |
0.52 |
0.02 |
1.71 |
특정질환정밀검진(암제외) |
70 |
3.62 |
4.03 |
0.02 |
13.30 |
암정밀검진 |
35 |
11.12 |
3.79 |
1.44 |
16.19 |
프리미엄검진 |
26 |
14.45 |
4.39 |
4.43 |
26.19 |
숙박검진 |
24 |
24.08 |
6.35 |
14.45 |
30.97 |
전체 |
190 |
8.46 |
8.61 |
0.02 |
30.97 |
출처 : 이윤근(2014, 상동)
만약 숙박검진으로 인해 피폭되는 평균 유효선량인 24mSv를 기준으로 암발생 귀속위험을 보면(강영한·박종삼, ‘64-절편 다행검출 CT 검사에서의 환자선량과 암 발생의 Lifetime Attributable Risk(LAR) 평가’,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011) 인구 10만 명 당 남자는 220.8명, 여자는 335.6명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고농도 피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설명, 지난 4월 16일(수) 오전 국회 입법조사처 회의실에서 ‘의료방사선 노출피해 예방을 위한 토론회’가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국회의원 남윤인순 공동주최로 진행되었다. >
의료방사선 피폭량을 줄일 수 있는가?
CT 등 방사선 피폭이 문제되는 의료기기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방사선 피폭이 문제되는 것을 알면서도 검사를 받는 것은 방사선 피폭에 대한 염려보다 검사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질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중복 촬영하거나 검사를 강요하고 있고, 매년 반복되는 종합검진을 통해 무분별하게 방사선에 피폭되는 경우가 문제다.
의료 방사선은 영국의 사례처럼 국가에서 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방사선 피폭량을 낮출 수 있다. 즉, 진료기록부에 방사선노출량 기록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국가 환자 방사선량 데이터베이스(NPDD, National Patient Dose Database)’제도가 하루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 나아가 병원 검진 시 환자에게 방사선 피폭량 고지를 의무화해야 하며, 병원을 옮길 때 의료방사선기기의 재촬영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져 한다.
또한 관리적 측면에서는 종합검진 등 질병 진단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며, 방사선기기의 주기적인 피폭량 평가와 유지관리, 그리고 검사기기의 선량을 최소화하는 프로토콜(protocol, 약속·규정, 편집자 주)이 개발되어야 한다.
발행일 : 201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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