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성과와 과제
이유진(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서울시내 버스가 ‘원전하나줄이기’ 홍보대사가 되어 거리를 달리고 있다. 버스에는 ‘에너지를 아껴 쓰는 당신이 원전하나 줄이는 발전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지하철에도 ‘햇빛도시 서울’ 광고를 마주하게 된다. 2012년 4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3년째에 접어들었다.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서울시가 종합적인 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집행체계를 갖춤으로써 본격적으로 지역에너지(Local Energy)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원전하나줄이기’를 달성하기 위해 녹색에너지과를 신설하고 에너지시민협력반도 만들었다. 민관거버너스 기구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를 만들었고, 필자는 실행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가 원전 한기(200만 TOE로 설정)를 줄인다고 발표하자,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진우 원장은 ‘서울시 원전 줄이기 대책의 얄팍함’이라는 사설을 통해 서울시의 정책이 “반(反)원전운동으로 변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칼럼(MK신문, 2012년 5월 6일자)을 썼다. 삼척과 영덕 주민들, 탈핵을 염원하는 이들은 “원전이 안전하면 청와대나 국회에 지으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중앙집중적인 전력시스템으로 인해 특정지역이 너무나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정의롭지 못한 전력 시스템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이 서울에는 원전이 없는데, 어떻게 원전을 줄이냐는 식의 비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전력자립도가 2.95%밖에 되지 않는 서울시에서, 다른 지역에 대한 전력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생산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형태양광 설치기>
<아파트에 소형발전기 설치한 사례>
<원전하나줄이기 시민대토론회>
<원전하나줄이기 홍보>
2013년 전국 에너지소비량 0.04% 증가, 하지만 서울시는 3.2% 감소
서울시의 종합대책은 신재생에너지 생산, 에너지효율화 및 에너지절약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모두 71개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3년 동안의 사업결과 2013년 12월 기준으로 목표 200만TOE 중 134만TOE 감축을 달성했다. 그 중 절반가량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으로 이뤄낸 것이다.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2013년 전국 에너지소비량은 전년대비 0.04% 증가하였으나, 서울의 에너지 소비량(전력, 도시가스)는 3.2% 감소한 것이다. 전국 대비 에너지소비량 절감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과 소비량이 줄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서울의 에너지소비량이 안정화 추세인 점, 더불어 에너지 소비량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건물에너지 소비는 대부분이 상업과 가정 부문으로,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 참여가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서울시는 가정에너지 진단, 상업에너지 진단, 에너지수호천사단 교육, 에너지설계사 제도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교육과 진단 프로그램을 풍부하게 진행했다.
건물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위해서는 융자제도가 실시되었는데, 2013년에 상업건물 754곳과 일반 주택 10,271가구가 단열개선사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공부지의 임대료를 공시지가의 5%에서 1%로 인하하기 위한 에너지조례 개정,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 마련 등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그 결과 강동구 암사 정수장에 5MW 태양광발전을, 삼각산고등학교 지붕위에는 우리동네시민햇빛발전소가 시민출자를 받아 20kW 태양광발전을 시작했다. 또 아파트가 많은 서울의 주거특성을 활용해 200W 미만으로 미니태양광 발전기 시범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 동작구 성대골, 금천구 새재미, 강동구 십자성 마을 등 11개 마을이 에너지 자립마을로 선정되어 주민들이 주도해서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펼쳐 왔다.
서울같이 전력자립도가 낮은 도시들, 대안을 마련하자!
서울시가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펼치는 동안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태평양 오염 사고는 더욱 심각해졌고, 핵발전소에서는 잦은 고장과 비리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밀양에서 765kV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면서, 유한숙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주민들은 공사를 막기 위해 밤낮으로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핵발전에 의존한 대용량 발전소 건설과 초고압 송전망 건설이 수많은 갈등과 안전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정부는 2035년까지 핵발전 설비 비중을 29%로 확대한다는 정책을 내놓아 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에너지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핵발전과 초고압 송전탑으로 인해 밀양이 겪고 있는 고통이 안타깝다면, 그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특히 서울과 같이 전력자립도가 낮은 도시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생산을 늘려 전력자립도를 높여갈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은 이제 양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서 질적인 개선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건물 단열개선 사업에서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단열덧창을 단다든지, 내단열이나 외단열을 통해 냉·난방에너지를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에너지 효율개선 기술과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에너지 효율개선을 위한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서울시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면에서 녹색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에너지서비스 경제가 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서울시에서도 서울에너지공사와 같은 공공에너지 기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에너지를 쉽게 줄이고,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손발이 되는 조직을 준비해야한다. 시영에너지공사를 잘 운영함으로써 서울시에 새로운 에너지 경제를 형성하게 되면 이는 ‘원전하나줄이기’를 넘어 녹색경제 모델을 확립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12년 서울시가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발표하고, 노원구를 중심으로 46개 지자체장들이 모여 ‘탈핵 에너지전환 도시선언’을 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고 실행할 의지를 가진 지자체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녹색당은 ‘탈핵에너지 전환’분야 공약으로 ‘밀양을 위한’ 공약을 약속하며, 지역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발행일 : 20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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