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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방사능허용기준치에 대한 ALARA 원칙

ALARA 원칙

김익중(경주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 동국의대 교수)

 


방사능 기준치 논란기준치 이하라서 안전?

일본산 수산물, 학교 방사능 급식 조례 등의 사안들이 불거지면서, 방사능 기준치 논란이 한참 진행중이다. 정부와 원자력계는 그동안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고 말해왔지만 안전기준치가 과연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 방사능에 안전기준치는 없다.

사실 공무원이건 원자력계 인사건 간에 어느 누구도 안전기준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아직 누구도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마치 안전기준치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낀다. 무슨 조화일까? 왜 국민들은 정부의 기준치를 안전기준치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는 문장이 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의학 교과서에는 기준치라는 말은 없고, ‘최대허용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최대허용량은 그 이하에서는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고, “더 이상은 허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같은 뜻이라도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고 말하면 마치 안전기준치가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여기에 비밀이 있는 것이다.

 

방사능 피폭에 정비례하여 나타나는 암과 유전병

방사능에 피폭되면 여러 가지 건강영향이 나타난다. , 유전병, 사망, 백내장, 소화기 질환, 중추신경계질환, 신장질환 등이 흔히 나타나는 질환들이다. 그러나 이중에서 암과 유전병을 제외한 다른 질병들은 어느 정도 이상의 방사능에 피폭될 때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때 사용되는 어느 정도 이상의 방사능을 문턱값(역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러한 역치값을 갖는 건강영향을 결정론적 영향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암과 유전병의 경우에는 이러한 역치값이 없다. 피폭량과 질병의 발생확률이 비례해서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프로 표현하면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 된다. 이러한 건강영향을 확률론적 영향이라고 부른다. 확률론적 영향은 피폭량에 정비례하여 나타나므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피폭량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방사능 피폭을 제로로 관리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자연방사능에도 피폭되고 있고, 병원에서 X선 촬영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핵발전을 하는 한 조금이나마 인공방사능에도 노출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허용기준치(관리기준치)인 것이다.

 

고속도로 속도제한이 시속 1,000km?방사능 허용기준치가 너무 높다!

이 허용기준치는 나라마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서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허용기준치를 설정할 때는 ALARA 원칙이라는 것이 적용되어야한다. 이 원칙은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을 의미하는데, 한글로 번역하면 무리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값으로 정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각국의 방사능 허용기준치를 살펴보면 이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예를 들어보자. 음식에서의 방사성 세슘(세슘137)의 허용기준치는 미국의 경우 1,200베크렐로 되어있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100베크렐로 되어있다. 그런데 이 가장 낮은 수치인 100베크렐도 도대체 위반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숫자이다. 마치 고속도로 속도제한이 시속 1,000 킬로미터로 정해져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측정한 지난 2년 반 동안, 그 위험하다는 일본산 수산물 중에서 이 기준치 이상 오염되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기준치 이상의 수산물이 발견된 적이 없었다. 또한 131회의 오염된 수산물 중 124건은 기준치의 1/1010베크렐 이하였다. 7번 만 10베크렐 이상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일본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바로 앞에 있는 항구내의 바닷물에서 세슘137의 오염도는 모두 100베크렐 이하였다. 이는 우리의 음식 기준치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바로 앞바다보다 더 높게 설정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세계의 방사능 물질 기준치가 너무나 높게 설정되어 있어서 ALARA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일 이 원칙을 적용하여 우리나라 기준치를 정한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일본산 수산물의 오염도를 고려하여 독자들이 한번 씩 정해 보시기 바란다.

 

발행일 : 201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