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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한수원 비리 사건 중간결과 발표, 정말 이게 전부일까?

한수원 비리 사건 중간결과 발표, 정말 이게 전부일까?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수사착수 100일만에 97명 기소

올해 528,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신고리1~2호기, 신월성1~2호기의 원자로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을 발표한다. 곧바로 이들 핵발전소는 가동을 정지하고 관련 내용은 검찰에 고소되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비리 수사가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한수원 납품 비리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에도 소위 짝퉁부품, 중고부품 납품을 둘러싼 한수원 부품납품 비리가 적발되어 검찰이 수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감사원에서도 한수원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여 작년 연말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초까지 이와 관련하여 30여명이 구속되고 10여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등 다양한 비리 사건이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부터 진행된 100여일 동안의 수사에서 검찰은 구속 43, 불구속 54명 등 모두 97명을 기소했고, 이 중에는 김종신 한수원 전 사장과 한전 부사장 등 최고위층 간부와 이명박 정부시절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소위 영포라인의 실세에 이르기까지 정권에 밀착된 인사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비리 유형과 청탁

다른 비리사건과 마찬가지로 제보에 의해 진행된 이번 사건은 크게 3가지 종류의 유형을 가진다. 시험성적서 등 부품의 품질보증서류를 위조하여 납품한 경우(22명 구속, 35명 불구속) 부품납품과 설비공사 계약 등의 금품수수 사건(17명 구속, 18명 불구속) 인사청탁 등 기타 비리(4명 구속, 1명 불구속) 등이다.

각 유형별로 보았을 때 과거 있었던 한수원 비리와 유형은 매우 유사하지만, 비리 규모가 크고 한수원 최고위층까지 연계되었다는 점에서 기존 사건보다 확대된 사건이다. 이는 그간 한수원 내부적으로 이와 유사한 비리 사건이 상당히 많았으나, 그간 적발해내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수사의 첫 시작이었던 원자로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의 경우, 케이블 제조업체(JS전선), 검증업체(새한TEP), 승인기관(한전기술), 발주처(한수원) 등 모두 16명의 관계자가 기소된 사건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일부 드러난 것처럼 검찰은 이들 기관끼리 관련자들이 서로 공모한 혐의를 기소했으며, 한전기술 인력들이 퇴사하여 새한TEP 등 관련 검증업체를 설립하는 등 인적 연계도 이미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검증업체 새한TEP에 대한 인증업체 선정을 하는 기관은 대한전기협회로, 이는 한전, 한수원, JS전선의 모기업인 LS전선, 한전기술 등이 임원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산업계 기관으로, 핵발전소 안전을 담당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한 규제기관의 규제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사실도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와 같은 비리는 원자로 케이블에 국한되지 않고, 핵발전소 수처리업체 H사의 수주문제, 발전소 바닥재, 보온재, 터빈밸브작동기, 비상디젤발전기, 변압기 등 다양한 부품 납품 문제에 걸쳐 있었고, 업체도 관련 중소기업과 LS전선과 현대중공업 임직원 등 대기업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이중 가장 많은 관심이 부분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청탁인데, 사업가 오모씨, 전 서울시의원 이모씨, 전 국정원 비서실장 윤모씨 등이 수처리 업체 H사 수주와 관련해서 박영준 전 차관에 대한 청탁을 했다는 혐의이다. 또한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201010~20114월경, 정책수립과정에서 한수원의 입장을 잘 반영해 달라며 역시 박영준 차관에게 2회에 걸쳐 700만원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H사는 그간 핵발전소 수처리 분야를 거의 독점적으로 수주해왔으며, 2010년말~2011년초는 삼척, 영덕 등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과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나던 때로 그 청탁의 내용과 실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관건이 될 것이다. 이는 그간 소문으로만 돌던 핵산업계정부 관료간의 결탁을 보여주는 예로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종료되는 비리 수사 그러나 수사는 지속돼야 한다.

100여일 동안의 검찰 수사에 대한 중간 발표로 일단 한수원 비리 수사는 대략 마무리되는 분위기이다. 물론 아직 수사 선상에 오르지 않은 일부 부품 비리 건이 있기는 하지만, 박영준 차관을 끝으로 이명박 정권의 핵심을 향해 수사 과정이 확대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2009UAE 핵발전소 수출에 성공했을 당시, 많은 이들은 4대강 사업과 함께 UAE 핵발전소 수출이 이명박 정부의 치부를 보이는 사건이 될 것이라 예측하곤 했다. 하지만 아직 UAE 핵발전소 수주를 둘러싼 의혹들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또한 이번 검찰 수사 결과를 볼 때, 2012년 검찰 수사 당시 있었던 사건 유형과 상당히 유사함에도 당시에는 문제를 잡아내지 못했던 점을 비춰볼 때, 추가 제보를 통한 재수사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수원에 대한 비리 수사는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기업 한수원의 투명성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한수원 수사는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혐의를 받은 이들이 적절한 죄값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감시의 눈길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부실덩어리, 비리덩어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우리나라 핵발전소 안전을 지키는 첫 걸음일 것이다.

 

발행일 : 2013.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