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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2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의 의미와 운동의 방향

2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의 의미와 운동의 방향

  양이원영(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정부를 예상할 때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최초로 시도된 민·관 거버넌스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 상황이 위기 상태이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핵발전소에 대한 사회적인 저항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5(총괄, 수요, 전력, 신재생, 원전분과) 워킹그룹은 5월부터 격주로 모여 반나절 이상을 집중 투자하며 논쟁했다. 총괄분과는 각 분과의 논의내용을 보고받고 에너지정책의 방향과 권고문 초안을 만드는 역할이었는데, 최근 에너지수급의 위기상황과 밀양 송전탑 문제 등을 반영한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합의는 큰 이견이 없었다.

 

핵심쟁점, 에너지 및 전력수요전망과 핵발전 비중

하지만 핵심 쟁점은 에너지 및 전력수요전망과 핵발전 비중이었다. 원전분과에서는 핵발전 비중을 정하는 기준으로 기존의 경제성 중심에서 경제성, 안전성, 수용성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데 쉽게 합의했다. 하지만 각 주제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성에서는 사고 대비 비용을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수용성에서는 원전비중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이냐, 그리고 안전성에서는 설계기준 이상의 중대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해각각의 이견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내용을 반영한 핵발전 비중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기존의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비중을 정할 때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계량화된 수치를 프로그램에 넣어 나온 값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탑다운 방식으로 서로 핵발전 비중을 제시한 것이다. 시민단체 측에서는 수명연장 포기를 전제로, ‘건설 중인 핵발전소계획 중인 핵발전소’, ‘삼척·영덕의 신규 부지를 포기하는 시나리오인 7%, 12%, 18%를 각각 제안했다. 그리고 에너지경제연구원 측은 20~35%를 제안했다. 논의과정에서 0%41%도 제안되었지만, 총괄분과에서는 7~35%를 올렸다. 거의 완공 단계에 있는 건설 중인 핵발전소포기를 검토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일부 위원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일부 위원들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이기 때문이다.

 

핵발전 비중 22~29% 결정과정과 그 의미

그리고 핵발전 비중은 총괄분과에서 22~29%로 좁혀졌다. 총괄분과에서 시민단체들은 에너지수요와 전력수요전망을 먼저 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핵발전 비중을 먼저 정하자는 쪽으로 몰고 갔다. 산업부와 환경부가 온실가스 로드맵 작성을 위해 수요전망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공동작업반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애초 올 8월말까지 끝내기로 되어 있던 이 작업은, 서로간의 이견이 커 지금도 논의 중이다.

수요분과에서 당연히 에너지수요 급증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전기와 1차 에너지원과의 가격 문제가 제기되었고, ‘에너지소비 역진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최소한 전기요금 50~80%를 올려야 한다는 석광훈 위원(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의 주장에 대해 모두 공감했지만, 이것은 채택되지 못했다. 에너지요금은 산업부가 책임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수요전망 없이 핵발전 비중을 논의할 수 없다고 하자, 슬며시 가지고 온 것이 산업부의 수요전망안이다. 동시에 환경부는 전혀 다른 회의에서 산업부와 논쟁하고 있는 에너지와 전력수요전망을 비공개 문서라며 들고 나왔다. 산업부와 환경부 모두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비해 20201차 에너지수요전망을 높게 예측했다. 각각 3.6%6%인데 최근 에너지소비 급증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으로, 2020년 전력수요를 환경부는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비해 6.8% 증가한 정도로 전망했지만, 산업부는 2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 결과 2035년의 전력비중은 최종에너지에서 28%까지 증가한다. 1차 에너지기본계획 당시 전력비중은 2030년까지 21.3%였다. 이 수치는 현재 세계 평균 17%보다 높은 값이다.

이런 전제에서 핵발전 비중을 얘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수요전망에 대해서는 결국 합의할 수 없었지만, 수요목표를 기준수요에 비해 15%로 깎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애초 산업부 주장은 5.2% 감축이었다. 전기요금을 20% 인상한다는 전제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률을 15~20%로 제시하는 보고서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15% 절감을 전제로 하면 2035년 목표전력수요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27년 기준수요보다 발전설비량이 낮다. 원전분과에서 시민사회측과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예상한 발전설비량 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 전제로 핵발전 비중 22~29%는 핵발전 설비 기준으로 약 28,700~38,700MW가 된다. 현재 핵발전 설비가 20,716MW이고 핵발전 비중이 25~26%가량이니, 현재보다 핵발전 비중이 낮아도 핵발전 설비는 많은 상황이 된 셈이다.

반핵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수치를 받아들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가 서글펐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의 공약대로 수명연장 포기에 계획 중인 핵발전소 포기가 되었을 거다. 그러면 2035년 핵발전 비중은 12%이다. 대선 기간에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또 반복되지 않을까.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가 건설 중인 원전을 포기하지 않아서 그 시나리오대로 가면 2050년에야 원전 제로가 될 것이라는 원칙적인 얘기로, 박근혜문재인 후보구도에서 반핵운동의 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5년 후에도 이런 운동의 원칙이라는 입장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모르겠다.

지금과 같은 좁은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겨우 줄여놓은 핵발전 비중 22~29%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가 당장에 닥친 문제이다. 원칙적인 입장과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총괄분과에서 핵발전 비중을 논할 때 수명연장에 대한 것은 논외였다. 수명연장 여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관할이라는 것이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5년 후까지 수명이 끝나는 것은 고리1호기와 월성 1호기뿐이다. 그렇다면 우선은 수명연장을 포함해서 신규원전이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 타진해보았다. 핵발전 비중 22%기존 핵발전소’, ‘건설 중인 5’, ‘계획 중인 신고리 5호기가 약간 걸쳐져 있다. 핵발전 비중 29%계획 중인 핵발전소 6에 더해 삼척·영덕 신규부지 한 기정도만 걸쳐져 있는 수준이다. , 22%계획 중인 원전 포기, 29%신규부지 포기의 신호로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 취소 및 최저 핵발전 비중 요구, 그리고 전기요금 인상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구체적인 핵발전소 개수는 제시되지 않는다. 1차 에너지의 비중과 발전설비 비중일 뿐이다. 구체적인 핵발전소 개수는 내년에 있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밀양 송전탑 문제와 연계해, 내년의 전력수급기본계획 작성과정에서 신고리 5, 6호기부터 취소시키는 운동으로 나아가야한다. 신고리 5, 6호기는 올해 예정되어 있던 주설비기기 계약이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이것이 취소되면 신고리 3, 4호기만으로는 밀양송전탑은 필요없게 된다. 에너지정책과 밀양 송전탑과 전력계획이 만나는 신고리 5, 6호기 취소 운동,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핵발전 최저 비중 요구 운동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이는 산업부의 전력수요전망을 전제로 했을 때의 얘기다. 만약에 환경부의 전력수요전망이면 핵발전 설비는 더 줄어들 수 있는데, 이는 결국 보수언론들이 들고나온 전기요금 프레임을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핵발전 비중 확대의 논리는 결국 에너지다소비 기업들의 생존의 문제인 전기요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천억원 이상을 전기요금으로 내는데, 영업이익이 200억원대 안팎인 기업에게 전기요금은 목숨줄이다. 이들은 시민들을 볼모로 물가인상 협박을 하며 전기요금 인상을 저지해왔다. 일반 가정의 90% 이상이 400kWh 이하밖에 쓰지 않는 현실에서, 싼 전기요금은 전기다소비 업체와 건물들에게만 이익이다. 싼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핵발전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들의 논리는 그래서 그들에게 더 절실하다. 원전분과에서도 경제계는 끝까지 핵발전 비중 41%를 주장했다. 우리 반핵운동측에 그 논리를 깰 만큼 절실함이 있는가 자문해 볼 일이다.

 

발행일 : 201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