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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삼척(신규예정지)

9년 만에 영덕핵발전소 백지화되다

 

3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경북 영덕군 천지핵발전소 예정 구역 지정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20129, 당시 지식경제부가 영덕과 삼척을 핵발전소 예정 구역으로 지정한 지 9년 만의 일이다. 삼척은 20195월 예정 구역 고시가 철회되었다. 이에 따라 고리, 신고리, 영광, 울진, 월성 등 5개 핵발전소 부지 이외의 신규 핵발전소 부지확보 계획은 모두 철회되었다.

 

2015년 10월 24일 영덕읍내 신라약국 앞에서 열린 '영덕 주민투표 성공을 위한 4만 군민 결의대회 및 전국 연대의 날' 집회 장면 (사진: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추진위원회)

 

영덕과 삼척 두 지역은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건설계획으로 수차례 몸살을 앓았던 지역이다. 1988년 핵폐기장 후보지로 영덕과 울진, 영일 등 동해안 3개 지역이 선정되었지만, 막상 해당 지역주민들은 그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19892, 국회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영덕 주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여 핵폐기장 건설계획을 막아내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최초의 핵폐기장 반대 운동이었다. 핵폐기장 문제는 2003년과 2005년에도 영덕 지역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렸다. 특히 부안 핵폐기장 계획이 백지화된 이후에도 당시 영덕군수는 핵폐기장 유치운동에 나섰고, 영덕에서는 경주, 군산, 포항과 함께 핵폐기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진행되었다. 당시 영덕 주민투표는 금권 투표로 혼란했다. 유치 측은 지역주민들에게 식사와 금품을 끊임없이 제공했다. 주민투표 이후 한 건설업자가 홍보비 명목으로 10억 원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했다고 사기죄로 영덕군수를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일이 생길 정도였다.

 

핵폐기장 건설계획이 백지화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영덕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거론되면서 또다시 홍역을 앓았다. 2010년부터 시작된 핵발전소 부지선정 계획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었고, 결국 삼척과 영덕이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되었다.

 

삼척이 주민투표를 통해 핵발전소 건설반대 의사를 확인한 이후인 201511, 영덕 주민들도 주민투표를 추진하였다. 정부와 핵발전소 유치 측은 법적 효력이 없는 탈법투표라며 주민투표 보이콧을 주장했다. 집집마다 투표 참여를 거부하라는 우편물이 도착하고, 한수원 직원들은 장날마다 투표 불참을 선전했으나, 전체 투표권자 중 32.5%가 투표에 참여하여 그중 91.7%가 반대 의사를 밝힌 성과를 거두었다.

 

주민투표 이후 6년의 세월이 흘렀고, 함께 핵발전소 후보지로 지정된 삼척은 벌써 2년 전에 예정 구역이 철회된 점을 고려하면 영덕 지정구역 철회는 너무나 늦은 결정이다. 하지만 30여 년간 핵폐기장과 핵발전소 문제로 고통을 받아온 영덕 주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당연한 결정이다. 영덕만큼 핵시설 부지로 거론이 많이 된 지역도 없다. 이제는 핵시설 부지로 더 이상 영덕이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헌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4월(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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