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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3호> 탈핵공연 '사라지지 않는 개' 지역순회 공연을 마치며

탈핵예술유랑단을 꿈꾸다!

사라지지 않는 개’, 지역순회 공연을 마치며

권승문(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탈핵,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공감을 이끌긴 어렵다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이 있다. ‘무섭다’, ‘어렵다’, ‘나랑은 먼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탈핵활동가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교육을 진행한다. 물론 교육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지식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과 을 주제로 공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탈핵예술유랑단기획이 시작됐다.

시민의 오감을 자극한 첫 시도

그렇게 기획된 첫 공연은 지난 623일 서울 성신여대역 인근 문화예술카페 별꼴에서 지구를 지키는 에너지발전쇼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후쿠시마에 관한 영상에서부터 핵발전을 주제로 한 연극, 탈핵사회에 대한 짧은 강연, 그리고 밴드공연까지. 핵발전에 대해 시민의 오감을 자극하는 첫 시도였다. 작은 카페에서 많지 않은 참여로 이뤄진 공연이었지만, 공연에 대한 집중도와 반응은 좋았다. 특히 탈핵을 주제로 한 연극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탈핵 현안 지역으로 순회공연을 가면 어떨까요?” 뒤풀이 술자리에서 오간 제안이 현실이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사라지지 않는 개라는 제목의 탈핵연극을 만든 사회참여극단 돌쌓기의 결단이 지역순회공연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기존 기획에서 밴드공연을 제외하고 영상과 강연, 연극을 접목해 탈핵지역순회공연을 기획했다. 삼척에서 영덕, 경주, 부산으로 이어지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지역마다 우여곡절문화예술인들의 재능기부와 시민들의 모금으로 진행

녹색연합과 시민참여극단 돌쌓기는 지난 81~3일까지 영덕과 경주, 부산에서 탈핵문화공연을 진행했다.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의 모금과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성사된 공연이었다. 첫 공연은 삼척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척에서 주민소환투표와 관련해 긴급한 사안이 발생해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영덕 공연에서의 지역 주민들과의 만남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영덕 주민에게는 반핵대책위를 꾸리기 위한 회의에 단지 참석하는 것도 어려운 결정이고,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회유와 협박, 일상적인 사찰을 힘없는 한 개인이 견뎌내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탈핵에 관한 공연을 보러 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경주에서의 공연은 갑작스럽게 공연장소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에 월성 핵발전소 인근 양남면으로 공연장소가 정해지고 지역주민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연팀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공연 3일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양남면에서의 갑작스런 취소 통보! 이유는 휴가철이기 때문이라는데,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수원에서의 계속되는 공연 문의와 양남면 주민들이 외부 단체와의 연대를 꺼린다는 이유를 듣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경주 월성핵발전소 1호기는 수명 마감을 80여일 앞두고 있다.

부산에서의 공연은 변화가 필요했다. 지난 두 번의 공연 순서를 수정해 강연 30분을 빼고 탈핵ucc콘테스트 상영과 현장투표에 이은 연극 공연으로 방향을 잡았다. 탈핵ucc 수상 후보 3작품 모두 강연 못지않게 탈핵에 관한 충분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굳이 강연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라지지 않는 개’, 전국 순회공연을 꿈꾸며

연극이 시작됐다. 사라지지 않는 개와 어린소녀의 등장. 어린소녀는 왠지 기운이 없고 아파보인다. 반면에 개는 기세등등하고 위협적이다. 관객들은 개의 위협에 처음에는 웃다가 이내 손으로 눈을 가린다. 개는 위험한 핵발전을 의미하고, 개똥은 핵폐기물을 나타낸다. 후반부 들어 개는 마을이장으로 변하고 핵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자기가 사는 마을에 똥상자(핵발전)을 지으려 하지는 않는다. 똥상자는 어린소녀의 마을에 놓이고 저 멀리 이장님 마을로 전기를 보낸다. 어린소녀는 분노하며 똥상자를 발로 찬다. 발길질로 똥상자가 터지고, 어린소녀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는다. 방독면을 하고 나타난 이장님 혹은 사라지지 않는 개는 살아남아 본인 스스로 두터운 철 똥상자 안으로 들어간다. 울부짖는 소리는 이후로도 사라지지 않은 채.

탈핵 지역 첫 번째 순회공연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지역주민과의 소통, 공연의 지속성을 위한 준비 등의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앞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꿈꾸며 그 작은 시작점을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보다 많은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탈핵을 꿈꾸며 노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발행일 : 2012.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