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전과건강’ 한·일 심포지움 참석, 후쿠시마공동진료소 원장과 현지주민
탈핵신문은 1월 18일(수) 국회위원 회관에서 열린 ‘원전과 건강’ 한일 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후세 사치히코(布施幸彦) 후쿠시마공동진료소 원장과 스기이 요시히코(杉井吉彦) 혼마치 클리닉 원장(후쿠시마공동진료소 공동운영자), 그리고 후쿠시마 주민이자 핵발전소사고로 갑상선암 환자가 된 오오코시 요지(大越良二) 씨를 심포지엄 종료 후 만나보았다.
후쿠시마공동진료소 설립과정과 운영 상황, 현재 후쿠시마 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후쿠시마공동진료소는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
스기이 :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국가 주도로 ‘후쿠시마현민 건강관리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검사를 받는 간격이 길거나 현민이 원하는 상세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진료 결과가 제대로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것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애초부터 컸다.
이런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뜻있는 의사들이 모여 ‘건강 상담회’를 했다. 2011년 8월부터 진료를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건강조사로는 질병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신이 있었다. 주민들은 더욱 더 성실하고 계속적인 진료를 원했던 것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희망이 매우 컸다. 10월에는 진료를 더욱 본격화하기 위해 ‘진료소 건설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2년 12월 1일에 후쿠시마공동진료소를 정식 개원했다.
스기이 요시히코(杉井吉彦) 혼마치 클리닉 원장
(후쿠시마공동진료소 공동운영자)
현재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스기이 : 기금을 만들어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모금을 보내주는 사람은 4000명을 넘었다. 다양한 방면에서 전국적으로 기금이 들어온다. 종교인들의 참여도 많다. 진료소는 후쿠시마시 오타마치(福島市 太田町)에 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6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의료진(의사)은 처음에는 4명이었지만 현재는 2명이 늘어나 6명이다.
어떤 사람들이 진료를 받으러 오나?
후세 : 감기와 같은 일상적인 건강 상담과 진료부터 내시경과 초음파 검사까지 다양하다. 제염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건강진단과 치료를 받으러 많이 찾아온다. 현재까지 약 1만명을 넘는 제염작업자를 진료했다. 진료소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있다. 제염작업자들은 쉬는 날이 일요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국에서 온 일용직 노동자로, 90%가 후쿠시마현 외 사람들이다. 국가가 실시하고 있는 제염작업은 기본적으로 3월에 끝나는 계획인데 고용이 끝나면 다른 지역으로 흩어질 것이다. 그들의 장기적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후세 사치히코(布施幸彦) 후쿠시마공동진료소 원장
현재 후쿠시마 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은?
스기이 : 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갑상선암을 비롯한 질병 환자수의 증가도 문제지만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치료와 조사 또한 필요하다. 자주 피곤하다거나, 감기에 자주 걸린다거나, 림프가 부었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 조사를 하면 후쿠시마 주민들의 약 50%가 건강상태에 문제가 생겼다고 답하고 있다. 그런 증상들에 대한 상세한 통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후쿠시마현에서 갑상선암 환자는 전 연령층에서 확연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핵발전소사고로 인한 각종 건강 피해와 질병에 대해 검사를 더욱 충실히 하고, 검사 대상 또한 대폭적으로 확대해, 통계를 모아 가야 한다.
후세 : 현재 후쿠시마 주민들을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귀환 강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3월에 대폭적인 피난구역 해제 계획과 더불어, 피난 주민에 대한 주택지원 정책을 종료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현 내 피난과 현 외 피난의 비율은 4 : 5 정도이지만 총 합쳐서 약 10만 명 정도가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피난자는 강제 피난자와 자발적 피난자로 나눌 수 있지만 자발적 피난자가 유일하게 받고 있는 해택이 주택지원금이다. 그것마저 중단되면 그들은 향후 피난 생활을 계속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후쿠시마공동진료소에서도 피난지시 해제와 주택지원 중단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서명운동 등 활동을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오코시 : 나는 핵발전소사고로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로서 한마디 하고 싶다. 나는 후쿠시마에서 태어나서 후쿠시마에서 계속 살아온 주민이다. 지난 11월에 암 제거 수술을 했는데, 나이 70세라 하더라도 수술을 한다는 것은 무섭고 상당한 각오가 필요했다.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앞으로도 암이 전이되지 않을까 항상 걱정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어린이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갑상선암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차별과 편견의 시선 때문에 본인이 갑상선암에 걸린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당사자들이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오오코시 요지(大越良二) 후쿠시마 현민
향후 포부와 한국 사람들에게 한마디!
오코시 : 핵발전소사고 후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어린이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3·11 갑상선암 어린이 기금’이 작년 11월에 발족했다. 그런 사회적 움직임과 함께 당사자가 스스로 핵발전소사고로 인한 ‘피폭자’로서 목소리를 더욱 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활동할 생각이다.
스기이 : 한국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거주지를 옮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선 순위는 첫째 피난, 둘째 휴양(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이 일시적으로 방사선량이 낮은 타 지역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옴), 셋째 현지 의료의 충실화다. 우리가 하는 일은 피난도, 휴양도 선택이 어려운 사람들의 건강을 최대한 지키는 일이다. 앞으로도 후쿠시마현민들이 안전한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후세 : 한번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고 피해는 계속된다. 핵발전소가 있는 한 사고는 날 수 있고, 후쿠시마처럼 된다는 것, 모든 진실은 은폐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답은 탈핵밖에 없을 것이다.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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