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이병렬 회원
정부는 지난 7월 25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하, 고준위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고준위 기본계획에서는 현재 각 핵발전소 건물 내 수조에 보관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해 2028년까지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부지를 선정하고 2035년과 2053년부터 각각 본격적으로 운영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기본계획에는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존 핵발전소 부지에 각각 추가적으로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해 보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전라북도 고창군은 전라남도 영광군과 인접해 있고, 한빛(=영광)핵발전소는 두 행정구역 경계에 소재하고 있다. 고창에서는 이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리기 위한 ‘고창군청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지난 7월 27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탈핵신문은 12월 2일(금), 1인 릴레이 시위 현장을 찾아가, 당일 담당자인 이병렬 회원(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을 인터뷰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지리학 연구자로 고창과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다 7년 전 고창으로 귀촌했다. 원래 고향은 부안군 줄포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고창으로 이사와 고창중·고를 나왔다. 현재 고창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고, 지역에 대한 긍지와 사랑을 가지는 일에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딸 하나에 아들 둘이 있다.
어떻게 탈핵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나?
개인적으로 연구자라는 입장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하는 고민이 늘 있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다. 지역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고,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가만히 연구만 하고 있다면 정말 우습지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지내는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있다.
현재 고창에서 진행하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 시설 건설 반대, 고창군청 앞 1인 릴레이 시위’ 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1인 릴레이 시위는 지난 7월 25일 고준위 기본계획이 확정된 직후인 7월 27일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4개월이 지났다. 토·일요일을 뺀 주중에 매일 진행하고 있고, 오늘이 88일차다. 고준위 기본계획으로, 우리 지역에 고준위 (임시저장시설) 핵폐기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지역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향후 함께 대응해나가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다.
고창에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다음 해에 결성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이하 고창군민행동)’이 있지만, 고준위 핵폐기장 문제는 지역사회가 좀 더 폭넓게 대응할 필요성이 있어, 지난 8월에 ‘영광-고창 고준위 핵폐기장 반대 고창 공동대책위원회(준)’를 별도로 구성했다. 현재 고창군농민회, 고창군여성농민회, 고창인문학강의, 전교조고창지회 등의 사회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고, 또 다른 단체들의 참여를 기대하며 준비위원회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다.
1인 릴레이 시위를 계속하면서 지역민의 반응은 어떤지? 얻은 성과가 있다면?
1인 릴레이 시위가 계속되면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해주고 있다. 나의 주변 지인들도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내 활동을 보고 관심을 갖고 응원해준다. 최근에는 매주 면소재지 캠페인 등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는 꾸준히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많은 고창 토박이들이 함께 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실 고창은 핵발전소에 바로 인접한 지역인데도, 영광이 소재지이다 보니 지역 내에서 당사자 인식이 약하다. 그런데 핵발전소 문제는 지역을 떠나, 사고가 발생하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큰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행정구역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준위 기본계획’ 확정 후 정부는 관련 법안을 추진 중에 있다.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책을 세울 때 당사자인 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정부와 한수원은 이 문제에 있어 자기들끼리 계획을 세우고 발표하고 말았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너희들 지역에 그동안 핵발전소가 있었으니, 핵폐기물도 계속 떠안아라’는 식이다. 그리고 우리가 반대를 하면 무조건 ‘님비’로 몰아간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안전하다면, 서울로 가져가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다.
핵발전소 때문에 생기는 각종 문제들에 대해 늘 쉬쉬하고 너무나 일방적으로 정해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 그들의 진정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느 지역에서 받겠느냐, 고준위 핵폐기장은 어디에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기존 핵발전소가 있는 4개 지역에 건설할 임시저장시설이 영구시설로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것이 제일 큰 걱정이다.
이 문제를 푸는 해법은 무엇인지, 정부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고 싶은지?
명확한 처리 방법·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핵 쓰레기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 당장 정부가 해야 할 것은 핵발전 추진 정책을 멈추는 일이다. 그 다음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핵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상태에서, 전 국민들과 함께 새롭게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 외에는 별다른 해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와 관련된 고창의 활동계획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알려나가는 활동을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고창군청 앞 1인 릴레이 시위 이외에도 지난 8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고창읍에서 거리캠페인을 진행했고, 지난 달 부터 면 소재지로 캠페인을 옮겨 진행하고 있다.
면 단위 설명회나 마을회관 방문도 생각하고 있다. 동시에 이 문제가 고창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국적 차원의 공동 대응도 함께 모색되어져야 할 것이다. 영광, 경주 등 해당지역들과 함께 협의·연대하면서 정부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창 주민으로써 하고 싶은 말은?
고창군은 ‘아름답고 청정한 명품 고창 건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고창 전역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판소리와 고인돌은 세계문화유산이고 운곡 습지와 바닷가 갯벌들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핵발전소와 너무나 인접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고창은 아주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고창을 진정한 청정 지역으로 만들고, 고창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결국 핵발전소를 없애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지역이 10만년 동안 관리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을 떠맡아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정부는 그 동안 핵발전소와 관련하여 행정구역 상 소재지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창군과 고창지역 주민을 무시하고 배제해 왔다. 정부는 고창군과 고창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고창군과 고창지역 주민들도 더 경각심을 가지고 이 문제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탈핵신문이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탈핵신문은 창간호부터 읽고 있다. 환경단체나 반핵운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좋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기사 꺼리를 더욱 늘리는 등 탈핵 이슈를 전 국민으로 확산시키는 일에 더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이 문제를 더 일반화시킬 필요가 있다. 더 많은 고민과 실천 속에서 탈핵 여론이 앞으로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탈핵신문 2016년 12월호 (제48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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