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탈핵을 위해 한발 더 나갈 때!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한국에서 탈핵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맡아 전국적인 활동을 이끌어오는데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의 공적은 크다. 공동행동에는 현재 전국의 약 8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작년 말부터 시작한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을 통해 탈핵 여론 확산을 위해 앞장서기도 했다. 탈핵신문은 지난 5월 10일(수) ‘공동행동’ 사무국(환경운동연합)에서 안재훈 사무국장을 만나 그 동안 ‘공동행동’ 의 실적과 향후 탈핵운동의 과제에 대해 물어봤다.
‘공동행동’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사상 최대의 핵발전소사고가 일어난 당시, 21개의 핵발전소를 안고 있던 우리 사회에서도 바로 대응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 전국적인 공동대응을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했고, 바로 20~30개 단체들이 모여서 초동 모임을 가진 다음 ‘공동행동’을 발족했다. 지금까지 여러 단체가 돌아가면서 사무국을 맡아 왔고 2015년부터 환경운동연합이 맡고 있다.
최근까지 ‘공동행동’의 주요활동은?
탈핵을 위해 여러 운동을 같이 제안하고 활동해 왔는데 그 내용은 크게 2가지이다. 첫 번째는 노후핵발전소 폐쇄운동이다. 고리1호기 폐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저지를 위해 대응해 왔다. 월성1호기의 경우에는 수명연장이 결정되고 난 후에 무효소송을 제기해서 지난 2월 1심에서 취소 판결을 받았다. 두 번째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저지 활동이다. 특히 영덕은 워낙 지역적 조건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2015년 11월에 치른 핵발전소 건설 찬반 주민투표에서 ‘공동행동’이 실무적으로 연대했고 지원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결국 압도적인 다수(91.7%)가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한다는 투표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 ‘공동행동’이 주력한 활동은?
탈핵운동이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승부를 걸어야 할지를 고민하기 위해 작년 7~8월쯤부터 전국을 다니면서 논의하고 의견을 모았다. 결국, 큰 운동을 벌여보자고 해서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을 전국적 의지를 모아 결정했다. 서명운동을 제안하고 계획하고, 또 운동본부를 발족시키고 진행해 나가는데 공동행동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
예상치 못한 탄핵 국면 속에서 서명운동은 어렵지 않았는지?
사실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다. 탈핵이 중요한 이슈이기는 하지만 탄핵 국면에서 탈핵만 고집해서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촛불의 현장에서 참 많은 서명을 모았고, 탄핵 국면을 통해 탈핵에 대한 더 많은 공감대가 생긴 것 같았다. 서명을 얼마나 받느냐는 것도 물론 중요했지만, 서명운동에 많은 단체나 단위들이 함께 함으로써 그 과정 자체가 운동이 되어 가는 과정을 봤다. 탈핵운동의 폭, 저변을 넓히는데 있어서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이 했던 역할은 컸던 것 같다.
서명결과는?
4월 26일까지 중간집계 결과를 볼 때 26만1027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그 결과를 각 정당 후보에게 전달하고 세 후보(문재인, 안철수, 심상정)와 협약식을 맺었다. 아직 최종 결과는 안 나왔는데, 30만 명이 넘을 것 같다.
이제 최종 결과를 새 정부에게 전달하고 약속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
그 동안 아쉬웠던 일, 공동행동이 부족했다고 생각되는 점이나 한계가 있다면…
운동이 아직 진행 단계이다. ‘우리는 이제 탈핵으로 가는구나’ 하는 결정적 전환점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현재는 가장 좋은 기회이자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탈핵으로 가기 위한 많은 발판을 만들어 왔지만, ‘이제, 새 정권 하에서 탈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서 실천해 나가야 할 때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앞으로 더 나가느냐, 못 나가느냐’가 걸려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그렇다면, 새 대통령과 새 정권에게 구체적으로 바라는 점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약속했던 것을 당연히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신고리5~6호기부터는 더 이상 건설하지 않겠다고, 노후핵발전소도 수명연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내용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경우 대략적으로 탈핵까지 기간은 약 40년이다. 솔직히 40년은 너무 먼 이야기다. 이것에 대해 좀 더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압축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신고리4호기, 신울진1~2호기 등 완공을 앞두고 있는 신규핵발전소 가동 여부 문제도 남아 있다.
물론 대통령이 본인 희망대로 모두 할 수는 없다. 사회가 그 부담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 강력한 탈핵 로드맵을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에 따라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다. 어째든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5년밖에 안 된다. 무엇보다 앞으로 사회가 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언제까지, 어떤 과정에서 할 거냐’라는 문제는 탈핵의 의지만으로는 안 되고 더 많은 대안들을 마련해서 공감대를 형성해 가야 한다. 그 중심에 ‘공동행동’이 맡아야 할 역할이 여전히 크다고 본다.
‘100% 탈핵’을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는 지금 몇 % 정도까지 왔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나는 낙관적으로 봐서 80% 정도는 왔다고 본다. 왜냐면 여론조사에서 70% 정도는 탈핵을 원한다고 답하고 있고, 그리고 이번 ‘100만 서명운동’과 대선 과정을 통해서 10%는 더 채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향후 나머지 20%를 어떻게 채울까가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5~6호기를 비롯한 신규계획을 모두 포기하고, 노후핵발전소를 폐쇄한다 하더라도 100%는 아니다. 나머지 10%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탈핵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는 그 동안 채우기 어려웠던 부분을 더 채워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 수 있다. 탈핵 전문가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하고 대중적인 힘도 더 키워 나가야 한다. 긴장을 놓쳐 버리면 5년 뒤에 또다시 뒤집힐 수도 있다. 5년 동안 더욱 더 열심히 달리고 국민적 여론, 사회적 변화의 힘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안재훈 국장이 바라보는 탈핵의 의미, 향후 희망을 말한다면…
핵발전소는 참 이기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생산부터 발전, 공급까지 모든 과정에서 많은 피해를 일으킨다. 그리고 미래 세대에도 핵폐기물이라는 큰 부담을 남긴다. 이런 이기적인 에너지를 절대로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핵발전소 문제를 담당하게 되면서 삼척과 영덕에 갔던 적이 지금도 생각난다. 핵발전 건설에 찬성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고 그런 지역 분위기 속에서 너무 외롭게 반대운동을 하는 분들을 만났다. ‘참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생각, 막막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후쿠시마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도 전환점이 생겼다.
지금은 탈핵운동이 결코 외롭지 않는 운동이 되었다. 여러 활동과 과정을 통해 우리 편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봤다. 그런 흐름 속에 내가 함께 해 왔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너무 뿌듯하기도 하다. 그 전에 힘들게 싸워왔던 선배들, 주민들과 비교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이나마 탈핵운동에서 역할을 해 온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정말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탈핵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탈핵을 이루는 날에는 그 동안 함께 해온 많은 사람들과 파티를 하고 싶다.
탈핵신문 2017년 5월호 (제52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탈핵의 길’, 성공 비결을 듣다! (0) | 2017.07.13 |
---|---|
<후쿠시마 5년의 생존> 최세영 감독 “고통스런 참회록 써야만 희망 말할 수 있다” (0) | 2017.06.16 |
탈핵에너지전환과 4대강 복원 대선공약 채택 1만인 서명운동, 김해창 교수 인터뷰 (0) | 2017.04.19 |
“후쿠시마 현실 직시하고, 충실히 알리겠다!” (0) | 2017.02.08 |
탈핵,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와 현실을 바꾸는 행동! (0) | 2016.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