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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독일 탈핵의 길’, 성공 비결을 듣다!

안전한에너지공급윤리위원회 참여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 인터뷰

 

지난 6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 폐쇄 기념식에 참석해 탈핵 탈석탄을 기조로 한 한국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도 이제 탈핵의 길에 첫발을 내딛은 상황이라, 앞서 탈핵 에너지전환 사회로 가고 있는 나라들에 대해 더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서는 독일 탈핵을 결정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위원으로 참여했던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베를린자유대)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고, 그녀와 진행한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렸나?

 

후쿠시마사고가 난 직후 앙겔라 메르켈 수상이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나에게도 참여를 제안해 함께 했다. 특징적인 것은 17인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에 시민사회, 학계, 소비자, 교회 등을 대표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핵공학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리위원회는 핵발전에서 벗어나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며 윤리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왜냐하면 핵발전은 사고 문제뿐만 아니라 핵폐기물을 남겨서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 대안으로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택하는 것도 윤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확대하고 있는가?

 

독일은 2050년까지 전체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80~95%(1990년 대비) 줄이는 것이다. 현재 이런 목표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에는 재생에너지가 3%였으나 2016년에는 29%로 증가했다. 2020년까지 전력공급에서 35% 재생에너지가 목표인데 벌써 33%를 넘어섰다. 조기 목표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생에너지 100%를 공급하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러한 지역들간의 회의도 열리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은 개인이 35%, 협동조합 프로젝트 14%, 농민 11% 등으로 주도하고 있다. 대형 전력회사들은 재생에너지의 5%만 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은 전력소비가 많이 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1990년부터 2012년까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체적인 전력소비는 줄고 있다. 에너지효율이 훨씬 높아졌고, 휘발유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독일 평균 가정이 미국보다 훨씬 적게 전력을 사용한다. 효율이 더 좋고, 집도 미국보다 작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전력사용이 문제인데, 2002~2013년간에 비중의 차이도 별로 없고 총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이 기간에 경제성장을 상당히 했는데도 전력소비가 같이 증가하지 않았다.

 

탈핵에너지전환이 필요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우려도 있다.

 

가정의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 1998년에 17센트, 2009년에는 23센트, 2015년에는 28센트 정도로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육상풍력의 경우 화력발전과 설치비용이 비슷하다.

2016년 발표 자료를 보면, 에너지사용 가구부담 비용은 전체에서 0.7%인데 비해, 술과 담배 지출 4%보다 작은 것으로 나왔다. 전력요금 비중은 3%이다. 나는 재생에너지로 인한 비용부담 문제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농담처럼 맥주 한번 안마시면 된다고 얘기한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부족할 때 주변국으로부터 전기 수입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력망을 통해 주변국들과의 거래하는 전력량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은 전력부족 문제가 아니라, 당일 전력가격이 더 싼 것을 구매하는 차원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한 번에 8기의 핵발전소를 한꺼번에 중단하면서 그 해에는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프랑스가 독일에서 에너지 수입을 한다. 또 독일이 체코 등의 다른 나라로 전력을 보내는 중간 경유지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2017430일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력 소비량의 85%를 충당했다. 그 주에 평균은 50%를 충당했다. 더 이상 태양광이 작은 틈새시장이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에너지 연료 수입 안 해도 되니 국가 에너지 안보 확립에 기여한다. 핵발전의 폐기물이나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등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는 탈핵에너지전환 정책 변화에 주민, 지역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독일은 반핵운동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면서 이제는 탈핵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없어졌다. 새로운 일자리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핵산업계도 계속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핵폐기물 관리에 계속 전문가가 필요하고, 해체할 때 아무나 들어갈 수 없어서 전문가 역할이 필요하다. 그리고 핵폐기물 저장소를 지을 때도 핵산업계와 관련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에서도 중요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다. 에너지 효율부분만 봐도 전문가 일자리가 필요하고, 건설업계 전체가 건축할 때 에너지효율에 대해 생각해야하고, 에너지 기반 시설에도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건설 중인 핵발전소를 중단할 것인지 논란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독일에서는 100% 완공한 핵발전소를 중단시켰다. 칼카 고속증식로는 완공했지만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리고 정말 재밌는 것은 이 고속증식로는 놀이공원이 된 것이다. 냉각탑 안쪽은 회오리로 상승되는 놀이기구가 있고 냉각탑 바깥쪽은 산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암벽 등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것저것 탈 것 많고 사람들 많이 방문한다.

고속증식로로 사용되었다면 증식로 내부에는 30명이 일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 밖에도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100여명 정도였을 것이다. 놀이공원으로 바뀌면서 1000명 일자리가 생겼다. 지역사회에겐 고속증식로보다 일자리 창출이 더 높다.

 

문재인 정부와 한국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 탈핵 결정이 내려진 것은 좋은 방향이며, 중요한 첫 번째 단계가 된 거다. 독일에서는 처음에 핵산업계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실수를 했는데, 그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탈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사람들과 함께 에너지전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여러분은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좋은 사례들이 있다.

국제적으로 한국이 기술 경쟁력을 가지려면 재생에너지와 효율화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독일과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인구감소, 노령화,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독일은 젊은이들에게 매력 있는 나라가 되려고 노력한다. 에너지전환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적절한 시기에 중요한 결정을 했다. 앞으로 잘 해나가길 바라며, 독일과 한국의 지속적인 교류를 기대한다.

 

탈핵신문 2017년 7월호 (제54호)

안재훈(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