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에 자리한 태광산업이 주거 밀집 지역과 1km 떨어진 곳에 20년 동안 방사성폐기물을 보관 중인 사실이 지난 10월 말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허가한 태광산업 방사성폐기물 보관 시설 천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져 있음도 확인됐다.
지난 10월 말 울산 남구 부곡동에 자리한 태광산업이 400톤에 달하는 방사성폐기물을 20년 동안 불법 보관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불법보관 중인 400톤 외에 합법적으로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도 1,140톤에 달한다. 태광산업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울산 3공장에서 우라늄이 포함된 촉매제를 사용해 합성고무 원료를 생산하면서 생긴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해 왔다.
태광산업 정문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면 선암동 주거 밀집 지역이 있다. 하지만 울산시는 방사능 재난대응 주체이면서도 20년 동안 이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현재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핵폐기물 10만 드럼을 보관할 시설이며, 태광산업에 보관 중인 방사성 폐기물은 2020년경 다시 10만 드럼을 보관할 방폐장이 지어져야 이송이 가능하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12월 23일(금) 태광산업 방사성폐기물 보관 장소를 방문해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다. 휴대용 방사능 계측기로 측정한 결과 방사성 폐기물 보관 장소에서는 (시간당) 12마이크로시버트(μSv/h, 연간 방사선 허용 기준치(1mSv/년) 약 50배 해당), 보관 장소 밖에서는 (시간당) 0.2~0.5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이 측정됐다.
울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태광산업이 합법 절차를 거쳐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은 바닥과 벽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지만, 천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다. 그곳에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은 작업복이나 장갑 등 저준위폐기물 105드럼, 공정상 섞여 나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7,026드럼 등 8천 드럼이 보관돼 있다. 이번에 밝혀진 불법 보관 중인 약 400톤의 방사성폐기물은 공정수(水)가 굳어진 형태로 9밀리미터 두께의 알루미늄 탱크 안에 보관 중이다.
태광산업은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불법시설을 합법시설로 변경할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1월 태광산업에 방사성폐기물 불법 보관에 대해 1억2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태광산업을 방문했던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공장 안에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 보관 장소에 ‘방사능물질 보관 중’이라는 표시나 안내문이 없어서 일반 창고로 보이는 문제가 있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나서서 시민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광산업 측은 문제가 불거진 뒤에 “근로자 특별건강검진을 한 결과 특별한 이상 증세가 나타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김향희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활동가(울산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태광산업 방사성폐기물이 언론에 보도된 후에 안전한 보관 장소로 이송되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불법으로 탱크에 그대로 보관 중이었고, 오히려 이제는 불법탱크를 ‘합법탱크’로 전환해서 계속 보관할 절차를 밟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중·저준위 핵쓰레기도 처리 능력이 부족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이 없는 실정임을 알면서도 신규 핵발전소를 울산에 또 건설 중인 국가 정책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석록 객원기자
탈핵신문 2017년 1월호 (제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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