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산자부 주관, 원전 안전성 관련 시민·전문가 대토론회
지난 11월 24일(목) 부산 BEXCO에서는 부산시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주관하는 ‘원전 안전성 관련 시민·전문가 대토론회’가 열렸다. 핵발전과 관련해 부산시 주관으로는 처음 개최되는 토론회였는데, 신고리 핵발전소5·6호기의 무리한 추진과 지진으로 더 악화된 여론을 고려하면 매우 늦은 토론회였다.
하지만 늦게라도 여론을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 많은 청중들이 행사장을 꽉 메웠다. 부산시가 더 이상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등의 발뺌을 중단하기를 원했고, 핵발전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강구하는 등 시민안전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서 산자부와 부산시가 여론을 진지하게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발견하기에는 미흡했다. 핵발전소밀집과 인구밀집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부산이기에 시민들의 기대는 컸으나, 여론에 마지못해 부응하고, 기계적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등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모양이었다.
특히 토론회에 앞선 정만기 산자부 1차관의 인사말은 토론회의 의의를 크게 훼손시켰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과 기술에 의존해야 하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핵발전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고비사막과 같은 대지가 없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자원이 적다”는 이야기를 해 청중의 야유를 받았다. 억지주장을 강변하려는 태도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매우 부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뜨는 등 ‘불통’정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국가에너지정책에 관한 노동석 본부장(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 송진수 특임교수(신라대)의 찬반 입장의 발제가 진행되고, 핵발전 안전성 및 주민수용성에 관한 이종호 본부장(한수원 기술본부)과 김유창 교수(동의대)의 찬반 발제가 이어졌다.
이 중 김유창 교수는 각종 핵발전 비리를 조목조목 언급하면서 “사고가 안 난다고 해서 조금씩 양보하다가 큰 사고가 나는 것이다”고 지적했고, “한수원이 늘 이야기하는 주민수용성이 과연 받아들여진 적이 있는지”를 반문해서 청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반면 이종호 본부장은 핵발전이 안전하다는 이전의 논리만 반복해 이와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이헌석 대표(에너지정의행동)는 전기가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고리5·6호기에 대한 논점을 흩트리지 말기를 요청했고, 재생에너지 비중 자체가 낮은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정 위원(원자력안전위원회)도 “한수원이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토론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청중토론에서 드러났다. 청중토론은 신고리5·6호기 반대여론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좌장이 신고리5·6호기를 반대하는 일방적인 분위기가 이어지자 “찬성입장이 없느냐”고 수차례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리5·6호기를 비롯한 핵발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들만 쏟아졌다. “서울 한강변에 원전을 지으면 안 됩니까? 지진 위험이 있는 활성단층도 없고, 송전 선로도 짧아서 원전 입지로 더 낫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은 압권이었다. 이에 이종호 본부장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서울에 원전을 짓고 주변에 사람을 없애느냐, 부산에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데 발전소를 짓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발언해 토론회장이 술렁였다.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은 2012년에 “수도권은 인구밀집지역이라 원전입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탈핵부산시민연대는 행사장 입구에서 신고리5·6호기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피켓팅을 진행했는데, 시민들의 열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시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토론회에서 그나마 일말의 기대를 가질 만 했던 것은 “궁극적으로 그린에너지로 가야한다”며, “시민안전에 관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한 부산시장의 발언이었다. 이 말이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고리 1호기 폐쇄운동과정에서 부산시는 처음에는 발뺌하다가 나중에 숟가락을 얹었다고 비판을 받아왔다. 부산시는 당장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자세부터 보여주길 기대한다.
탈핵신문 2016년 12월호 (제48호)
노태민(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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