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고리핵발전소에서 11km떨어진 해수양정시설에서 생산되는 물을 수돗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처음 알려진 후, 지난 2년 동안 기장주민들은 거리에서 해수담수문제를 알려 왔고 올해 3월에는 주민들의 의사를 묻기 위한 민간주도의 주민투표도 실시했다.
투표결과 16,014명(총 유권자의 26.7%)의 기장주민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공급반대가 89.3%(14,308명)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주민들의 공급반대의사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공급계획을 철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
* 사진 출처 이병철
해수담수사업은 주민투표대상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위(이하 대책위)는 민간주도의 주민투표를 진행하기에 앞서 기장주민 100여명과 함께 부산시에 ‘주민투표대표자증명서 교부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수돗물공급의 권한은 국가주도의 사업이기 때문에 부산시에 권한이 없다”며 대표자증명서 교부를 거부했다. 이에 주민들은 주민투표 지위확인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9월 8일, 부산지방법원은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을 반대하는 기장군 의원과 주민들이 부산시를 상대로 낸 ‘주민투표 청구 대표자 증명서 거부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수담수사업이 부산 기장군 일대에 한정된 것으로 전국적인 사무로 볼 수 없음 ▲해당 사업이 부산시 자치사무가 맞기에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음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사업은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의 주요 결정사항에 해당됨이 주요 판결요지다.
판결 이후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가 법원의 판결을 수용해 해수담수 공급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부산시는 10월 5일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은 국가시설로, 부산시가 주민투표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부산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해수담수 일방적 홍보와 무차별적 병입수 배포
기장주민들은 해수담수 수돗물의 안전성의 문제, 주민동의 없이 강행되는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며 해수담수수돗물공급을 반대해 왔다. 그런 논란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부산시는 부산 전역에 무차별적으로 기장해수담수 병입수를 배포하고 시음행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기장해수담수 병입수는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약 237만병이 생산됐으며 상수도본부는 해수담수화 수돗물의 안전성을 홍보하려고 지난해 4월부터 시청이나 공공기관, 복지단체 등에 병입수를 무료로 공급, 각종 행사와 축제에서 배포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병입수배포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지만 상수도 오히려 병입수 배포를 확대하고 있다.
병입수가 배포되는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덩그러니 병입수 박스만 놓여있고 아무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게 기장해수담수물인 줄 누가 알겠나? 그냥 모르고 먹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 같다”며 우려했다. 또한 수도검침원들을 동원해 집집마다 홍보전단지 배포, TV와 신문, 버스광고를 통해 해수담수 수돗물공급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데 1년 동안 총 3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했다. 부산시민전체가 일방적인 홍보와 정확한 정보 없이 기장해수담수수돗물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부실한 조사, 예산낭비만 한 기장군의회 수질검증위원회
기장군의회는 지난 8월 22일 수질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두 달간 고리핵발전소 인근 해역에서 192차례 채수하여 수질검사를 진행했다. 주 검증기관인 부경대 방사선과학연구소와 교차 검증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조선대학교에 분석을 의뢰해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와 세슘134, 세슘137, 요오드131을 검사한 결과 몇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고리핵발전소 1호기 배수구에서 반경 11㎞까지 1㎞ 간격으로 채수한 지점에서 부경대를 비롯해 3개 기관이 측정한 삼중수소 방사능 농도가 최소 검출가능 농도 이내였지만, 조선대학교 검출결과는 최소 검출가능 농도를 벗어난 ℓ당 2.01베크렐로 나타났다. 같은 시료로 조사한 것인데 검사기관의 결과가 다른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수질검사 결과의 72%가 고리핵발전소의 액체 폐기물 배출시간과 무관한 시간대에 채수된 것으로 실제 조사자체가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소속 박재호의원실(더불어민주당·부산남구을)과 ‘환경과 자치연구소’가 함께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고리 원전 삼중수소 방류량·배출시간’ 자료에 따르면 고리핵발전소는 수질검증위원회가 채수활동 등 방사성물질 검사를 진행한 올해 9~10월까지 기장 인근 바다로 방사성 액체 폐기물 총 2195.8㎥를 배출했다. 수질검증위원회에서 고리핵발전소 배수구와 해수담수화 취수구 등에서 총 186개의 시료를 채취(대조군 6개 제외)했지만 채수시간 중 불과 28%만이 방사성물질을 배출한 배출시간과 연관이 있었다. 방사성폐기물 방류시간과 연관성이 없는 수질 조사에 1억원이 넘는 예산만 낭비한 것이다.
환경과 자치연구소 서토덕 실장은 “바닷물은 하천과는 달리 바람의 방향과 조류의 흐름에 따라 유해물질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기장인근에 핵발전소가 집중되어 운영·건설되면 방사성폐기물 총량이 늘어날 것임을 고려하면 해수담수 수돗물공급계획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는 게 부산시민사회계와 기장주민들의 주장이다.
한편, 기장해수담수문제를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기장해수담수반대부산범시민대책위원회는 매일 시청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2017년 예산안 계수조정이 있는 12월 5일(월), 해수담수 통수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예산확보를 막고자 기장주민들은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강언주 (부산녹색당 탈핵위원장)
탈핵신문 2016년12월호 (제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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