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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문제점과 ‘현실적’ 대안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전력소비 예측과 설비예비율(22%) 설정해, 신규핵발전소 2기 추진

미국·유럽 설비예비율 15%몇년간 전력소비 흐름 지켜본 후 건설여부 판단해도 늦지 않아

 

  정부, 7차계획 확정·공고신규핵발전소 2기 건설 계획

정부는 722일 전력수요가 2029년까지 해마다 2.2% 증가하고 전력수급을 위한 설비예비율 22%를 고려해 신규핵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7차계획’)을 확정·공고했다. 7차계획은 수립과정부터 밀실 공청회와 환경부와의 부처협의 묵살, 과다 수요전망과 높은 설비예비율 등으로 국회와 시민사회로부터 많은 문제제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2년 단위로 수립·시행하는 법정계획이다. 밀실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던 6차계획 이후 전기사업법이 개정되면서 7차계획부터는 공청회와 관계부처 협의, 국회 상임위 보고가 의무사항이 되었고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형식적 공청회, 밀실행정, 관계부처 협의 묵살산업통상자원부의 일방적인 계획

그러나 7차계획은 6차계획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했다. 2014년까지인 수립기한을 넘겼으며 공청회는 발전공기업 직원을 동원하고 참석자 사전선별과 경비용역 업체를 고용해 출입제한을 했다. 2시간에 불과했던 공청회는 형식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산업부는 환경부의 검토의견을 묵살했다. 환경부에 대해 전기요금 산정, 전력수요전망, 설비예비율 등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무시했으며,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폄하했다. 특히 환경부가 629일 제출한 2차 검토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조차 하지 않고 7차계획을 확정지었다. 이는 법적의무인 부처협의를 거치지 않은 명백한 위법이다.

7차계획 수급분과와 수요소위, 설비소위 위원들은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고, 회의자료는 끝나는 직후 바로 수거해갔다. 심지어 회의록은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 상임위 보고시 의원들에게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출은커녕 담당자의 경우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이런 산업부의 행태는 다른 부처에서도 혀를 내둘렀다.

 

GDP, 총인구 등 전력수요전망 주요변수, 정부 연구 기관조차 하락예상

7차계획의 핵심적인 문제는 과다수요전망이다. 전력수요전망의 주요변수는 경제성장률(GDP), 인구전망, 전기요금, 기온, 산업구조 전망 등이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GDP이다. 그런데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최근 GDP 전망치를 20153.5%에서 2.8%, 20163.7%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추경예산을 집행하더라도 2.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생산연령인구와 총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함에 따라 GDP2010년대 후반에는 2%, 2020년대에는 1%대로 낮아질 가능성을 전망했다. 국회 입법조사처(2012)는 인구 전망에 기초해서 전력수요를 전망한 결과 2030년 전후에 수요정점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산업연구원은 제조업 비중이 201030.3%에서 203025.9%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림1>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전력수요(최대전력) 전망

 

 

 

 

 

주요 전력소비처 서울·경기도 등 다수 지자체, 핵발전소 줄이는 에너지자립계획 세워

여기에 625일 국내전력소비 1위인 경기도가 에너지 비전 2030’을 통해 현재 29.6%인 전력자립도를 2030년에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핵발전소 7기 분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원전하나줄이기운동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최근 많은 지자체들이 에너지자립계획을 밝히고 있다.

주요변수와 지자체의 에너지자립계획은 전력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게다가 최근 전력수요는 20122.5%, 20131.8%, 20140.6%로 증가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GDP 대비 전력소비 증가율이 낮은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9년까지 전기소비량이 연평균 2.1%, 최대전력은 2.2%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1> 경제성장과 전력수요의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5

GDP 증가율(%)

6.5

3.7

2.3

3.0

3.3

2.8~3.1

전력소비 증가율(%)

10.1

4.8

2.5

1.8

0.6

1.9

 

최근 몇 년간 전력 수요 감소 0.6~2.5%, 하지만 정부 2029년까지 2.1~2.2% 증가 전망전력수요 감소, ‘구조적 요인정부, ‘일시적 현상

이렇게 과다 전망된 수요전망에도 필요설비는 3,456MW(메가와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변경된 변수로 다시 전망한다면 설비물량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7차계획에서 새롭게 반영된 신규핵발전소 3,000MW(2기 용량)는 전체 설비물량의 2%에 불과해, 기준점인 2015년도 전력수요가 낮아지면 2029년도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전력수요 감소와 탈동조화 현상은 경기침체와 건설 및 철강업 부진 등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다. 그러나 정부는 수요관리와 전기요금 인상, 온화한 기온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2~3년 정도 전력수요 추세를 지켜보면 판명날 것이다. 구조적 현상일 경우 7차계획에 반영된 신규핵발전소는 과잉설비로 재원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의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설비예비율 미국·유럽 15%, 7차계획 22% 설정몇년간 전력소비 추세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아

미국과 유럽은 현재의 설비예비율은 다소 높지만, 전력계획 수립 시 설비예비율 목표를 15%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경기변동과 전력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가 설비투자 여력을 남겨두기 때문이다.

 

<그림2> 미국과 유럽의 전력계획 수립 시 설비예비율 목표치

 

 

 

우리나라는 6차계획때 많은 설비를 반영했기 때문에 2025년까지 설비예비율은 22%를 넘어섰고, 삼척과 영덕의 신규핵발전소 4기가 없어도 2029년까지 16.2% 이상의 설비예비율은 이미 확보되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최근 전력수요 감소에 대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만큼 설비계획은 향후 몇 년간의 전력소비 패턴을 분석한 다음 수립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림3> 삼척·영덕핵박전소 4기 취소 시 설비예비율 전망

 

 

설비예비율 올 여름 12% 상황에서도 정부 전기요금 인하 단행결국 12%도 안정적 공급 가능하다는 뜻

미국과 유럽처럼 전력계획을 수립한다면 7차계획에서는 신규핵발전소 2기와 신고리 7·8호기를 대신한 영덕 1·2호기까지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설비예비율 22%를 충족하지 않으면 전력대란이 올 것처럼 조장하고 있다. 그런데 2015년 현재 설비예비율이 12%에 불과한 상황에서 여름철 전기요금 인하는 오히려 정부가 전력대란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설비예비율 12%의 수준에서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비예비율 22%는 공급안정을 위한 최소예비율 15%와 발전소 건설지연 등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7%이다. 이번에 반영된 신규핵발전소는 불확실성을 대비한 설비이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후쿠시마 핵사고와 핵발전소비리, 시험성적서 위조 등으로 국민수용성이 가장 낮은 불확실한 설비이다.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설비로 가장 불확실성이 큰 핵발전소를 추가한다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 공급안정을 위한 최소예비율 15%가 이미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 대비 설비는 피크타임(peak time, 최대전력 사용 시간대) 시 부하조절이 가능한 설비여야 한다.

정부도 장기가동 석탄화력 설비의 대체건설은 환경성이 개선되는 경우에 한 해,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부지와 송전선로가 이미 확보되어 있는 폐지발전소를 대체 활용하면 설비예비율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6차계획에서 폐지계획에 반영된 4,400MW의 설비가 있다. 발전사들은 폐지예정인 발전소를 LNG복합발전(4,800MW)으로 대체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LNG발전의 건설기간이 2~3년으로 짧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의 전력소비 패턴을 고려한 다음 설비계획을 수립해도 충분하며, 대체설비로 반영할 경우 설비예비율은 2029년까지 20.5%이상 유지할 수 있다.

 

<그림4> 핵발전소 4기 철회, 폐지발전소 대체활용 시 설비예비율 현황

 

 

7차 계획, 영덕·삼척 신규 핵발전소 건설하려는 정부 의지 반영스스로 원전마피아임을 자임

이렇게 합리적이고 기회비용을 고려한 설비투자계획이 있음에도 정부는 신규핵발전소를 추가하는 7차계획을 강행했다. 결국 7차계획은 신규핵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계획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삼척과 영덕에 신규핵발전소를 추가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번 7차계획은 정부가 원전마피아임을 스스로 인정한 계획이다. 그러나 핵발전소 건설은 10여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전력소비 감소추세는 곧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때도 정부가 핵발전소의 불가피성을 주장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제남(정의당 국회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2015년8월 (제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