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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탈핵의 전환점이 될까?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탈핵의 전환점이 될까?

 

한재각(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이 늦어진 이유

문재도 산업부 차관은 올해 상반기까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7차 전기본이 애초 작년까지 마무리되어야 했지만 연기되었다. 그 이유부터 짚어 보자. 6차 전기본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있었다. 덕분에 산업부에 대한 신뢰가 확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삼척은 주민투표를 통해서 신규핵발전소 반대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산업부가 삼척을 유보하고 영덕으로 방향을 돌리게 만들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날치기 통과시킨 월성1호기 수명연장이나, 반대 여론이 끓어오르는 고리1호기 수명 재연장 건도 고민스러운 지점일 것이다. 산업부는 이 문제들을 잘 마무리 짓고 7차 전기본을 통해 갈무리해야 할 상황이다.

산업부가 상반기 내에 7차 전기본을 끝낼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의 쟁점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겠지만, 계획 수립의 내부 과정에 고민스러운 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기후변화 관련 포스트 2020’ 체제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환경부는 2009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보다 더 강한 목표를 정한다는 입장이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9월까지 이 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한 대상이 발전 부문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은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전력수급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대립

지금까지는 이것이 제각기 만들어지면서 정합적이지 못했다. 2013년의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14년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그리고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차이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계획 수립의 기본이 되는 전력수요 예측부터 크게 달랐다. 예를 들어 2020년 전력수요에 대한 6차 전기본의 전망치와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전망치는 3.4%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이는 6차 전기본이 수요를 과도하게 부풀려 예측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그것을 근거로 하여 석탄 화력발전을 대거 신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반발했지만, 산업부가 이를 무시하면서 부처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감사원은 산업부가 특혜를 통해 화력발전소 신설 계획을 반영했다고 지적한 일과 연결된다.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을 중요시하는 산업부는 과대 예측 경향이 있고,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환경부는 상대적으로 짜게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부가 산업부를 넘을 수 있을까? 시기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다. 이번에는 7차 전기본과 포스트 2020 감축목표 설정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조정 하에 산업부와 환경부가 함께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다. 6차 때처럼 전기본의 수요예측이 별개로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다. 또한 수요예측은 거의 전적으로 산업부 산하 기관에 의존해왔지만, 이번에는 환경부도 전문가 용역을 통해 별도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가 산업부를 제압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전기본 수립은 늦어질 수 있다. 상반기를 넘길 수도 있다.

 

전력수요 성장세의 둔화 경향,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한편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4.5%의 전력수요 증가세를 보여주었지만, 2012년부터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 해(2014)0.6%의 증가율을 보여주었는데, 6차 계획에서 예측한 연평균 3.6%과 뚜렷이 대비된다(그림 1).

 

 

<그림> 2003~2014년 한전 전력판매량 추이(단위:  GWH%) * 전력거래소 자료 가공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것인지 분석이 필요하다. 만약에 구조적인 것이라면 7차 수요예측에 적절하게 반영되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껏 꾸준하게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발전설비 확대 정책을 추진해온 산업부와 한전에게는 큰 타격이 될 변화로서, 이를 쉽게 인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기본 수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력수요 성장세 둔화 현상은 한전이나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의해서도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경제경영연구원의 김해인 연구원은 <전력 경제경영 Issue>의 지난 해 8월호에서, 최근 10년간 기업들의 설비투자 둔화에 따라서 계약전력의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계약전력의 증가세는 5년 안에 0%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계약전력은 전력수요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력수요 증가세도 함께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슷하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철현 부연구위원은 지난 해 10월의 <에너지 수급 브리프>에서 전력수요 증가세 둔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절변화 요인을 제거하고 분석해도 증가세 둔화 현상이 관찰되었다. 그는 전기요금 인상, 수출구조의 변화 등의 요인을 강조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실질 전기요금이 인상되어 2010~2013년 사이에 5.5%가 증가했고, 전력소비 증가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연평균 12%대를 기록하던 수출증가율이 2012년 이후 2%가 낮아졌다. 특히 중국 정부의 내수 우선정책으로 인해서 중국 수출이 둔화되었다. () 중국 수출은 전체의 26.1%. 이는 전력다소비업종인 조립금속, 석유화학, 철강 부문의 장기적 전력소비 증가를 둔화시키는 압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7차 전기본, 탈핵의 전환점 될 수 있나?

7차 전기본은 노후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신규핵발전소 계획을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 탈핵의 요체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만 부족하다. 전력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면 모든 탈핵 구상은 약화될 수 있다. 전력수요 증가세의 둔화 현상은 수요가 더 이상 늘지 않는 수요정점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바꾸는 것은 적극적인 수요관리 정책일 것이다. 7차 전기본이 탈핵의 전환점이 되려면 수요정점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발행일 : 20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