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여,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방청하라!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참관기
한문순(핵없는세상 사무처장)
시민,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방청하다…방청권은 있지만, 불친절한 담당자
2014년 10월 10일 제 30회 회의였다. 세 사람이 갔다. 우리를 처음 맞이한 이는 안정훈 주무관이었다. 그는 시민하고 어떻게 소통하고 교류해야 하는지 소양이 부족해 보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법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방청하는 시민들이 안건지를 요구해도 안정훈 주무관은 설명도 없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불친절하게 “안 된다”는 대답으로만 일관했다.
시민에겐 방청권이 있었고 이은철 위원장(원자력안전위원회)이 취임하면서 그것을 법제화했다. 실제 방청사례가 처음이기도 해서 우왕좌왕하는 기분이었다고 해도, 안 주무관의 태도에서 시민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점심시간에 나는 하정언 사무관에게 이 문제를 항의했다. 하 사무관은 안 주무관 대신 사과했다. 시민으로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시민이 깐깐해지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이은철 위원장은 방청하는 우리 세 사람에게 “회의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바깥에 나가서 전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나는 아직도 이 요청에 대해 생각 중이다. 그것이 적합한 요구인 것인지, 내가 과연 그들의 요청을 따라야할 지에 대해서 말이다. 위원장의 말은 방청신청서에 명기돼 있는 규정에서는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내 입을 다물어달라는 요구에 대해 나는 확인해야 했다. 부탁인지, 규정인지, 내가 결정할 일인지, 강제사항인지. 그래서 물었다. “부탁이신거죠?” 그러자 사무처 직원이 벌떡 일어나 위원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 사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인 김용환 위원은 “서약서에 그런 규정이 있다”며 한심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사무처 직원은 ‘강제사항이 아니라’고 위원장에게 확인해 주었고 김용환 위원은 “본인이 정확히 알지 못했음”을 위원들에게 사과했다. 방청인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들의 요청 사유는 회의록이 공개되기 전에 언론에 알려지는 일이 곤란하다는 것이었으나, 회의록이 공개되기 전에 내가 보고 들은 내용을 세상에 알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시민인 내 권한임이 확인되었고, 나는 그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장시간 진행되는 회의를 지켜보면서 할 말이 매우 많아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을 생각하면 위원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아홉 명이 무엇을 결정하고 무엇을 문제 삼거나 문제 삼지 않느냐에 따라 이 나라 핵발전소 안전과 방사선 재해에 따른 국민의 안전과 운명이 갈리니 말이다.
‘발언횟수’, 심사의 책임감·성의를 드러내는 한 지표…한마디도 발언하지 않은 위원?!
그런데 맞추어보라. 모두 아홉명의 위원이 있다. 놀랍게도 단 한 마디도 발언하지 않은 위원도 있었다. 누구일까? 임창생 위원이다. 그는 여당추천 위원이다. 심사와 규제가 꼼꼼할수록 발언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날 위원장을 빼고 가장 많이 발언한 이는 김익중 위원이다. 전체 950회 발언 가운데 그는 209회 발언했다. 임창생 위원 다음으로 적게 발언한 이는 최재붕 위원이다. 정부추천 위원인 최재붕 위원은 총 3회 발언을 했다. 발언수를 세는 일에 시간 좀 걸렸지만 그래도 세어 보았다. 그것은 이 막중한 임무에 대한 책임감과 성의를 드러내는 한 지표가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 날의 안건은 네 가지였다. ‘방사선 이용기관 행정처분(안), 의료분야의 방사선안전관리에 관한 기술기준 일부개정(안),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사용전검사 등 결과(안), 신월성 2호기 운영허가 심·검사 결과’에 대한 것이다. 하루에 처리하기 매우 심각한 사안들인데 네 가지나 심의를 했다. 발언 수만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속기록이 공개되어 있는 것은 국민을 위해 다행스런 일이지만 속기록에는 어떤 이들의 고압적인 태도나 우락부락 얼굴 붉히는 표정이나 성의 없는 어조가 드러나 있지는 않다.
시민들이여,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방청해, 그들의 책임감을 환기시키자!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우수국감이라든지, 의정활동이 우수했던 의원들을 선별하고 발표하는 일들이 있지만 내가 알기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그런 작업이 발표된 기억이 없다. 개별적 책임의 막중함을 생각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시민들의 속기록 모니터링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활동이다.
시민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방청해야 한다. 앞으로 쭉 방청석을 지켜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의 책임감을 환기시키고 상기시켜야 한다. 방청인의 무거운 존재감으로 안전을 위해 필히 그 자리에 동참해야 한다.
발행일 : 20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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