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도가족 갑상선암 소송, 지원모임 필요하다!
국내 첫 핵발전소 주변 주민피해 소송 이진섭 씨 강연과 인터뷰
이대수(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장)
2014년 12월 16일(화)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회의실에서 이진섭 씨 강연이 있었다. 이번 강연은 지난 10월 타이완에서 개최된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 보고회에서 논의했던, 월 1회 탈핵관련 포럼을 개최하기로 한 그 연장선에서 두 번째 진행된 행사였다. 강연 후 최근 상황에 대해 이진섭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년 10월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일부 승소(부인 갑상선암 소송에 대해 고리핵발전소 측 책임 인정 1천5백만원 배상) 판결 이후 여러 매체에서 관련 사실을 소개했고, 부산환경운동연합 등은 곧바로 해당 주민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소송과 관련된 판결비평 토론회 등을 비롯해 점차 이슈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소송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이진섭 씨의 생각과 활동’을 들어보는 강연을 듣고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
<사진제공 이대수 >
소송을 시작한 계기?…“부산 기장에 왜 암환자가 많지”, 무료검진에서 암 발견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이 30년 넘도록 한 명도 피해소송을 하지 않아 내가 최초로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4년 12월 16일(화) 오늘은 1336명(갑상선암 환자 3백명 포함)이 소송 기자회견을 했으니, 두 번째 소송이 시작된 역사적인 날이다.
고리핵발전소가 특이한 점은, 경계인 고리핵발전소 담벼락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철조망 옆에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핵발전소 피해자 소송이 처음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핵발전 안전신화’ 때문에 의문을 갖는 것이 차단되어왔기 때문이다. 직원들 모두가 “안전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해왔고, 후쿠시마 사고 후까지도 그러했었다.
신고리핵발전소 1호기 유치를 해준 기장 주민들에게, 동남권원자력병원 설립기념으로 65세 이상 무료 암검진을 해 주었는데, 노인들은 번거롭고 힘들다며 기피했기 때문에 40대 후반인 나와 아내까지 순서가 온 것이다. 공짜였기에 하게 되었다. 동네에 오래 살다보니 아는 사람이 많았고,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암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병원 관계자의 “부산 기장에 왜 암환자가 많지?”라는 말을 듣고 의문을 갖게 되었다. 장모는 위암, 나는 직장암, 아내는 갑상선암으로 판명됐다.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삼척 주민들의 ‘반핵운동’ 요청에 부응
2012년 7월 3일 소송 시작 후 가을부터 ‘균도와 세상걷기’로 삼척 핵발전소 예정부지를 방문했는데,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삼척 주민분들로부터 많은 감동을 받았고, ‘반핵운동을 해 달라’는 그런 암시를 받았다. 그런 생각에다 실태를 알리기 위해, 2012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가족들 특히 나이든 사람은 소송을 하면 절차상의 번거로움과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혼자 소송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는데 부산의 구자상 씨(녹색당)와 변영철 변호사를 만나 의논했고 주변의 녹색당원들이 큰 힘이 되었다.
2012년 7월 3일 검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소송 시작 발표 후 관심에서 멀어져 버려, 그 동안 외로운 싸움이었다. 최초의 소송제기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위로받았다. 2년 3개월 동안 재판이 연기된 것은 7회였고, 한 명의 증인신청도 없이 겨우 4~5차례 재판이 열렸을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었고, 소송이 너무 재미없었다.
원래 소액소송을 하려했는데 합의부 재판을 위해서는 1억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해서, 금액을 높인 것이다. 나와 균도가 신청한 5천만원은 모두 기각되었다. 재판 비용은 물론, 패소하면 고리핵발전소 측 소송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나?…핵발전소 주변 ‘주민의 이중성’이 문제
고리핵발전소 주변의 장안읍 이주마을 사람들은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한수원측과 합의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고, 주변 5km 이내에 마을이 조성되었다.
보상을 받고서도 제대로 이주를 하지 않는다. 핵발전소 주변 주민지원금 1%는 지자체와 고리핵발전소에서 반씩 사용하고 있다. 민주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지구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핵발전소 반대운동하다가 고리핵발전소에 아들 취업시켰고, 공천철새 행태를 보이기에 그들을 믿고 운동할 수 없었다.
‘핵발전소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왜 반대운동 하느냐’는 여론이 있다. 고리핵발전소로부터 선물도 많이 받았다. 핵발전소 주변에는 현물 대신 사회복지 건물 등을 제공받는다. 주민들의 직접서비스가 아닌 기장군 전체에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많다. 하루 한두명 드나드는 곳에 컴퓨터 50대 그리고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되어 있지만, 별 쓸모가 없다. 핵발전소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각종 수혜를 받고 있다.
이번 판결의 특징은?…“핵발전소 측이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판결
1심 재판부는 “한수원 측이 무해하다는 입증책임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원고가 입증책임을 져야했던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것을 뒤집어 적용한 것이다. 금액상으로 1500만원 즉 1억5천만 신청금액의 1/10만 인정받았다.
‘개연성 이론’은 일본 미나마타병 등 환경오염과 피해의 입증책임을 피해를 끼친 회사가 지도록 한 것으로, 일본 환경소송의 논거를 참고했다. 구체적으로 개연성 이론에서 시사를 받은 구자상 씨가 변영철 변호사에게 제안해서 이 논리로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법무법인 민심(대표 변영철)의 서은경 변호사가 담당했고 항소심에서는 변영철 변호사가 함께하게 되었다.
주심판사의 다른 판결을 보면 산재에 대해서도 피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많이 했다. 대표적으로 자전거로 출·퇴근하다 사고가 난 경우도 산재로 인정했다. 한수원 측은 결코 패소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 변호사가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 같다. 항소심에는 민변 소속 등 도움되는 변호사를 추가 선임하려고 한다.
이번 판결은 어떻게 생각하나?…1심에서 ‘세가지 조사결과’ 가 유효
이번 재판에서 판사를 잘 만난 것 같다. 재판 진행 중에 요소마다 결과보고가 잘 나온 것이 도움이 되었다.
영광핵발전소 지역주민 무뇌아 출생 사건 이후, 서울의대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보고서가 2011년 12월에 발표했는데, 당시 연구책임자인 안윤옥 교수는 ‘핵발전소 주변 5km내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율이 2.5배 높다. 그렇지만, 핵발전소와 암 발병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연구에 참여했던 주영수 교수(한림대 의대)가 반박하면서 울진·영광·월성 등 몇 곳에서 반박 강연을 했었다. 고리에서는 이장들의 비협조로 장소도 구할 수 없어 진행되지 못했다.
2014년 2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부산 기장주민들의 암 종합검진 진단율이 수도권 대형종합병원의 3배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적 있다. 그리고 법원에서 대한직업환경의학회에 감정을 요청했더니, 8개월에 걸쳐 조사 후 ‘갑상선암의 경우 핵발전소 주변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발병율이 높고 상관관계가 있다’는 회신을 했다.
결국 세 가지 역학적 인과관계가 모두 재판에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소송을 하긴 했지만, 서로 합의를 해버렸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세계 유일의 판결이라고 듣고 있다.
강연 참석자들, ‘균도가족의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필요하다’는 의견 개진
1심 판결이 나온 후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고, 특히 일본에서 관심이 높아 1월 말 1주일간 방문해 강연을 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앞으로 2년 정도 소송이 진행될 텐데, 이 사건을 잘 활용해서 탈핵운동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공익소송을 하면서 개인적 희생과 부담이 너무 크다. 국내 환경단체에서는 많은 사안들에 연대를 하다보니 작은 소송으로 치부해 너무 힘들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당일 참석자들은 이진섭 씨의 강연을 듣고서, “너무 모른 채 지내온 것 같다”며, “이제는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섭 씨는 “핵발전소를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호응이 없어 외로웠다. 2012년 출마해서 1033표 득표했는데, 사람을 모아내는 기회가 되었다. 핵발전소 주변에 정말 건강 영향이 없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발행일 : 20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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